[길벗 칼럼] 흔히 먹는 카레에도 약재가 들어가 있다

카레(curry) 좋아하시나요? 카레는 맵고 향기로운 향신료인데, 이를 넣고 만드는 요리가 세계 여러 나라에 있습니다. 종류도 많고 각각 특색도 다릅니다. 그래도 한국 사람에게 ‘카레’라고 하면, 밥 위에 끼얹어 먹는 노란빛의 걸쭉한 음식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겁니다.

이 노란 카레엔 ‘강황(薑黃)’이라는 생강과 식물이 들어갑니다. 강황이 노란빛이기 때문에 강황 가루가 들어간 카레 요리들도 노란색을 띠게 되는 겁니다. 이 강황이 식재료 뿐만 아니라 한약재로도 쓰인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카레 자료사진ⓒ사진 = pixabay

조선 후기 의서 방약합편(方藥合編)에서는 강황을 “강황미신능파혈(薑黃味辛能破血) 소옹하기심복결(消癰下氣心腹結)”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앞구절의 ‘강황미신’은 강황은 맛이 맵다는 의미입니다. 한의학에는 ‘산수신산(酸收辛散)’이라고 해서 ‘신 맛은 거둬들이고 매운 맛은 발산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맛이 맵다고 표현되는 약재들은 대체로 기운을 발산하는 효능을 가지고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발산한다’고 하면 뭉친 것을 깨뜨려 퍼트리거나 몸 밖으로 잘 배출하도록 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런 이유로 다이어트를 할 때 신맛 나는 음식은 멀리하고 매운 음식을 먹으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또 매운맛 나는 음식을 먹으면 대체로 몸에서 열이 납니다.

여기까지 보셨다면 ‘강황은 매운맛이니 몸을 따뜻하게 해줄 가능성이 높겠군. 그러니 몸에 열이 많은 사람 보다는 몸이 찬 사람에게 좀 더 잘 맞겠구나’ 라고 생각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어지는 내용을 보겠습니다. ‘능히 파혈(破血) 소옹(消癰) 하기(下氣) 심복결(心腹結)한다’고 했는데, 무슨 뜻일까요?

우선 파(破)는 깨뜨린다는 의미고 혈(血)은 피죠. ‘피를 깨뜨린다’니 생소합니다. 사람 몸에 건강하게 잘 흐르는 피를 깨뜨리면 뭔가 몸이 안 좋아질 것 같은데 말입니다. 강황의 효능을 설명하는 구절이니, 뭔가 몸에 좋은 작용을 하는 것 일텐데요. 그럼 여기서 깨뜨리는 ‘피’는 뭔가 몸에 안 좋은 피겠죠?

맞습니다. 몸 곳곳에 뭉친 나쁜 피를 깨뜨려 없애주는 효능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나쁜 피를 보통 ‘어혈(瘀血) ’이라고 하는데 이를 풀어준다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는 ‘어혈을 푼다’고 하지 않고 파혈이라고 했습니다. 이는 어혈을 푸는 효능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뜻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부드럽게 풀어주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 깨뜨려버린다는 것이죠. 최근에 강황이 뇌졸중이나 치매에 좋다거나, 강황에 함유된 커큐민(Curcumin)이 혈액과 혈관을 깨끗하게 해준다는 이야기가 많은데요. 이 모두가 강황의 파혈 작용과 관련되는 설명입니다.

소옹(消癰)은 몸에 돋는 종기 같은 것들이 삭아 없어지게 하는 효능을 말합니다. 하기(下氣)는 기운을 아래로 내려 보낸다는 의미입니다. 심복결(心腹結)은 이 구절 뒤 부분을 해석해보면, 더 명확해집니다. 심복결적(心腹結積)의 치료에도 사용한다는 내용인데요. 심복(心腹)은 가슴과 배를, 결적은 뭉쳐 덩어리진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배와 가슴에 뭔가 뭉쳐 덩어리진 것을 치료한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배나 가슴에 덩어리진 것이라면 혹이나 암 같은 게 되겠죠. 최근 강황이 암 예방식품으로 인기가 있는 것은 이런 효능과 관계되는 것입니다.

강황ⓒ뉴시스

정리해보면 뭉쳐 있는 피를 풀어서 맑게 해주고-‘파혈(破血)’, 어혈이 뭉쳐서 생긴 종기나-‘소옹(消癰)’, 혹이나 암을 풀어주고-‘심복결(心腹結)’, 기를 순환시켜 준다-‘하기(下氣)’는 뜻입니다. 그러니 강황은 뭔가 막히고 뭉쳐있는 것을 풀어주고 순환시켜 주는 효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흔히 먹는 음식 카레에 든 한약재 강황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약재로 썼을 때 효과는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또 어떤 약과 함께 쓰느냐에 따라 쓰임도 다릅니다. 그러니 위에 언급한 효과를 얻기 위해 카레를 많이 드시거나 강황을 따로 드실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카레를 맛있게 드시다가 ‘이 안에 있는 강황이 그런 효과도 있다고 그랬지’ 떠올려 보시는 정도면 충분합니다. 관련 질병이나 증상이 있으시다면, 가까운 병원이나 한의원을 찾으셔서 진료를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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