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불인정 노동자가 재심의로 권리구제 받은 경우, 지난해 1571건

강순희 공단 이사장 “억울한 노동자 없게, 산재심사위 더 적극적으로 역할 다 할 것”

눈 오는 날 도로에 미끄러져 쓰러진 배달 오토바이 자료사진ⓒ뉴시스

산업재해 심사 결과 구제 대상이 아니라고 결정 났다가도 이의신청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 등으로 산재보상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매해 약 1600건씩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심사결정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연간 약 180만 건의 산재보험급여 청구 건 중 약 178만 건(98.7%)은 원처분 단계에서 산재보상이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연간 1만1천여 건에 대해서는 이의신청 제도를 통한 재심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 중 새로운 증거 등이 발견되거나 최신 판례로 권리구제가 이루어진 경우는 2019년 1690건, 2020년 1571건 등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6월까지 904건에 대해 권리구제가 이루어졌다.

이처럼 공단은 산재보상을 받지 못한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는 ‘산재심사청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의신청으로 산재가 인정되면 소송 결과를 기다리기 전에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어, 이 제도는 산재노동자의 권리보호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공단은 대표적인 사례로 적극적인 추가 조사를 통해 구제된 배달노동자의 산재사고를 들었다.

배달노동자 A 씨는 지난해 8월 안산에서 배달 일을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하지만 당시 공단 산재심사 원처분에서는 신호를 위반하여 일으킨 교통사고로 보고 산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이의신청 제도를 통해 이루어진 추가조사에서는 사고의 주된 원인이 교통신호 위반이 아니라 과로로 인한 졸음운전임이 인정됐다. 이의신청 제도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은 것이다.

새로운 증거가 인정돼 재해가 인정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9월 마산에서 출근길에 벌어진 사고 사례다. B 씨는 자녀의 집에서 회사로 이동 중 발생한 사고로 다쳤으나, ‘거주지에서 회사까지 출퇴근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만 재해로 인정하고 있는 원칙’으로 산재를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이의신청 제도로, B 씨 측은 자녀의 집이 통상적인 거주지였다는 새로운 증거자료를 제출하여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최신 판례의 취지를 적용하여 지급을 중단했던 치료비를 다시 지급하기로 한 사례도 있었다.

배달노동자 C 씨는 지난 2014년 배달 일을 하다가 비보호 좌회전을 하던 차량을 들이받아 식물인간이 됐다. C 씨 가족은 그나마 산재가 인정돼 치료비 부담을 덜 수 있었으나, 올해 초 공단이 갑자기 요양급여 지급을 중단하면서 어려움에 처했다. 환자가 다른 보험 또는 공제회를 통해 간병비를 받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C 씨 가족은 “치료비는 병원에, 간병비는 간병인에게 주는 돈인데 어떻게 중복되느냐”며 반발했다. 이에, 공단은 재심사 절차에서 간병비는 치료비와 성격이 다르다는 최근 법원 판례의 취지를 반영해 치료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공단 관계자는 “이 같은 제도를 모르는 국민도 많기 때문에 이번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라며 “앞으로도 새로운 사례가 나올 때마다 산재보상을 받지 못한 이들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산재심사청구 제도가 있음을 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순희 공단 이사장은 “단 한 명의 산재노동자라도 억울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재심사위원회가 더 적극적으로 권리구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제도는 1964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제정될 때부터 있었으나, 2008년 이전까지는 공단 내부 관계자들로만 구성된 심의위원회로 운영되다가 2008년부터는 법이 바뀌어 외무전문가가 참여하는 형태가 됐다. 심사청구 건을 심의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는 변호사, 공인노무사, 대학교수, 사회보험 및 산업의학 전문가 등 법률·의학·사회보험 분야 외부 전문가 150명 이내로 구성·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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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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