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건축물 50% 이상이 잠재적 해체대상 건축물로 추정되고 있어, 앞으로 건물 해체공사 시장규모가 지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광주 학동 재개발현장 붕괴 사고와 같은 재해가 반복되지 않게 제도적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안전보건공단 중앙사고조사단은 1일 ‘건축물 해체공사 문제점 및 사고예방 방안’ 등에 대해 다루는 ‘중대사고 이슈 리포트’를 발행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2월 기준 전국에 분포된 건축물 중 준공 후 2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은 약 58.8%에 이르고 있어 국내 건축물의 50% 이상이 잠재적 해체대상 건축물로 추정된다. 특히 최근 해체공사 주요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35년 이상 노후 건축물은 무려 31.4%에 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국내 해체공사 시장규모는 지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최근 해체공사 대상이 되는 건축물은 과거 재개발 때와는 규모가 다르다는 점이다. 과거 해체공사 대상 대부분은 일반 굴착기로 손쉽게 해체 가능한 1~2층 건물이었다면, 최근 해체해야 하는 건축물은 5층 이상의 고층 철근콘크리트 건물이다. 이에 따라, 작업의 난이도와 위험성이 함께 증가하는 추세다.
시장규모가 커지고 있어선지, 해체공사 중 붕괴사고도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2017년 1월 7일 서울 낙원동 건물 해체 중 붕괴사고로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2019년 7월 4일 서울 잠원동에서도 건물 해체 중 붕괴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크게 다쳤다. 올해에는 4월 30일 서울 장위동 재개발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졌으며, 6월 9일 광주 학동 재개발현장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과거 유사 사고 이후 일부 관련법이 개정되고 지자체 조례개정 등이 이루어졌지만, 비슷한 사고가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공단 중앙사고조사단은 반복되는 사고 원인으로 ▲ 안전보다 실익을 우선시하는 사업 구조 ▲ 위험예방을 위한 현장 감시기능 및 지휘·감독 체계 미비 ▲ 해체계획서 작성자와 실행자 사이의 괴리 등을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조사단은 “작업일정 단축과 이윤추구에만 중점을 둔 사업진행이 만연하고, 이면계약과 다단계 불법 재하도급 등을 통한 공사비 절감 시도 등이 해체공사의 사고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면계약 및 재하청 관행은 의사결정 체계 및 공사 책임관계를 혼탁하게 하여, 공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도 즉시 대응하기 힘들게 하는 등 위험관리의 불확실성을 높인다”라고 지적했다.
또 사업 참여자 등이 ‘해체계획서’를 인허가 수단으로만 인식하여 제3자에 대행 작성하게 함으로써 형식적인 계획이 수립되고 있는 점, 공사역량이 부족한 영세업체가 해체계획과 상이한 위험한 작업을 강행하더라도 원청이 이를 묵인·방조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점, 해체계획 이행여부를 확인해야 할 감리자·허가권자의 관리·감독 소홀로 현장의 위험이 적발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 등을 지적했다.
실제 올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붕괴 사고의 경우,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철거공사를 서울 한솔기업에 발주했지만 실제 공사는 광주에 있는 백솔건설에서 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또 석면제거 공사는 주택조합이 다원이앤씨와 계약했지만, 백솔건설이 또 다른 하청업체의 면허를 빌려 공사한 것으로 나타나 관리·감독 기관인 동구청·노동청에 대한 수사기관의 압수수색도 이루어진 바 있다.
조사단은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 위해 ▲ 구조 안전 전문가 현장참여 확대 ▲ 발주자 및 원청 주도의 지휘·감독 체계 정비 ▲ 해체공사 참여자의 자격기준 제한 및 시공안전 역량 강화 ▲ 위험요인 사전 감시기능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조사단은 “해체 건축물 사전 조사에 구조전문가를 포함한 여러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도록 하여 현장 실정에 적합한 해체계획이 수립되고 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원청이 선두에서 총체적 안전관리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공사 지휘·감독 체계를 정비하여 사고예방에 만전을 기해야 하며, 공사 위험도에 따라 해체공사 사업장을 등급화하여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건설업체 자격기준도 세분화하여 제한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한편, 안전보건공단이 격월로 정기 발행하는 웹용 잡지 ‘중대사고 이슈리포트’는 올해 3월부터 시작해 이번이 네 번째 발간이다. 최근 쟁점이 된 중대사고 중 정책 및 제도적 시사점이 있는 사안 위주로 제작된다.
안전보건공단 김남두 단장은 “중대사고의 정밀·기획조사를 통해 원인을 밝히는 것이 사고 예방의 첫걸음”이라며 “사고 원인조사 및 이슈리포트 발간 등을 통해 재발 방지대책이 현장에서 구현되고, 사망사고 감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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