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의 직격] 주민 반대하는 소각장 건설이 SK식 ‘친환경’?

sk그룹 홈페이지ⓒsk그룹 홈페이지 캡쳐

온갖 홍보를 통해서 ‘ESG(환경, 사회, 기업지배구조)’, ‘친환경’ 등을 표방하면서, 시골에서 폐기물을 소각하고 매립하는 것으로 돈을 벌려고 하는 재벌그룹이 있다. 바로 SK그룹 얘기이다.

얼마 전 경북 경산시의 용산면이라는 곳의 주민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용산면에는 이미 경산시에서 나오는 생활쓰레기를 소각하는 소각장(일 100톤 규모)이 있는데, 경산시가 새로운 소각장을 하나 더 건설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도에서 용산면을 찾아보니, 경산시내에서는 상당히 떨어진 농촌지역이고, 경북 청도군과 붙어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이런 농촌지역에 이미 생활쓰레기 소각장이 있는데도, 새롭게 70톤 규모의 소각장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이다.

생활쓰레기를 줄이면 지자체가 손실을 떠안는다?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되는 소각장이다. 민간투자사업 중에서도 BTO-a(Build·Transfer·Operate-adjusted)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손익공유형’이라고 불리는 민간투자사업 방식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방자치단체가 소각장의 건설·운영에 필요한 최소사업운영비만큼을 민간업체에게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서는 일정 정도 수입이 안 나오면 손실을 지방자치단체가 떠안게 된다(초과이익이 나면 지자체도 공유).

그러나 생활쓰레기 소각장을 새로 지으면서 이런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만약 앞으로 경산시민들이 노력해서 생활쓰레기 양을 줄이고 재활용율을 높이면, 소각장은 적자가 나고 그 적자를 경산시가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소각장이 이익이 나려면 경산시민들은 생활쓰레기를 많이 배출해야 하고, 그 쓰레기를 많이 소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산시 용성면 공청회장 부근에 붙어 있는 현수막ⓒ하승수 제공

이것은 앞으로 생활쓰레기를 줄여나가야 하는 정책방향과도 어긋나는 것이다. 기후위기와 대기오염 문제를 생각하면 생활쓰레기 양도 줄이고 재활용율도 높여야 하는데, 그럴수록 경산시는 시민 세금으로 민간업체에 손실을 보전해 줘야 하는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도대체 이런 방식으로 민간투자사업을 하는 주체가 어디인지를 찾아보니 “가칭)경산클린에너지 주식회사”라는 곳이 나온다. 주식회사 앞에 “가칭”이 붙어 있는 것이 이상해서,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에 들어가 법인등기부등본을 찾아 보았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결국 아직까지 설립도 안 된 법인인 것이다.

가칭 뒤에 숨어 있는 실체는 SK그룹 계열사

8월 14일 경산시 용성면에서 열린 공청회에 주민측 진술인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주민대책위의 간곡한 요청을 거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청회장에 가니 마침 업체쪽에서 담당자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있었다. 그 사람에게 ‘가칭)경산클린에너지 주식회사’의 최대출자자가 어디인지를 물어 보았다.

그러니까 ‘환경시설관리’라는 답이 나온다. 환경시설관리(주)는 폐기물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회사이고, 최근 SK그룹이 인수한 회사이다.

업체측 담당자에게 ‘그러니까 SK그룹 소속이죠?’라고 물어보니 머뭇거리다가 ‘그렇다’라고 말한다.

결국 경산시에 ‘쓰레기가 많이 나와야 돈을 버는 소각장’을 짓겠다는 주체는 SK이라는 재벌그룹의 계열사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업을 추진하면서 어떻게 친환경이니 ESG니 하는 말을 할 수 있는가?

최태원 sk그룹 회장ⓒ사진공동취재단

생활쓰레기를 많이 나오게 해야 돈을 버는 사업은 반(反)환경사업이다.

더 이상한 것은 기존에 설치된 제1소각장의 경우에는 민간업체가 전적으로 손실까지 부담하는 방식인데, 지금 SK그룹 계열사가 추진하는 제2소각장의 경우에는 지자체가 손실을 보전하는 BTO-a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경산시가 SK그룹에 특혜를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세상 행복’을 표방하며, 농촌을 고통에 빠뜨려

지난번에 '하승수의 직격'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SK그룹은 충북 괴산군 사리면에 산업폐기물매립장이 포함된 산업단지도 추진하고 있다. 게다가 주민들에게 심각한 건강피해를 주고 있다는 논란이 있는 충북 청주시의 폐기물소각장 업체(클렌코)도 최근 인수했다.

‘환경중시’ SK와 최태원, 산업폐기물매립·소각이 친환경? https://www.vop.co.kr/A00001575925.html

이런 식으로 시골에서 폐기물을 태우고 매립해서 돈을 벌겠다고 하면서, 친환경을 표방하는 것은 시민들을 기만하는 행태이다.

차라리 그냥 솔직하게 ‘우리는 환경보다는 돈 버는데 관심이 있다’고 얘기하라.

이 글을 쓰면서 SK그룹 홈페이지를 들어가보니 SK그룹은 오늘도 “ESG로 세상 행복하도록”이라는 문구가 들어간 광고를 띄워놓았다.

이런 광고를 띄워놓고 환경을 훼손하고 농촌주민들을 고통에 빠뜨리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SK그룹이 정말 조금이라도 환경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생각이 있다면, 자신들이 추진하고 있는 폐기물 소각, 매립 사업을 즉시 중단하고,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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