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진보] 백신접종 월경 부작용, 더 적극적으로 파악해야

1985년 출간된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기념비적 저작인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그렇게 되면 분명 월경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남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오래 월경을 하며 월경량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 의회는 국립월경불순연구소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의사들은 심장마비보다 월경통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할 것이다.” 사회가 월경을 비롯한 ‘여성의 일’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는지에 대한 풍자이자 고발이다. 이 책이 나온 지 35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8월 26일부터 40대 이하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정부는 추석 연휴 전까지 70% 접종을 목표로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백신 접종 완료자가 포함된 경우 다중이용시설 이용 제한 인원을 2인에서 4인으로 늘려주는 등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도 도입되었다. 40대 이하의 백신 예약률도 70퍼센트를 넘었다. 백신 접종 초기 백신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것과 대비된다. 어느 정도의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백신을 맞고 일상을 회복하는 것이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태도 변화에는 질병청에서 부작용과 대처 방안에 대한 안내를 꼼꼼하게 제공한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질병청은 전국민 대상 예방접종이 시작될 때부터 정기 브리핑과 보도자료, 각종 홍보물을 통해 예상되는 부작용과 대응 방법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백신 부작용 수합 설문조사에서 월경 관련 증상은 여전히 보기에도 들어가 있지 않다. 온라인에서 생리불순과 부정출혈에 대한 증언이 잇따르고 ‘여성 부정출혈을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으로 신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오자 질병청에서는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타’란에 월경 이상 증세를 기록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인과성은 확실하게 밝혀진 바 없다’는 말도 곁들였다.

18~49세 사전예약자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서울 관악구의 한 병원에서 시민들이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21.08.26ⓒ사진공동취재단

백신 부작용 조사에서 ‘월경’은 없고 ‘기타’를 택하라니
근육통, 발열, 메스꺼움과 달리 미리 듣지 못한 부작용
백신 공포 키우고 접종 기피 늘릴 수도

백신 부작용으로 근육통이나 발열, 메스꺼움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다면 사람들은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훨씬 더 많이 놀랐을 것이고, 백신을 두려워하는 마음 역시 훨씬 커졌을 것이다. 백신 접종을 기피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았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월경 관련 부작용은 일시적이고 단기적이다. 부작용이 생명에 큰 위협을 주지도 않는다. 근육통, 발열, 메스꺼움 등의 증상처럼 사전에 부작용 가능성과 대처 방안이 안내되었다면 이렇게까지 논란이 될 일도 아니다. 문제는 부작용에 대한 안내에서도, 실제 부작용 수합에서도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월경 부작용에 대한 사례는 누락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14만 건의 사례를 수합해 월경 관련 부작용의 가능성을 처음 제시했던 캐서린 리 세인트 워싱턴 의과대학 박사 역시 “초기 코로나 연구가 임신 이외에 생식 건강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국에서는 3만여 건의 월경 관련 부작용이 보고되었고, 미국에서는 월경 이상을 백신의 잠재적 부작용으로 보고 관련 데이터 14만 건에 대한 분석에 들어갔다. 한국에서 9월 2일까지 접수된 월경 관련 부작용은 18건에 불과하다. 한국인에게 유독 월경 관련 이상이 생기지 않는 유전자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부작용 수합이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인과관계를 논할 수조차 없다. 질병청의 ‘인과성은 확실하게 밝혀진 바 없다’는 말이 충분한 해명이 될 수 없는 이유다.

이렇게 위험하니 백신을 맞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부작용 증상은 대부분 경미하고, 코로나 감염의 위험과 백신 부작용의 위험을 비교하면 당연히 백신을 맞는 것이 낫다. 그러나 더 많은 사람들이 안심하고 백신을 맞기 위해서라도 부작용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와 안내가 필요하다. 여기에는 여성의 몸에 대한 더 깊은 고민과 논의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여성의 경험은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니 다행이지만, 보다 정확하고 체계적인 부작용 수합을 위해 설문에 월경 관련 증상을 추가해야 한다. 또 월경 관련 부작용의 가능성과 대응 방법을 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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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은 모두의페미니즘 대표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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