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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 침해 가능성 극히 작은 언론중재법, 피해구제 역부족이 문제”

[인터뷰] 민변 미디어언론위원장 김성순 변호사

박병석 국회의장과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국회의장실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관련 의사 일정에 합의한 후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8.31.ⓒ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언론단체의 입김에 여권의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입법 시도가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 내 언론중재법을 처리하겠단 목표를 거뒀고, 국회는 오는 27일까지 법안에 대한 숙의 과정을 갖기로 합의했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사회는 속이 탄다. 언론중재법은 정치계와 언론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이미 ‘이도 저도 아닌’ 법안으로 후퇴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미디어언론위원장인 김성순 변호사가 2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지금 언론단체의 의견을 더 들어줄 건 없다. 거의 다 들어줬다”며 탄식한 이유다. 민변을 비롯한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인권센터,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남은 기간 언론중재법을 깊이 있게 논의하겠단 여야의 약속이 결국 ‘공수표’가 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김 변호사는 지난 두어 달간 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에 언론중재법에 대한 관점을 전달하고, 관련 토론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하는 등 논의 과정 전반을 지근거리에서 살펴온 인물이다. 언론 보도 피해자들과 언론사를 대리한 소송 경험이 많은 김 변호사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수준의 언론중재법으론 법안 개정 이유인 ‘실효성 있는 피해구제’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비롯해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내용에 대한 언론계의 우려는 기우에 가깝단 지적이다.

언론이 주도하는 ‘언론중재법’ 여론전, 이해충돌 소지

현재 언론중재법에 대한 여론을 주도하는 쪽은 이에 대한 기사를 직접 작성하는 언론계다. ‘언론사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단순화한 문구가 언론중재법을 압축한 메시지로 기사화되지만 이 법안엔 언론이 거액의 손해를 물지 않을 ‘예외’의 상황들도 고려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보도는 ‘5배 징벌적 손해배상’에 시각을 기운다.

김 변호사는 “항간에 떠도는 언론중재법에 대한 얘기엔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기사를 언론중재법의 이해당사자인 기자들이 쓰는 것은 “당연히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독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전달되지 않고 있다. 언론개혁이라는 화두에 있어서 아주 세부적인 부분은 제대로 정보 전달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례로 김 변호사는 한국신문협회·한국기자협회 등 7개 언론단체가 개정안의 위헌성, 특히 배액 배상제의 위헌 소지를 주장하는 것과 관련해 “황당한 주장에 가깝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 수정안을 봤을 때 위헌결정이 나올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은 아무것도 없다. 5배 손해배상도 위헌 소지가 날 수 없다”며 “손해액 3배는 위헌이 아니고, 5배는 위헌인가.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법안은 입법자 또는 국민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단순히 ‘배액이 세냐, 안 세냐’를 갖고 위헌성을 판단하는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기업이나 고위공직자들이 보도의 허위성을 주장하며 무작정 소송부터 거는 ‘전략적 봉쇄소송’, 일명 ‘입막음 소송’이 증가하거나 언론의 비판 기능이 위축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김 변호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권력과 자본을 쥔 소위 ‘가진 자’, 어느 정도 비판을 감수해야 하는 공인의 성격을 가진 이들이 그 비판을 감수하지 않고 민사소송, 형사고소를 하는 걸 전략적 봉쇄소송이라고 하는데 이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며 “언론중재법 때문에 전략적 봉쇄소송을 하고 못 하고는 상관이 없다. 더 늘어나거나 효과가 가중될 일도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전략적 봉쇄소송이 제기된 보도는 대체로 공익적 보도이거나 취재 노력이 가미된 경우가 많다. 때문에 원고(이 경우 권력 집단)의 손해가 인정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원고가 손해배상액을 종전보다 높은 배수로 청구하게 되면, 이는 피고뿐만 아니라 원고의 부담 또한 가중되는 부분임을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한 기업의 사장이 자사 노동자 사망사고 보도에 대해 되지도 않을 소송을 진행했다간 비용 문제에서 배임 소지가 있다.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논리로 역공을 맞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언론중재법 개정안으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가능성 역시 “극히 작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 법으로 언론에 의한 피해구제가 확실히 될지조차도 의문인데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는 게 확실하다’는 취지의 보도가 나가는 걸 이해할 수 없다”며 “실제 재판 운영에서 무엇이 바뀔지, 강력한 피해구제가 될지, 법원을 구속하는 손해배상의 판단 규정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긴급보고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8.3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수만 건 기사 중 ‘허위·조작 보도’ 나올 확률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그동안 언론 자유를 명분으로 낮게 산정된 ‘허위·조작 보도’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키우도록 한다. 진실이 아닌 것을 진실처럼 꾸미면서, 거짓을 참으로 오인하도록 만든 보도는 이전보다 더 큰 책임을 물도록 했다. 그렇다면 통상의 언론 보도에 ‘허위이면서 조작인 보도’가 등장할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김 변호사는 “실제로 소송할 때 언론사가 패소하는 경우는 ‘취재 노력이 없는 경우’”라고 말했다. 언론사가 보도에 기울인 최소한의 취재 노력만 입증한다면 허위·조작 보도로 손해배상액을 낼 상황엔 놓이지 않는단 것이다.

