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탈레반-미국, 폭탄 테러로 드러난 ‘엇갈린 관계’

26일 테러 공격 이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사진=뉴시스/AP

편집자주:26일 최소 13명의 미군을 포함해 최소 90명이 사망하는 폭탄 테러가 일어났다. 이슬람국가(IS)의 공격이었다. IS의 아프간 지부인 이슬람국가호라손(IS-KP)가 어떤 조직인지 설명하는 가디언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Islamic State claims responsibility for Kabul airport blasts

이슬람국가(IS)가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과 인근 호텔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의 배후임을 자처했다. 이에 놀란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폭발 직후부터 가장 유력한 용의자가 IS의 아프간 지부 격인 이슬람국가 호라손(ISKP)이었다. IS의 아프간 지부는 중세에 아프간, 이란, 중앙아시아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지역인 호란산성에서 이름을 따왔으며, ISKP외에도 IS-K 또는 ISIS-K라 불린다.

IS는 자신들의 공식 통신사인 아마크통신의 텔레그램 계정으로 압둘 라만 알로가리가 ‘카불 공항 근처에서 순교 임무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이름만 봐서는 최소 13명의 미군과 60명의 민간인이 죽은 공격을 행한 사람은 아프간 사람인 것으로 짐작된다.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22일 카불 공항에 대한 ISKP의 위협이 실재하며 미국은 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경고로 지금까지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ISKP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고, 지난 몇 달간 ISKP와 연관된 공격이 늘어나 걱정했던 영국과 서유럽 정부들도 비슷한 우려를 표했다.

런던대학교 국제급진화연구센터(ICSR)의 챨리 윈터 선임 연구원은 “ISKP는 2019년과 2020년 힘든 시기를 겪다가 다시 세력을 재정비하며 부활하고 있었는데 탈레반의 권력 장악 이후 갑자기 침묵했다. 아마도 새로운 작전을 기획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8월 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근처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에 대해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그래픽=뉴시스/AP

군중과 비행기 및 기반 시설 때문에 카불 공항이 IS가 좋아할 만한 공격 목표물이라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했다. 윈터가 지적했듯, 카불 공항에는 “미군과 서방에 빌붙어 협력자로 낙인 찍힌 아프간인, 그리고 이슬람국가가 이슬람을 배반했다고 간주하는 탈레반 등 다양한 목표물이 완벽하게 밀집돼 있었던 것”이다.

ICSR에 있는 토레 해밍은 “그렇기 때문에 IS가 이를 성공적으로 공격하면 그것을 대단한 승리로 여길 것이다. 그들은 한 번의 공격으로 여러 가지를 달성할 수 있다. 그들에게 중요한 목표물을 공격하고, 자신들의 건재함을 과시하며, 탈레반이 카불을 통제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부각시켜 탈레반의 권력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했다.

ISKP는 6년 전 IS 대표단이 파키스탄 남서부를 방문해 불만이 있는 탈레반 사령관들과 이 지역 지하디스트 운동 내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던 기타 극단주의 세력들을 만나면서 결성됐다.

ISKP의 모조직인 IS는 당시 정점에 이르고 있었다. IS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순식간에 거대한 지역을 차지하고 이슬람 세계 곳곳의 동맹 세력을 결집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존의 이슬람 운동 세력 중에는 IS 반대파가 많았다. 아프간에서는 탈레반도 그랬지만 알카에다와 아프간 정부, 그리고 미국이 그랬다. 그리고 이들 사이에서 일련의 교전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운동 지도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해밍은 “IS는 이라크나 시리아에서와 마찬가지로 호라손에서 너무 배타적이었다. 그건 실수였다. 그리하여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단체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너무 많은 적을 만들어냈다”고 지적했다.

