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 30분, 화장실도 눈치” 창살 없는 감옥서 일하는 콜센터 노동자들

콜센터 노조 “간접고용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10월 6일 청와대행진 등 공동행동

민주노총 콜센터노조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태조사 및 하반기 공동행동을 선포하고 있다. 콜센터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콜센터노동자 평가와 감시 중단 및 등급제 폐지, 콜센터 정규인력 확충을 촉구했다. 2021.09.14.ⓒ뉴시스

"우리는 이사하려면 퇴사를 해야 했고, 아이들의 졸업식은커녕 군대 가는 아들의 뒷모습조차 보지 못하고 출근해야 했다. 회사는 자유롭게 연차를 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바쁘다는 핑계로 쓰지 못하게 했다." - 채윤희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SH(서울주택도시공사)콜센터지회 지회장

코로나19(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시대 필수노동자로 꼽히는 콜센터 노동자들이 부당한 평가와 감시 체제로 인한 비인간적인 노동환경 실태를 고발하고 저임금, 간접고용 등 구조적인 문제의 해결을 촉구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소속 콜센터 노조들은 1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콜센터노조 실태조사 발표 및 하반기 공동행동 선포 기자간담회'를 열고 "콜센터 현장 내 만연한 착취 구조를 바꾸고, 저임금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정규직 전환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각 콜센터 현장의 노동자들이 처한 실태에 대해 고발했다.

직접고용을 촉구하며 투쟁 중인 공공운수노조 국민건강보험공단고객센터지부의 강미현 정책국장은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재난 상황이 자주 발생하면서 건강보험고객센터는 질병관리청의 '1339 코로나19 상담'은 물론 백신예약접종도 하고 있다"며 "또 건강보험료가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이 될 때마다 비록 하청이지만 공공기관의 직원으로서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야만 하는 일이라 생각하며 하루에 몇백 통의 전화를 받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런데 지금 건강보험고객센터를 위탁받은 용역업체는 건강보험제도에 대해서는 무지하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생산성뿐"이라면서 "본인확인을 하고 질의 파악을 하는데 만도 2분 정도가 소요되지만 상담사들은 전화 한 통당 3분 안에 해결하라고 압박을 받는다. 친절할수록 저성과자로 찍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정책국장은 "상담사들은 전화 받는 기계 취급당하고 화장실 가는 것마저도 통제당하며 건강권을 심각하게 훼손당하고 있으며, 위탁 업체의 부당노동행위 또한 만연하다"면서 "지금의 민간 위탁 체제에선 공공성을 지킬 수가 없다. 사회적 가치가 우선되도록 직접 고용은 꼭 필요하다"고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서울신용보증재단고객센터지부 장정은 사무국장도 콜센터 업무에 대한 전문성 없는 평가와 감시로 노동가치가 평가절하당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장 사무국장은 "상담사들은 교육 및 수습기간을 거치고 정식 입사 후에도 관리자에게 집중 코치를 받는 수습기간을 합치면 최소한 6개월 이상은 숙련이 필요한 업무"라며 "회사는 주기적인 보수교육을 통한 전문상담사 양성을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장기근속자의 노하우에 의지한 정확하고 일관된 응대보다는 임기응변식 응대를 하도록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업무에 대한 보람이나 성취감, 금전적 보상도 없으니 기존 재직자도 장기근속을 부담스러워하고 고객센터는 항상 잦은 신규채용과 퇴사로 반쪽짜리 운영을 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면서 "실제로 위탁업체는 근속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고, 실제로도 사측과 교섭시 사측 교섭위원으로부터 '오래 일한다고 일 잘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모욕적인 언사를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특히 코로나19에 취약한 콜센터에서 재택근무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장 사무국장은 "코로나 19로 인해 가족 중 자가격리로 인해 돌봄이 필요할 경우 무급인 가족돌봄휴가가 아니라 재택업무를 할 수 있도록 요청을 했으나, 사측은 이미 재택근무 시범테스트를 했음에도 '재택근무는 거리두기 3단계를 대비한 것'이라는 이유로 출근을 강제했다"고 지적했다.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SH콜센터지회의 채윤희 지회장은 "회사는 연차를 자유롭게 쓰라고 하지만 바쁠 땐 쓰면 안 된다고 하고 연차를 사용하려면 구구절절 설득해야 했다"면서 "노조를 만들고 비인간적 처우를 하나하나 바꿔가면서 결국 민간위탁을 끊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SH콜센터지회는 지난해 서울시로부터 '120 다산콜센터'로 전환하고 직접고용하겠다는 결정을 받아냈지만, 올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들어서면서 정규직 전환 논의는 중단된 상태다. 채 지회장은 "오세훈 시장이 후보 시절에는 직접고용에 대해 정책질의서를 메일로 보냈다. 그때는 직접고용을 찬성하고 적극 시행하겠다고 했지만, 지금 SH는 '오 시장의 결정이 필요하다', '사장 자리가 공석이다'라고 핑계를 대고 있다"고 비판했다.

