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리포트] 한국교회가 책임을 무겁게 져야 할 난민 혐오 정서

26일 오후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해온 아프간 현지인 직원 및 배우자 ,미성년 자녀, 부모 등 378 명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1.08.26.ⓒ사진공동취재단

최근 아프간인 국내 이송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관심이 뜨겁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 또는 기관의 활동에 기여한 아프간인과 가족 390명이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위협에서 벗어나 무사히 국내로 이송된 것을 보며, 외신들도 호평을 쏟았다. 이들을 수용한 진천군에 대한 응원도 이어진다. 진천군이 운영하는 진천 농특산물 쇼핑몰에는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을 품어준 진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응원 구매에 나선 고객들이 몰렸다고 한다.

언론들도 난민을 대하는 우리 국민의 자세가 3년 전인 2018년 예멘 난민 입국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3년 전 내전을 피해 제주에 온 예멘 난민 500명을 돌려보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반대 여론이 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틀린 분석은 아니다. 가짜뉴스에 기반해 확산한 난민과 이슬람에 대한 무차별적 혐오와 공포에 속지 않게 된 사람들이 전보다는 확실히 늘었을 테다. ‘난민은 위험하다’는 막연한 공포는 막상 그들을 대면하고 함께 지내보면 깨질 공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국내 입국과 관련해 다룬 기사마다 악성 댓글이 줄줄이 달리기도 한다. 극우적 성향의 개신교인들이 모여 있는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는 수년 전 가짜뉴스로 판명된 글이 또다시 게시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내일 오후 아프간의 이슬람 교도들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을 기독교 선교사 229명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다.

‘긴급 중보기도 요청’이란 제목을 달고 또다시 등장한 이 글은 지난 2018년경에도 확산하면서 뭣 모르는 교인들은 이 메시지를 부여잡고 진심으로 기도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사실무근으로 판명 나 언론 팩트체크 기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사안인데, 최근 아프간 특별기여자 국내 이송을 앞두고 교인들 사이에서 또 돌아다닌 것이다.

극우적 성향의 개신교인들이 모여 있는 단체 카카오톡 채팅방에는 수년 전 가짜뉴스로 판명된 글이 또다시 게시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내일 오후 아프간의 이슬람 교도들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을 기독교 선교사 229명을 위해 기도해 달라”는 내용의 메시지다.ⓒ기타

이미 팩트체크 당한 게시물이라 본인들도 민망했는지 얼마 못 가 이런 메시지도 돌았다.

“[팩트체크] 아프간에서 선교사 229명이 처형된다고? 실제상황이 아니랍니다ㅠ 그러나 아프간 기독교는 현재 비슷한 상황 속에 있습니다. 기도해 주십시도”

선교사 229명의 처형이 사실이 아니라면 최소 다행이라 생각해야지, 왜 우는 모양의 이모티콘이 등장한 것일까. 참으로 어이없는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한국 개신교 ‘이슬람·난민 혐오’로 얼룩진 종교 오명 왜?

이미 많은 이들이 알고 있겠지만, 보수개신교는 이슬람과 난민 혐오 확산과 관련해 책임이 있다.

이슬람포비아의 역사는 실로 오래됐겠지만, 한국교회 내에서 이슬람포비아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은 박근혜 정권 시기로 기억한다.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가 2015년 중동 방문 이후 익산 할랄식품 단지 조성 등을 추진하겠다고 하면서 가짜뉴스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심지어 ‘박근혜 탄핵’의 원인이 할랄 정책 때문에 하나님이 진노한 탓이라고 주장한 목사들도 존재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들의 주장이 어떤 음모론을 근거로 하고 있는지를 뒷받침해 줄 PPT 일부를 공개하고자 한다. 2019년경 국가를 위해 기도한다는 한 개신교 단체의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은 ‘사탄의 정사와 권세와의 영적전투’라는 제목의 PPT다.

이 PPT에서는 신자들은 이 땅에서 영적 전쟁을 치루어야 할 하나님 나라의 군사들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사탄에게는 계급이 존재하며 사탄의 정사들이 정치, 경제, 문화, 종교를 통해 활동해 결국 하나의 세계 정부를 세우려 한다는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PPT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사탄의 마지막 자이언트로 ‘이슬람’을 꼽고 있었다는 점이다.

보수개신교가 만든 ‘사탄의 정사와 권세와의 영적전투’라는 제목의 PPT. 이 문서에선 이슬람을 사탄의 세력으로 묘사하고 있다.ⓒ기타

사실 매우 조잡한데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확실치 않으나, 해당 PPT를 내려받은 기관은 한 신학대학교 부총장까지 지낸 인물이 대표를 맡고 있었다. 아울러 2018년 “난민들이 우리 딸을 뺏어간다”라고 했던 김승규 전 국정원장과 막역한 사이였다는 점도 이미 해당 단체 핵심 인물을 통해 확인한 바 있다. 김승규 전 국장원장, 그렇다. 전광훈 씨가 멘토로 꼽은 바로 그분이시다.