김 변호사는 또 “베껴 쓴 기사는 기자들이 베껴 쓰는 과정에서 내용을 합치다가 사실과 달라지는데 그건 허위·조작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결국 그렇게 (손해가)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보통 언론사에서 ‘베껴 쓴 부분에 착오가 있었다’고 말할 텐데, 판사가 그걸 ‘보도를 조작했다’고 인정하겠나. 그건 조작 보도가 아니라 중과실 보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피해구제 효과를 살리려면 일단 손해배상 대상이 되는 보도의 범위부터 넓혀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요건을 ‘허위 보도’ 정도로만 줄여서 원고가 허위성만 입증하면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허위 보도라고 해서 손해배상이 모두 인정되는 것도 아니다. 언론은 언론중재법 5조 2항에 따라 취재 노력이 어느 정도 합리적으로 들어있으면 허위라도, 과실이 있어도 보도에 ‘책임이 없다’는 강력한 언론자유를 보장받는다. 그걸로 언론사는 충분하다”고 말했다.

현행 언론중재법 5조 2항은 언론 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다면 ‘언론이 보도 내용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적시한다.

포털에 주도권 뺏긴 언론, ‘도덕성’ 마저 열위

언론은 공정한 보도를 위해 기본으로 지켜야 할 직업윤리를 요구받는다. 강제성, 법적 구속력이 없는 규범이기 때문에 언론계 전반의 실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김 변호사는 언론계의 자정 능력 상실은 물론, 서로의 비도덕적 행위를 눈감아주며 “상호 간에 건전한 비판 관계가 사실상 없어진 현실”이 오늘날 언론중재법 개정 시도를 초래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언론 환경에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수 있는 언론인은 없다고 생각한다. 분명히 다들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지만, 그 문제의식에 대해서 나서서 개선하고 조리 있는 작업을 안 하려고 한다”며 “집단에 어떤 조치를 가하는 것 자체로 의미 있을 때가 있는데, 서로서로 아는 현업단체들이고 ‘언론계 힘든데’, ‘기자들 힘든데’ 이런 태도 때문에 언론계가 더 힘들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누구나 언론사를 차릴 수 있다’, ‘등록만 하면 된다’ 아주 좋은 명제인데 그럼 사후에 기사의 질, 언론사의 품위를 못 지키는 곳에 제재를 강하게 하자고 언론인들이 말했어야 한다”며 “언론계가 알아서 잘 자정했다면 지금처럼 네이버·다음 등 포털이 칼자루 쥐고 흔들 수 없었을 거다. 자정하지 않으니 플랫폼 사업자가 ‘저널리즘 가치’를 운운하면서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만들어 언론사를 포털에서 자른다고 윽박지르는 분위기가 된 거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플랫폼 사업자가 기술 발전에서 빠른 건 어쩔 수 없다 해도, 그 상황에서 언론은 ‘도덕적 우위’마저 점하고 있지 못했다”며 “언론이 당장의 단기매출, 기사 조회 수만 바라보고 갔기 때문에 품질관리를 잘 하지 않았다. 결국 네이버와 다음이 기사의 품질을 관리하는 나라가 됐다. 악순환이고, 이것이 물고 물어서 언론중재법까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양원 한국신문방송편집인 협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계단에서 열린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언론7단체장 기자회견에 참석해 성명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8.30.ⓒ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어떻게 참았나”

