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칼럼] 종종 듣는 ‘퇴행성 질환’이란 표현, 어떤 의미일까

원인이 분명치 않아 근본적 치료법 없는 퇴행성 질환

최근 30대 환자 한 분이 한의원에 방문하셨습니다. 이 분은 2개월 전부터 허리가 아팠는데, 정형외과에 가서 진료를 받았지만 차도가 없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다른 한의원을 찾아 치료를 받았지만 큰 차도가 없었다고도 하셨습니다.

저는 환자 분께 상세히 증상을 묻고, 여러 이학적 검사를 시행했지만 큰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2~3주 간 치료를 진행해보고 호전이 되지 않으면, 영상진단검사를 하실 수 있도록 소견서를 써드리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분은 치료를 받으셨지만, 앞서와 마찬가지로 큰 차도를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그래서 MRI 진단을 받으실 수 있도록, 진료 의뢰서를 써 드렸습니다. 이 환자 분은 1주일 뒤 다시 오셨는데, 본인이 ‘퇴행성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30대가 넘어 어딘가(주로 목이나 허리, 무릎) 아파 병원에 가면, 주로 X-ray를 찍거나 MRI 검사를 하게 됩니다. 위 사례처럼 이 때 듣게 되는 병명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단어가 ‘퇴행성’ 입니다.

사실 ‘퇴행성’을 포함한 질환명은 퇴행성 관절염, 퇴행성 디스크, 퇴행성 뇌질환 등 다양합니다. 이렇다보니 퇴행성 질환으로 분류되는 병명을 들은 환자분들은 익숙한 단어를 들었기 때문인지 “아, 나 퇴행성이래. 통증이 심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하더라”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어딘가 찝찝한 기분을 털어내지는 못하십니다.

물론 이 경우에 파킨슨병 등을 의미하는 ‘퇴행성 뇌질환’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퇴행성 뇌질환의 경우, 진행이 빠르고 환자의 삶의 질을 많이 저하시키기 때문에 쉬이 넘어갈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일상에서 종종 맞닥뜨리는 ‘퇴행성’ 질환이 무엇을 뜻하는지, 퇴행성 질환을 예방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퇴행성 관절염(자료 사진)ⓒ제공:뉴시스

‘퇴행성’이란 표현의 의미는 무엇인가
퇴행성 질환 치료는 어떤 방향으로 이뤄지나

‘퇴행성’이란 단어에는 크게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먼저, 해당 질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아직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질병의 진전을 더디게 하거나 통증 등 밖으로 나타나는 증상을 완화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확실한 원인을 모르니 근본적 치료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두 번째로는 증상이 서서히 진행된다는 뜻이 있습니다. 퇴행성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인체 구조물(관절, 뇌, 신경 등)들이 다시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보통 안 좋아지는 방향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현재까지는 해당 질환의 치료가 최대한 천천히 증상이 진행되도록 하는데 집중돼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메디컬칼럼에서는 퇴행성 관절염을 ‘관절이 퇴화 또는 노화, 즉 늙어서 이상이 있는 경우’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저도 환자 분들이 “병원에서 퇴행성이라고 하는데 그게 뭐예요?” 라고 물어보시면, “관절이 늙었대요. 많이 쓰셨잖아요. 그래서 힘들다고 하는 거에요”라고 답해 드리곤 합니다. 그리고 좀 더 살을 붙여 “우리 나이를 뒤로 돌리진 못하는 것처럼 관절도 마찬가지죠. 젊었을 때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 마음만 젊게 가지시고 몸은 아껴서 쓰셔야 되요”라고 합니다.

퇴행성 뇌질환은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병의 진행이 빠릅니다.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등이 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인데, 급속하게 신경계 일부나 뇌 전체에 비정상적 신경 세포의 사멸이 일어나 뇌와 척수의 기능이 상실되는 질환입니다. 퇴행성 관절염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진행돼 관리가 수월한 편인데 반해, 뇌질환은 급속하게 세포의 죽음이 일어나 관리가 어렵고 삶의 질도 빠르게 떨어집니다. 인지 능력이나 운동 능력이 급격히 감소하게 때문에 2차적으로 우울증 등 감정 장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금연과 금주 (자료사진)ⓒ사진 =pixabay

안타깝지만 아직까지 퇴행성 질환들에 대한 뚜렷한 예방법은 없습니다. 그러나 퇴행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쉬운 방법 들은 후향적 연구들을 통해 밝혀져 있습니다. 몇 가지를 소개해드립니다.

우선 규칙적인 운동과 금연, 절주는 퇴행성 질환에 걸릴 확률을 최소 20% 가량 줄여준다고 합니다. 퇴행성 관절염의 경우는 관절을 과하게 사용할 경우 더 빨리 진행되기 때문에, 운동을 할 때는 가볍고 부드럽게 해주어야 합니다.

또 스트레스를 피해야 합니다. 스트레스나 우울증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켜 면역 기능을 낮추고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높여 뇌 세포와 해마의 손상을 심화시킵니다. 이 때문에 퇴행성 뇌질환이 촉발될 수 있는 것이죠. 스트레스는 관절염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두 가지가 무관할 것 같지만, 심한 스트레스는 근육의 긴장도를 높이고,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쳐 염증 반응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관절염을 악화될 수 있습니다.

오메가3(Omega-3)가 함유된 음식을 복용하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해당 성분은 퇴행성 질환들을 관리하고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습니다. 오메가3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 대표적인 음식은 멸치, 고등어, 연어와 같은 생선입니다.

우리에게 노화가 시작되면 피부에 주름이 가는 것을 아예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선크림을 발라 자외선 차단을 해주고, 적당한 보습을 해주는 등 방법을 통해 이를 늦출 수는 있습니다. 퇴행성 질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간단한 일상 생활 관리을 통해 관절과 뇌의 노화를 늦추는 노력을 소홀히 하지 않으시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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