채 지회장은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비인간적인 처우를 받으면서 일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 각 공사와 공공기관 모두 정규직 전환을 통해 이런 비인간적인 처우를 극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콜센터노조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실태조사 및 하반기 공동행동을 선포하고 있다. 콜센터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콜센터노동자 평가와 감시 중단 및 등급제 폐지, 콜센터 정규인력 확충을 촉구했다. 2021.09.14.ⓒ뉴시스

"콜센터 노동의 사회적 가치 평가절하...감정노동보호법도 미준수"

이 같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는 콜센터 현장 대부분에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민주노총에 소속된 콜센터 사업장의 노조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에는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있는 콜센터 사업장 43곳 중 34곳이 응답했다.

실태조사 결과, 콜센터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10.3건의 전화를 받으며, 하루 평균통화시간은 4.4시간에 달했다. 수치상으로 단순히 계산하면 평균 2~3분씩 짧은 시간 안에 상담을 진행하는 셈이다. 다만 콜센터마다 규모나 상담 성격 등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채용인력 부족 여부에 대해서 68%가 '부족하다'고 답해 많은 콜센터에서 인력부족으로 인한 강도 높은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콜센터 노동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업무평가와 관련해서는 응답자의 대부분인 87.5%가 평가등급에 따른 성과급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고객과의 대화를 관찰하거나 청취하는 일련의 행위를 의미하는 QA(Quality Assurance) 평가제도를 시행하는지에 대해서는 시행한다는 응답이 93% 압도적으로 높았다. 평가 과정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묻는 과정에서는 전혀 불공정하다는 답변이 50%, 불공정하다는 답변이 12.5%로 대체로 불공정하다는 답변이 높았다. 또한 이러한 평가가 통화품질 개선에 무의미하다는 응답이 70%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김 상임대표는 "상담내용 관리는 콜센터가 원청의 요구를 이해해야 가능한데 도급 업체는 상담 내용을 주관할 능력이 없다"면서 "그래서 생산성 관리에 초점을 맞춰서 테스트와 통화량을 통해 등급을 나눠서 임금에 차등을 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에 감정노동자에 대한 보호 내용이 있음에도 이에 대한 이행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 폭언 후 별도의 휴게시간이 주어지는지 여부에 대해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2.9%가 관리자 재량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고 답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업무와 관련해 폭언 등으로 노동자에게 건강장해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현저한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업무의 일시적 중단 등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콜센터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대체로 거리 유지, 가림막, 정기소독, 환기 등은 대체로 정부 지침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편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콜센터 집단감염 사건 이후 휴게공간은 폐쇄돼 이용할 수 없다는 응답이 35%,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35%로 나타나 충분한 휴게공간이 제공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 시 휴가 처리와 관련해 당일 유급휴가를 부여하고 이상 반응 시 다음 날까지 유급휴가를 부여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53%로 절반 정도였다.

김 상임대표는 "콜센터 노동자들은 통념적으로 안내만 담당한다고 생각하나 대다수는 기업 내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며 "기업 상황에 대한 이해와 숙련도가 필요한 업무임에도 콜센터 노동은 사회적으로 매우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콜센터 노동이 부가적 업무나 사업지원으로 평가절하되는 데 대해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이 같은 콜센터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콜센터 노동의 저임금 타파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콜센터 노동에 대한 평가 및 감시 중단 ▲코로나19 시기 폭증하는 콜에 대응해 정규인력 확충 ▲콜센터 노동가치 인정 등을 공동요구안으로 정하고 공동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다음달 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청와대까지 행진하는 등 공동행동을 예정하고 있다. 또 10월 20일로 예정된 민주노총 총파업에서는 콜센터 노동자들의 공동의제를 전면화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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