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보법 폐지’ 국제청원운동 제안한 日변호사 “국보법은 일제강점기 잔재”

아시아태평양변호사연맹 사무총장 사사모토 준 “남북평화 위해 국보법 폐지돼야”

2019년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국제진상조사단’에 참여한 사사모토 준 변호사(아랫줄 맨 오른쪽)ⓒ민중의소리

국가보안법에 대한 인권 침해를 지적하는 국제적 목소리가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제민주법률가협회(IADL)와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COLAP)가 지난 7월부터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국제청원 캠페인을 진행 중인 것이다.

국제 법률가 사회에 국보법 폐지 청원운동을 제안한 아시아태평양변호사연맹 사무총장 사사모토 준 변호사는 '민중의소리'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한국 국민은 이(국보법) 법 때문에 북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통일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라면서 "국보법은 인권 문제일 뿐만 아니라 평화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국제사회에서도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청원운동을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사사모토 변호사가 한국 사회에서 국보법에 의한 인권침해를 알게 된 것은 2005년 서울에서 제4차 아시아태평양변호사연맹 회의에서다. 그는 "국보법이 2차 세계대전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국민을 탄압하는 법이며, 지금도 한국의 국민을 탄압하고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치안유지법은 역사적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을 반대했던 일본 공산주의자와 자유주의자들을 탄압했다"면서 "(한국의) 국보법은 이런 일본법을 계승해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념을 억압하는 역할을 해왔다. 국보법은 확실히 신념과 사상을 억압하는 가장 오래된 악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사사모토 변호사가 국보법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은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었다. 사법부의 판단으로 정당이 해산된 사건은 당시 국제 법률가 사회에서도 큰 이슈였다.

그는 "2014년 헌법재판소가 당시 통합진보당에는 북한을 따르는 사람들이 일부 포함되어 있다고 판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그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정당을 해산할 이유가 될 수 없다. 해산 결정은 결사의 자유를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통합진보당 해산은) 당시 국제민주법률가협회에 충격을 주었다"면서 "보수정당이 야당과 국민을 탄압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국보법의 정치적 특성이 드러난 결정이다. 국보법이 계속 존재한다면 미래에도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사모토 변호사는 국보법이 인권 침해뿐 아니라 남북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6년 있었던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진상조사단에 참여하면서 이 같은 현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사사모토 변호사는 2019년 국제진상조사단에 참여해 여종업원들과 북에 있는 그들의 가족을 만나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북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진상조사단’ 니루퍼 바그왓(Niloufer Bhagwat) 인도 변호사, 준 사사모토(Jun Sasamoto) 일본 변호사는 2019년 9월 2일 평양 보통강호텔 회의실에서 이 사건 현장을 목격한 7명의 종업원들을 면담했다.ⓒ북 해외식당 종업원 기획탈북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제진상조사단

사사모토 변호사는 "조사 과정에서 국보법 피해자들을 만나 북한 출신 납북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또 북한에 사는 여종업원의 가족을 만나 남북의 장벽이 높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2018년(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평화롭게 풀리 과정에서도 국보법이 걸림돌이 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국보법 폐지가) 남북관계에 곧바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을 적대시하는) 국보법의 폐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남북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사사모토 변호사는 올해를 국보법 폐지의 적기라고 봤다. 그는 "집권여당이 국회의석의 관반 이상을 차지한만큼 올해가 국보법 폐지 절호의 기회"라며 내년 3월 대선에서 정권이 바뀌기 전에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보법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고무·찬양죄'를 명시한 7조 폐지를 위한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것에 대해서는 "지지한다"면서도 "(국보법은) 국민의 자기검열이라는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국보법의 완전한 폐지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에 발의된 국보법 7조 폐지 법안에 맞서 보수단체들이 제기한 국보법 유지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도 10만여명이 참여한 데 대해서는 예상밖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사사모토 변호사는 "생각보다 한국에서 정치 갈등이 심하다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면서 "저는 국보법 폐지에 반대하는 큰 움직임은 없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사사모토 변호사는 '국보법 옹호론자'들이 최근 사법부가 국보법에 대해 엄격한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데 대해서는 "사법부의 결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바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국보법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북한과 소통하려는 활동을 자가검열하게 만드는 효과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적으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규범"이라고 완전 폐지를 주장했다.

김재연 진보당 대표와 진보당 당원들이 10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10만 국회 국민동의 청원 돌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05.10ⓒ김철수 기자

그는 한국에서의 국보법 폐지가 한반도뿐 아니라 국제사회 인권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9년 홍콩에서 벌어진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이후 홍콩에는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이 만들어졌다. 지난 7월에는 '홍콩보안법'으로 인한 첫 유죄 사례가 나왔으며, 홍콩에서 중국정부를 반대하는 단체들의 자진 해산도 이어지고 있다.

사사모토 변호사는 "최근 우리는 홍콩, 필리핀, 미얀마와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억압적인 법과 제도를 목격하고 있다"면서 "국보법이 폐지되면 아시아 국가들의 억압적인 법과 시스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사모토 변호사가 제안한 국보법 폐지 청원운동은 지난 7월부터 전 세계 법률가단체에 제안돼 미국법률협회(AAJ), 영국사회주의변호사 홀데인협회, 팔레스타인인권센터(PCHR), 민주주의와 세계인권을 위한 유럽변호사협회(ELDH), 도쿄일본변호사협회(JALISA), 프랑스권리연대 등 각국에서 단체와 개인 명의로 참여했다. 아시아태평양법률가연맹은 이달 18일까지 청원운동을 진행한 예정이며 이후 결과를 모은 국제공동요청서를 한국의 국회와 청와대에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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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겸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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