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감과 연대의 힘이 만든 한 소년의 성장 이야기,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신시컴퍼니

지난 2010년 대한민국에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가 초연됐다. 당시의 기억은 무척 생생하다. 여덟 살이었던 둘째 아이를 데리고 이 공연을 봤고 우리는 바로 팬이 되었다. 1대 ‘빌리’ 다섯 명의 공연을 다 볼만큼 열광했다. 당시 이 공연은 많은 마니아를 형성했고 이들은 쉼 없이 회전문을 타고 공연장에 모여들었다. 특히 2030 세대 여성들의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으며, 여러 ‘빌리’들은 이들의 사랑을 아낌없이 받았다.

십 여 년의 시간이 흐른 2021년, 요새 ‘빌리 엘리어트’ 공연장에는 아이들을 동반한 여성들이 많아졌다. 공식 조사된 바 없는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십여 년 전 공연장을 찾았던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이후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공연장을 찾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만큼 이 공연은 오랜 시간이 흘러도 관객들의 머릿속에 깊은 감동으로 선명하게 남을만한 작품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만 있는 이것

2000년에 개봉되어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가 원작이라는 것. 영국, 호주, 미국, 캐나다, 브리질, 한국, 일본 등에서 약 1200만 명의 관객이 이 공연을 보았다는 것. 올리비에 어워즈, 토니 어워즈 등 전 세계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공연에 주어지는 80여 개의 상을 수상했다는 것. 음악에 엘튼 존(Elton John), 극본 리 홀(Lee Hall), 연출 스테판 달드리(Stephen Daldry), 안무 피터 달링(Peter Darling) 등 최강 드림팀이 만들어낸 21세기 웨스트엔드 대표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은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 붙어 다니는 수식어다. 하지만 이런 수식어 이상의 힘이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는 있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신시컴퍼니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은 3시간에 달하는 공연이 온전히 한 소년의 몸짓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서 주인공 ‘빌리’가 연기하고 춤추는 시간이 전체 러닝타임 160분의 90%가 넘는 140분 이상이다. 관객들은 모두 이 어린 빌리의 숨소리에 가슴 졸이고 손가락 끝의 움직임에 탄성을 지르며 집중하게 된다. 관객들은 자신의 꿈을 향해 무대 아래로 사라지는 빌리의 온기를 느끼고 나서야, 온전한 숨을 몰아쉴 수 있게 된다.

공연을 위해 필라테스부터 발레, 탭 댄스, 아크로바틱, 재즈댄스, 현대무용까지 배우고도 80페이지가 넘는 대본과 가사를 외워야 하는 전 과정은 그대로 기록되었다. 말 그대로 빌리의 성장 과정과 빌리 역으로 캐스팅된 배우들의 성장 과정이 궤를 같이 한다. 이 뮤지컬의 탄탄한 마니아층은 이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빌리들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한다. 그래서 흠잡을 데 없는 공연이 주는 감동 이상의 감동을 소년 빌리들에게 받는다.

지나침과 요란함 없이도 전해지는 묵직한 감동

또 다른 매력은 대형 라이선스 뮤지컬에서 보여주는 요란함과 지나침이 없다는 점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1980년대 마가렛 대처 수상 집권 시기, 영국의 북동부 탄광촌이다. 공연의 시작은 광부들의 파업으로 시작되고 공연의 마지막 역시 광부들의 탄광 복귀로 마무리된다. 2년의 긴 시간 동안 탄광촌 노동자들은 정부의 공권력과 싸우며 서서히 지쳐간다. 동네를 겹겹이 둘러싼 경찰들의 탄압에도 사람들의 삶은 계속된다.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즐겁게 뛰놀며, 탄광촌 검은 도시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는 다가온다. 광부들은 파업으로 하루하루 살기가 버겁지만 아이들을 가르치고 생계를 이어간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신시컴퍼니

이 작품에서는 암울하고 힘들었던 시대의 기록들이 들러리가 되지 않고 묵직한 울림으로 작품 전체를 관통한다. 경찰들과 노동자들의 대치 상황과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발레 수업이 함께 어우러지고, 경찰들의 포위망 앞에서도 아이들은 장난을 치며 웃는다. 파업 현장과 아이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장면이 겹쳐지는 은유적인 장면들은 지나침과 요란함 없이도 관객들이 그 의도를 이해하게 만든다.

