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부당함을 고발한 어느 신입사원은 어떻게 되었나, 영화 ‘어시스턴트’

사회 초년생의 숨 막히는 현실 담은 영화, 오는 16일 개봉

영화 '어시스턴트'ⓒ영화 '어시스턴트' 스틸컷

일상이 주는 단조로움에 젖어 있다 보면, 그 일상 속에 어떤 부당함이 녹아 있는지 알기 어렵다. 그래도 진실은 늘 드러나는 법이다.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부당함을 맞닥뜨릴 수 있다. 그랬을 경우, 부당함을 고발하고 일상을 깰 것인가. 아니면 부당함에 침묵하고 일상을 지킬 것인가.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키티 그린 감독의 영화 '어시스턴트'는 영화사에 입사한 보조 직원 제인을 통해서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영화 제작자가 꿈인 제인은 입사한 회사에서 영화 관련 업무만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떤 일이든 능숙하게 처리한다. 설거지·청소부터 회사 대표의 개인적인 일까지 다 한다. 회사 내 별의별 일을 처리하며 지쳐갈 때 즈음, 같은 보조 일을 하게 될 신입사원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제인은 신입사원을 통해서 회사 내 부당함과 맞닥뜨리게 된다. 제인은 신입이 걱정돼 인사팀에 고발을 결심한다.

영화는 그 부당함이 무엇인지 추적하지 않는다. 그 부당함이 무엇인지 따져 묻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켜켜이 쌓아왔던 제인의 일상이 가볍게 흔들릴 수 있음을 시사한다. 위계에 의한 폭력이 평범한 사람의 일상, 즉 커리어·직장·돈·생계를 다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령, 제인은 인사팀에 부당함을 고발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부당함을 해결할 만한 방책이 아니다. 오히려 화살은 제인에게 돌아온다. 인사 담당자는 서류를 제출해 봤자 결과는 뻔할 것이고, 제인의 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400명이나 된다고 이야기해 준다.

위계에 의한 폭력과 부당함이 일상만 흔드는 것은 아니다. 미래와 꿈마저 흔든다. 인사팀은 제인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은 뒤 "왜 이런 헛짓거리로 꿈을 포기하려는 거냐"고 되묻는다. 협박 같은 회유를 하던 이 관계자는 제인에게 원한다면 방금 말한 고발 내용을 공식적으로 제출해 줄 테니 선택하라고 말한다.

영화 '어시스턴트'ⓒ영화 '어시스턴트' 스틸컷

작품은 이렇다 할 줄거리보다, 제인의 소소한 일상들을 포착해 보여준다. 복사기를 돌리고, 상사의 책상을 정리하고, 남들이 먹은 음식 잔반을 설거지하고, 전화 업무로 영화 일정을 맞추고, 분실된 물건을 찾아 주기도 한다. 마음 편히 밥 한술 뜨기 어렵고, 상사의 개인적인 업무로 상처 입기도 한다. 정신없어서 부모님 생신을 깜빡 잊기도 한다. "일은 재밌니?"라고 묻는 부모의 안부에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면서도 "할 말 하다"고 답하는, 그것이 바로 제인의 일상이다.

이러한 고단한 일상을 놓지 못하는 제인의 풍경은 뜨겁고 또 시리다. 동시에 무감각한 일상 속에서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분위기가 공포감마저 자아낸다.

영화 수입사인 ㈜콘텐츠플레이에 따르면 키티 그린 감독은 '하비 와인스타인 성 스캔들'에서 영감을 받아 직장 경험이 있는 수많은 여성들을 인터뷰했고, 이들이 겪은 부당함을 사실적으로 영화에 담아내 화제를 모았다. 이 영화는 제36회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 5개 부문 수상, 23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제인'을 연기한 배우 줄리아 가너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자크'를 통해 에미상을 2회 연속 수상한 배우다. 이 밖에도 그는 '월플라워', '라스트 엑소시즘:잠들지 않는 영혼'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다.

키티 그린 감독의 첫 장편 극영화 '어시스턴트'는 오는 1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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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운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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