언론중재법 논의 과정에서 언론이 ‘법 개정으로 인한 피해구제 효과’에 더 목소리를 냈으면 어땠을까. 김 변호사는 “아주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형법에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이 있는데,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는 언론인들은 이제까지 이건 어떻게 참고 지냈는지 모르겠다”고 반문했다. 그는 “내가 사실을 보도했는데도 국가가 관여해 경찰서에 끌려가 조사받고, 법원에서 재판받고, 벌금이 나올 수도 있고, 집행유예도 나올 수 있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참으면서, 중복 처벌 우려가 있다며 언론중재법 통과를 반대하는 건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언론중재법을 통과시키고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제발 폐지하라는 게 정상적인 상황 아닌가. 교차 검증을 통해 정확히 보도하고, 허위 보도를 절대 안 할 거란 자부심을 갖는 기자들이 ‘사실을 적시했는데도 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더 반대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현업단체가 국회에 제안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업단체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엔 민주당의 법안과 달리 ‘고의·중과실’이란 단어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 언론사의 입증책임 부분을 회피한단 인상을 주는 대목이다. 김 변호사는 “원고가 증명한 것에 대해서만 손해배상이 나가도록 한 느낌”이라며 “고의성만 없으면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서 다 제외하는 형태를 취하고 싶은 것 같은데, 효과가 전혀 없는 법률안을 만들잔 취지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회에서 특정 분야의 개혁 대상이 됐을 때 나타나는 행동이 언론이라고 다르진 않더라”라며 “이번 사태에서 시민사회의 의견보다 언론단체의 의견을 더 많이 들어줬다. 언론단체가 아예 마이크를 쥐고 흔들어대는데, 결국 그 힘으로 법안 본회의 상정을 못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국제사회 언론중재법 비판 성명, “근거에 의문”

최근 언론중재법과 관련한 보도를 살펴보면 국제사회의 비판 성명이 유례없이 잦게 등장한다. 국경없는기자회, 국제기자연맹, 국제언론인협회, 세계신문협회,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등의 입장문이 여권의 언론중재법 개정을 반대하는 기사에 인용된다. 주로 국회에서 논의 중인 언론중재법에 우려를 표명하는 기류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해당 서한들이) 공신력이 있는 것 같진 않다. 팩트체크가 됐으면 좋겠는데, 우리나라 민사상 위자료 인정 법체계의 한계점이나 언론 피해 발생 사례의 경위와 원인, 언론중재법에 대한 제대로 된 자료를 주고 특히나 외신 기자들이 이에 대한 이해도가 명확한 상태에서 의견을 밝힌 건지 근거에 의문”이라며 “(한국 언론이) 국내 여론에서 논리나 도덕적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니 잘 모르는 외세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엔 측에서 보낸 입장문을 유심히 봤는데, 내용이 ‘특정 피해자가 없는 가짜뉴스에 대한 행정적·형사적 대책 코멘트’에 가까워 보인다. 이는 국내 시민사회계의 의견과도 거의 흡사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사회 성명이 인용된 기사들을 보면 ‘국가기관에서 관여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국가 관여의 정보통제 시도’라는 취지의 말이 많이 나온다. 그것이 기본 전제로 깔려있는데, 언론중재법은 기본적으로 국가기관에서 관여하는 법이 아니다”라며 “법원에서 판단하는 걸 국가기관에서 관여한다고 얘기하진 않는다. 도대체 무엇을 보고 그런 멘트를 냈는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과거 한 주간지에 게재된 오보 피해 문제점이 보도된 기사에 대해 발언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8.23.ⓒ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고의·중과실 기준, “민주당의 오해 사기 좋은 행동”