이 뮤지컬은 복싱 수업 중 우연히 접한 발레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꿈을 찾아가는 소년 ‘빌리’의 여정을 담아내고 있다. 빌리에게 둘도 없는 절친 마이클은 여자 옷을 입기 좋아한다. 그런 마이클을 편견없이 대하는 빌리의 모습은 젠더 갈등에 날을 새우는 어른들의 모습을 부끄럽게 만든다. 각자의 개성이라는 노래를 부르며 빌리와 마이클이 탭댄스를 추는 장면은 이 공연을 대표하는 장면 중 하나다.

공감과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영원한 명작

빌리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더 큰 세상으로 가도록 빌리를 가르치는 윌킨슨 선생님, 빌리의 합격을 기원하는 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 광부인 빌리 아버지에게 파업 지지의 말을 던지는 시험 감독관, “더 큰 세상 더 빛나게 날 수 있어/별이 될지도 모르지/그건 나만이 해줄 수 있어/우리가 기회를 줘야 해” 빌리 아버지의 이야기에 십시일반 돈을 모으기 시작하는 마을 사람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거대한 정치적 담론을 소리 높여 외치는 평범한 이들의 공감과 연대의 힘을 무기로 사용한다. 탄광으로 돌아가는 광부들의 안전모에 불빛이 켜지고 이내 갱도로 들어가는 철문이 거대한 굉음을 내며 닫힌다. 빌리는 그들을 바라보며 미래를 향해 걸어 나간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신시컴퍼니

초연으로부터 10년 넘게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한 공감과 연대의 메시지가 퇴색되지 않고 감동을 전해준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는 2022년 2월 2일까지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지난 시즌에 이어 함께하는 최정원, 김영주, 박정자, 홍윤희, 최명경 등 58명의 배우가 선사하는 감동과 3대 빌리들의 놀라운 성장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공연장소:대성 디큐브아트센터
공연날짜:2021년 8월 31일(화) - 2022년 2월 2일(수)
공연시간:
(거리두기 1-3단계)
화-금 19시 30분/토, 일 14시, 19시/매주 월요일 공연 없음
(거리두기 4단계)
화-금 19시/토, 일 14시, 19시/매주 월요일 공연 없음
러닝타임:180분
관람연령:8세 이상 관람가
창작진:음악 엘튼 존/극본 리 홀/연출 스테판 달드리/안무가 피터 달링
해외협력스태프:사이먼 폴라드(연출)/톰 호지슨(안무)/스티븐 에이모스(음악)
국내협력스태프:이재은, 이지영(연출)/노지현, 이정권(안무)/오민영(음악)/신현지(조안무)
출연진:김시훈, 이우진, 전강혁, 주현준, 최정원, 김영주, 조정근, 최명경, 박정자, 홍윤희, 성주환, 강현중, 나다움, 임동빈, 성아인, 김근영, 이윤슬, 김시영, 김명희, 이선태, 김명윤, 오세준, 이진하, 유준석, 윤준상, 이서준, 진석후, 김민준, 김은희, 김은솔, 노하은, 최지원, 임차빈, 양현정, 전인하, 정세연, 김준효, 하윤비, 육예서, 정아인, 최은영, 장세린, 이기영, 이수정, 서만석, 강인영, 김기정, 김상권, 김성수, 강동주, 서재민, 송임규, 고철순, 심형준, 이정혁, 김문주, 박세요, 이정하
주최:SBS, 신시컴퍼니
제작:(주)신시컴퍼니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기자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숙정 객원기자 응원하기

많이 읽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