이슬람에 혐오를 심기 시작한 최초의 사람은 따로 존재할지 몰라도, 최소 자칭 개신교 지도층을 자처하는 많은 인물들이 이슬람 혐오 주장에 힘을 실어왔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터다.

물론 이슬람과 난민 혐오와 함께 ‘2020년 한국이 이슬람국가 된다’ 등 개신교계 포럼에까지 등장했던 이 주장들은 모두 현실성 없는 가짜뉴스로 판명됐다.

2021년을 사는 현재, 대한민국이 어디 이슬람 국가인가. 그런데도 보수 개신교인들은 여전히 난민이 불편하다. 얼마든지 가서 선교는 해도 이 땅에 발은 못 붙이게 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정서다.

2007년 샘물교회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생각해보라. 가지 말라는 곳에도 가고, 굳이 공격적이고 극단적인 선교방식으로 우려를 살망정, 한국 땅에는 난민을 못 받아들이겠다는 건데, 이 지점에서 이분들의 신앙이 참으로 신기하게 느껴진다. 목숨도 내놓는 선교는 할 수 있지만, 이 땅에 오는 난민을 환대할 만큼의 믿음은 없다니.

그렇다면 난민 혐오를 쏟는 개신교인들은 과연 순수할까? 생각은 다르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의 신앙을 가지고 열심인 것이라 생각해야 하느냐는 얘기다. 내 결론은 단호히 ‘그렇지 않다’

혐오, 대체 왜 하는 걸까?

부동산 카페 회원들의 집회가 이어지던 지난해 7월경부터 나는 ‘6.17규제 소급적용 피해자모임 카페’를 수개월간 모니터링한 적이 있다. 그곳의 운영진 중 한 명은 당시 인터뷰에서 “난민대책국민행동 대표로 일했었다”라고 이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난민대책국민행동은 예멘 난민이나 외국인 입국을 반대하는 단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작 ‘6·17규제 소급 적용 피해자는 아니’라고 했다. 뭔가 좀 이상하다 싶어 그 카페의 움직임을 꽤 오랫동안 지켜봤는데, 실상 정작 부동산 정책을 건설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소위 가짜뉴스 카톡방에 등장하는 게시물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고, 지난해 8월 15일 이후 전광훈 씨가 2차 팬데믹의 주범으로 꼽히자, '공산주의가 제일 싫어하는 곳이 교회라서 사랑제일교회가 탄압받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 확진자 숫자를 고의로 조작하고 있다' 등, 음모론에 동조하는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신들끼리 신념으로 굳히는 모습도 보였다. 결국 이 단톡방은 어떻게 됐을까?

전광훈 씨ⓒ뉴시스

누군가 전광훈 씨를 비판하면 여러 명이 공격을 이어가더니, 카카오톡 채팅방 명칭마저 ‘사랑제일교회 애국교회를 위한 모임’으로 변경됐다.

이 방에서는 조금만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글이 올라와도 ‘조선족’이라며 공격하곤 했고, ‘카카오톡 프로필 명칭에 ‘반중친미’와 같은 공통 명칭을 달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나는 이를 끝내 다 따르지 못해 카카오톡 명칭이 ‘사랑제일교회 애국교회를 위한 모임’으로 변경될 때쯤 바로 퇴출됐다.

이런 의심스러운 정황들을 차치하더라도 어려움에 처한 이웃을 외면하는 건, 결코 하나님의 뜻일 리가 없다. 혐오는 더더욱 성경의 가치가 아니다.

이슬람 혐오에 대해서도 빠지지 않는 전광훈 씨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는 지금 아프간 특별기여자들 이송에 대해 뭐라고 말하고 있을까?

‘아프간 다음은 대한민국’이라며 국민혁명당 천만 가입을 촉구하는 데 활용하는 중이다. 미군 철수로 아프간이 탈레반에게 넘어갔고, 한국도 미군이 철수하면 바로 북한에 점령당할 테니, 공산주의에 맞서는 자신의 당에 가입해 달라는 주장을 맹렬히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이 철수하기 무섭게 탈레반에게 넘어간 근본 원인은 아프가니스탄 정부의 무능과 부패 때문이었다. 여러 군벌들이 장악해 부정부패, 횡포를 일삼는데도 이를 막아주거나 통제하지 않았고, 오히려 유착한 탓이었다. 당연히 내부적으로 차라리 나름의 위계를 갖추고 통제 능력을 갖춘 탈레반이 낫다는 여론마저 형성하지 않았겠는가.

최소 미군 철수보다는 전광훈과 같이 혐오를 무기로 세를 결집하고 자신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 가짜뉴스나 퍼뜨리는 세력에 단호히 대처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가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전광훈 씨는 한국 주둔 미군 철수를 걱정할 시간에 본인을 먼저 겸허히 돌아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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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연 평화나무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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