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만에 물러나는 메르켈의 뒤를 이를 독일 총리 후보 3인방

2021년 독일 총리 후보 3인방. 왼쪽부터 기민당-기사련의 아르민 라셰트,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 녹색당의 아날레나 베어보크다.ⓒ사진=뉴시스/AP

편집자주: 9월 26일 총선이 마무리 되면 거의 16년동안 유럽 최대 경제를 이끌어왔던 앙겔라 메르켈이 독일 총리직을 내려놓는다. 하지만 누가 그녀의 뒤를 이을지, 어떤 연합이 정권을 차지할지 아직 정해진 게 없다. 5월부터 여론조사 1위를 번갈아 한 3개 당의 총리 후보에 대한 이코노미스트 기사 3개를 소개한다.
원문: Why the German Greens’ Annalena Baerbock disappointed many
Why the CDU/CSU’s Armin Laschet is floundering in Germany’s election
Who is Olaf Scholz, and what kind of Germany would he lead?

녹색당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그녀의 돌풍이 왜 사그러들었는가

베어보크 거품이 오래 가지 못하고 보기 좋게 터졌다. 지난 4월 40세의 아날레나 베어보크를 총리 후보로 선출한 후 몇 주 간은 독일 녹색당이 돌풍을 일으켰다. 의원생활 겨우 8년, 공동대표가 된지 겨우 3년 만에 베어보크는 완전히 ‘떴다’. 그녀는 온갖 잡지 표지, 텔레비전 토크쇼, 그리고 저녁 뉴스를 도배했다. 녹색당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기민당(CDU)와 사민당(SDP), 그러니까 독일의 최대 양당을 앞지른다는 여론조사도 많았다.

주간지 자이트는 베어보크가 “우월한 후보”라고 했고, 주간지 스턴은 검은 가죽 잠바를 입은 베어보크를 실으며 “드디어 새로운 것이 나타났다”는 캡션을 달고 “정치적 무명인에서 총리 후보”까지 오른 그녀의 행적에 놀라워하기도 했다.

탄력 받은 유지할 수 있기만 했다면 처음으로 정권을 장악하고 베어보크를 메르켈 총리의 후임자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베어보크의 허니문 기간은 오래 가지 못했고, 녹색당은 이제 사민당과 기민당의 뒤를 이어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3위를 달리고 있다.

물론 녹색당은 2017년 선거 득표율의 두 배를 얻고 차기 정부를 구성하는 3당 연합에 포함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지만 그렇게 된다 하더라 그들은 이제 정부를 이끌지 못하고 주니어 파트너로 합류할 것이다.

아날레나 베르보크 공동대표가 지난 6월 12일 당대회에서 2021년 독일 선거의 녹색당 총리 후보로 지명됐다.ⓒ사진=뉴시스/AP

빠른 성공 때문에 베어보크가 오히려 손해를 본 건가? 어린 시절 경쟁이 치열한 트램폴린 선수였고 어린 두 딸을 가지고 있는 누구든 좋아할 만한 ‘아날레나’에 대한 기대가 지나쳤던 건 어느 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인기가 떨어진 게 자기 탓인 부분도 분명히 있다. 베어보크는 급하게 출판한 책에서 표절을 했고, 경력 위조 의혹도 받았다. 또 녹색당의 6월 전당대회에서 마이크가 아직 켜져 있다는 것을 모르고 연설을 마친 후 욕을 하기도 했다.

하나씩 보면 그렇게 큰 잘못들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실수’가 계속 되자 베어보크의 이미지가 나빠졌다. 이제는 녹색당 지지자의 다수가 총리 후보로 또 다른 공동대표인 로버트 하벡(50)을 선출하는 게 나았다고 생각할 정도이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녹색당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그조차 베어보크가 여성이기 때문에 총리 후보가 됐다는 것을 넌지시 암시해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든 베어보크가 차기 정부에서 장관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쉬운 말로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베어보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많다. 베어보크는 기후변화 정책을 강화하고, 러시아와 중국에 대해 더 강격한 태도를 보이며, 엄격한 재정 규정을 완화해 공공투자를 늘리고, 유럽연합을 강화하자고 주장한다.

기민당의 아르민 라셰트가 고전하는 이유

원래 올해는 아르민 라셰트의 해가 돼야 했었다. 기민당과 그들의 바이에른 동맹당인 기독사회연합(CSU, 기사련)의 후보가 9월 총선에서 쉽게 승리해 메르켈의 후임자가 될 줄 알았다. 그러나 라세트는 그의 적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몰락했다.

지난 15년간 권력을 장악했던 연합의 후보로서 라세트는 곤란한 입장에 놓였다. 그는 변화를 약속하되 현재 나라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체로 만족하는 보수 유권자의 심기를 건드려서는 안 됐다.

라셰트는 기후변화와 디지털화 등에서 ‘현대화의 10년’을 열고, 기간사업 건설의 법적, 관료적 장애물을 완화하며, 팬데믹 때 과도했던 지출을 줄여 균형 재정을 추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왜 다른 후보가 아닌 자기 자신이 총리가 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끝내 일관된 설명을 하지 못했다. 그리하여 현재는 훨씬 많은 유권자가 라셰트보다는 중도좌파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에게 총리직을 맡기고 싶어한다.