21일 미국 해병대가 해병대 특수부대와 함께 카불 공항에서 아프간 군중을 통제하고 있다. 누가 봐도 카불 공항은 '목표물이 완벽하게 밀집돼 있는', IS에게 좋은 테러 공격 타겟이었다.ⓒ사진=뉴시스/AP

최근 몇 달 동안 ISKP는 전형적인 잔혹성을 드러낸 일련의 작전들을 수행하며 다시 부활하는 듯했다. 군인 뿐만 아니라 시아파 이슬람교도, 언론인, 외국인 및 민간 기반 시설 등 훨씬 더 광범위한 세력을 목표로 삼으면서 말이다.

이에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들도 있다. ISKP의 공격 횟수는 늘었지만 그것으로 그들의 세력을 측정할 수 없으며, ISKP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의 로얄유나이티드서비스연구소에 있는 안토니오 지우스토치는 ISKP가 극단적인 이데올로기에도 생각보다 실용적이라고 지적한다. 지우스토치는 “ISKP가 지역 정치를 잘 활용한다. 아프간과 파키스탄 사이에서 세력을 키우기 위해 경쟁하는 단체가 많은데, ISKP는 이를 상당히 잘 한다”고 했다.

회원국들이 제공한 정보를 분석한 한 UN 보고서에 따르면 ISKP 군대는 현재 쿠나르와 난가르하르 주의 작은 지역에 있는 약 1500~2500명의 전사들로 축소됐으며, ISKP는 주로 아프간 전국에 퍼져 있는 세포 조직, 같은 이념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연락하지 않고 자립적으로 움직이는 조직들로 구성돼 있다고 한다.

또, ISKP의 전략 중 하나는 자신을 아프간에서 가장 순수한 무타협 세력으로 자리매김해 탈레반을 비롯한 여러 단체에서 불만을 지닌 전사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라고 한다. 그 결과 ISKP의 많은 사람들은 아프간인이 아니며 파키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에서 왔다.

이라크 디비스에서 2017년 10월3일 이슬람국가(IS)에 연계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하층 출신 남성들이 교도소에 서 벽을 보고 도열해 있다. 이라크는 최소 1만9000명을 IS 및 다른 테러 단체들과 연계됐다는 혐의로 수감 또는 구금하고 있는 것으로 AP 통신의 분석 결과 나타났다. 이중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도 3000명이 넘는다. 2018.3.21ⓒ사진=뉴시스/AP

이는 전략을 둘러싼 내분으로 이어졌다. 온건한 정책으로 주민의 지지를 끌어내야 한다는 분파도 있고, 일단 힘으로 밀어붙여야 한다는 분파도 있었다.

그런데 2020년 6월부터 야심만만한 새 지도자가 조직을 이끌었고, 2021년 초에 중동의 IS 지도자들이 많은 지원금을 보내 이번 작전이 가능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지우스토치는 “세계적으로 IS의 확장 가능성이 제한되기 시작하면서 아프가니스탄이 (본거지로) 점점 떠오르며 지도부의 관심을 집중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게 단순한 일은 아니다. IS의 공식 정책과는 달리 ISKP가 중앙 지도의 통제를 벗어난 독자적인 매체를 운영하고 있다. 시리아, 나이지리아 및 기타 지역의 지부를 통제하기 어렵듯, IS가 ISKP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얘기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IS 중앙 지도부가 카불 공항 공격을 직접 명령했을 가능성도 있다)

탈레반은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탈레반이 광활하고 험준한 아프간의 구석구석을 모두 감시할 수는 없다. 탈레반은 2021년 초반 두 번의 공격을 통해 쿠나르 주의 두 계곡에 있는 ISKP군을 몰아내려 했으나, 지금까지도 실패하고 있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애런 제린 선임연구원은 낙관적이지 않다. 그의 말대로 “탈레반이 실제로 통제할 수 있는 지역이 어디까지일까? 아프간에는 IS가 이용할 수 있는 지형이 아주 많다. 그리고 그들은 뉴스에 등장하기 위해 가까운 미래에 이런 테러를 계속 저지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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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연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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