김 변호사는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에 신설하려는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특칙(30조의 2)’ 조항이 구체적이지 않고 실효성이 낮음에도, 무리하게 추진한단 인상을 줘 불필요한 논란을 자처한 점은 “오해 사기 좋은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법안 통과의 목적이 지지층을 의식하는 것으로 해석되거나, 현 정권 인사를 보호하기 위함으로 비쳐 정쟁 소지만 부각했단 것이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소관 상임위원회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를 거치며 특히 고의·중과실 추정 기준을 정하는 데 있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준의 개수를 7개→6개→4개로 줄이다 현재는 3개(▲보복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 보도를 한 경우 ▲정정 보도, 추후 보도가 있었음에도 이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 자료를 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를 왜곡하는 경우)만 남겼다.

심지어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언론중재법 본회의 상정 시도 직전엔 국민의힘에 협상 카드로 고의·중과실 추정 기준을 모두 삭제하는 타협안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부터 법안을 꼼꼼히, 그리고 신중히 만들었다면 초래하지 않았을 상황이다. 김 변호사는 “민주당이 고의·중과실 추정 기준을 너무 세세하게 넣다 보니 오히려 불필요한 논란, 비판에 직면했다.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언론중재법, 이제라도 집중해야 할 부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9월 본회의에 언론중재법을 상정하기까지 ‘8인 협의체’를 꾸려 이견을 좁히기 위한 논의를 진행한단 계획이다. 협의체에서 활동할 여야 의원엔 민주당 김용민·김종민, 국민의힘 전주혜·최형두 의원이 선임된 상태다. 남은 4인엔 양당이 각각 2인씩 추천하는 언론 전문가가 합류할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 언론 보도 범위를 ‘허위·조작 보도’가 아닌 ‘허위 보도’ 수준으로 넓혀 피해구제 효과를 살릴 것, 언론 보도 손해배상액의 하한선을 정할 것, 언론의 면책 사유를 전제한 언론중재법 5조 2항과 이를 고려한 기존 판례법리를 논의 과정에 충분히 반영할 것, 불필요한 고의·중과실 추정 기준을 삭제할 것 등을 법안 숙성 기간 동안 고려할 부분으로 제시했다.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 보도의 입증 책임 주체를 명확히 구분해 현장에서 발생할 혼란을 방지할 것도 제안했다. 원고(피해자)가 증명할 부분은 ‘보도의 허위 사실과 손해 발생’, 피고(언론사)가 소명할 부분은 ‘보도의 고의·중과실 여부’로 정리하는 것이다. 현재 개정안은 피해자가 언론사에 비해 보도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짐에도, 입증 책임 분담을 명확히 하지 않아 원고와 피고 모두가 동일한 정도의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취재 과정을 면밀히 알 수 없는 피해자가 언론 보도의 고의·중과실 여부까지 밝혀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개정안은 기존 판례의 입증 책임 분배보다도 피해 구제에서 후퇴한 측면이 있다.

김 변호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도입된다고 해서 언론사에 없던 책임이 생기진 않는다. 예전에 문제없던 보도는 지금도 문제없을 것”이라며 “시민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 취재 노력, 교차검증, 피해자 입장 확인, 반론권 보장 등 언론윤리에 있는 걸 하면 된다. 언론은 어떤 자구노력을 보여줄 건가. 언론계 안에서 언론 자유의 보호 범위를 확대해석하지 말잔 자정 목소리가 더 강하게 일반화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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