라셰트는 기민당 내에서 왼쪽으로 쏠려 있다. 그는 1990년대 기민당과 녹색당의 토론회였던 ‘피자 커넥션’에 참여했고 당시 조금은 기이하다는 평판을 얻었다. 그는 2017년부터 주지사를 역임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서 독일 최초의 통합장관을 지냈고, 2015~16년에는 메르켈의 논란 많았던 난민정책을 지지했으며, ‘이민 배경’이 있는 독일인들에게 손을 내밀어 일부 당원으로부터 ‘터키의 아르민’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독일 뒤셀도르프 거리에 기민당의 총리 후보 아르민 라셰트를 묘사한 조형물이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19로 전통 '로젠몬탁' 거리행진은 취소됐으나 정치인을 풍자한 8개의 조형물은 뒤셀도르프 거리에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2021.02.16.ⓒ사진=뉴시스/AP

그러나 라셰트는 최근 들어 독일의 산업 기반을 희생하면서까지 친환경적인 정책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진보파의 지지를 잃기도 했다. 그리고 2017년 선거 이후 라셰트가 녹색당과의 기후변화 및 산업 협상을 이끌었는데, 그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타격만 입었다.

중도우파의 기민당 내의 중도파로서 라셰트를 메르켈에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둘 간의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많다. 메르켈은 동독 출신의 기독교인으로 독재 아래 자랐으며 2018년까지 18년 동안 대표를 역임한 기민당에서 묘하게 이방인 같았던 데가 있었다. 반면 라셰트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국경 근처의 서독마을 아헨에서 태어나 자랐으며 10대때 이미 기민당에 입당했다. 당의 아래부터 서서히 올라가 주에서 활동하고 독일과 유럽 의회에 진출했다. 또 그와 그의 측근 중 다수는 독실한 천주교인이다. 메르켈은 냉철하고 침착한 반면 라셰트는 라인란트 출신답게 흥이 많다. 라셰트는 라인란트의 카니발에 신나게 참여한다. 메르켈은 카니발 자체를 싫어한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라셰트가 메르켈의 트레이드마크인 차분함과 침착함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팬데믹에 대한 그의 대처는 불규칙적이었고 그 와중에 실수도 많았다. 치면적인 홍수가 7월에 왔을 때에는 현장을 방문한 라셰트는 키득키득 웃는 장면이 텔레비전에 잡히기도 했다. 본인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지만, 이는 라셰트가 총리에 부적합한 진지하지 못한 후보라는 이미지를 키웠다. 라셰트의 지지율이 너무 낮아서 기민당/기사련도 지지율이 역사상 최저 수준이 됐다.

라셰트 지지자들은 그가 계속 과소평가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라셰트는 2017년 총선때 14%의 격차를 극복하고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에서 사민당을 몰아냈고 기민당의 스타가 됐다. 또 1월에는 기민당 보수파가 선호하는 프레디히 메르쯔를 꺾고 기민당 대표가 됐고, 몇 달 후 인기가 더 많은 기사련 대표 마르쿠스 쇠더를 물리치고 기민당/기사련 연합의 총리 후보가 됐다. (많은 이들은 이를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다).

라셰트가 또 한 번 전세를 역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시간이 이제 몇 주 남지 않았다. 하지만 기민당에 연정에 참여하지도 못할 경우, 그가 분명히 심판받을 것이다.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는 누구이며 어떻게 독일을 이끌 생각인가

독일 국민이 직선으로 총리를 선출할 수 있다면 올라프 숄츠가 차기 총리가 될 것이다. 숄츠는 기민당의 라셰트나 녹색당의 베어보크보다 지지율이 훨씬 높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독일에서는 총리가 그렇게 선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숄츠가 차기 총리가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코노미스트의 예측도구에 따르면 사민당이 최다 득표를 할 가능성은 5/6이다. 1990년대에 로봇 같다고 해서 ‘숄보츠’라는 별명이 붙었던 사람으로서는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도대체 올라프 숄츠는 누구이며, 그는 어떤 독일을 만들고 싶어 하는가?

숄츠는 사민당의 총리 후보일 뿐만 아니라 2018년부터 독일의 재무장관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숄츠는 재정적으로 조심성이 많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숄츠는 8,860억 달러의 유럽연합 경제 부흥안과 1,300억 유로의 독일 경기 부양책을 통과시키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렇다고 숄츠가 인심이 후한 건 아니다. 숄츠는 사민당에서 오른편에 있으며, 2023년이면 독일이 다시 ‘부채 브레이크’를 걸어서 연방 정부와 주 정부의 지출에 제한을 두고 싶어 한다.

독일의 올라프 숄츠 재무장관이 2020년 10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총선에 사민당 총리 후보로 나서 총선을 지휘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보수파 기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두 번째 대연정을 꾸렸던 중도좌파 사민당은 2017년 총선에서 득표율 20%의 졸전을 면치 못한 뒤 다시 대연정에 참여했다.ⓒ사진=뉴시스/AP

재무부 장관이 되기 이전에는 어린 시절을 보냈던 함부르크의 시장이었던 숄츠는 한부르크 부르조아 특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실용적이고 꾸밈없이 말을 한다. 한번은 법 질서에 관한 질문을 받고는 “나는 진보적이지 바보가 아니다”라고 얘기했고, 함부르크 시청 환송회에서는 주중이었기 때문에 술을 제공하지 않았다.

독일의 미래에 대한 숄츠의 계획은 어떻게 될까? 숄츠는 사람들이 계속 걱정하고 있는 “임대료의 지나친 인상”을 제한하기 위해 주택 건설을 약속했고, 독일을 기후변화 대책과 그린 에너지 기술 수출의 선두주자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만 숄츠에게 가장 중요한 공약은 최저 임금을 시간당 9.6 유로에서 12 유로로 올리는 것이다. 숄츠는 사민당이 집권 연합에 있었기 때문에 2015년에 전국적인 최저임금제를 도입 할 수 있었다고 자랑을 한다. (기민당/기사련은 임금이 업체별 노사협의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기민당이 사민당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지난 몇 달 간 여론조사 결과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몇 주 전만 해도 숄츠가 다시 야당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가 독일 최고의 자리, 총리직을 꿰찰 가능성이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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