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안타까운 선택한 자영업자의 절망, 정부와 정치권이 응답해야

얼마전 맥줏집을 운영하던 한 자영업자가 세상을 떠났다. 코로나19로 가게 운영이 어려워지자 본인이 살던 원룸을 빼 직원들 월급을 준 뒤 스스로 세상을 등진 것으로 알려져 국민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비극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책임 있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살려 달라’는 자영업자의 절규에 정부와 정치권이 제대로 응답해야 할 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매출 하락은 자영업자들이 스스로 선택한 결과가 아니다. 명백히 방역을 위한 정부의 영업제한 때문이다. 감염병 예방이라는 ‘공익’을 위해 희생한 데 따른 손실 보상이 당연한 이유다. 하지만 정치권이 실제 내놓은 대책은 ‘언 발에 오줌누기’ 식이었다. 야당은 자영업자의 절망을 정권에 대한 공격 소재로 삼을 뿐이었다. 거리두기로 인한 매출 손실 보상은 고사하고, 자영업자 개개인이 최소한의 생계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수준의 ‘지원’ 뿐이었다. 이런 와중에 정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에도 고작 1조8000억원만 반영돼 있다. 영업제한에 대한 손실보상은 자영업자에 대한 ‘혜택’이 아니다. 그들이 사회적 책임을 묵묵히 수행한 것에 우리 사회가 얼마나 책임을 느끼지는 나타내는 지표라 봐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획기적인 규모의 손실 보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방역체계 전환도 이제는 본격적으로 논의할 때다. 사회 구성원의 협조와 참여가 중요한 방역체계는 의학 전문가들의 기술적·과학적 논의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측면까지 포함한 정치적 결정의 영역이다. 이런 점에서 자영업자들의 ‘위드 코로나’ 요구를, 전문성이 결여된 이해당사자들의 ‘민원’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방역정책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자영업자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면 방역정책 효과도 떨어질 수밖에 없고, 공공의 문제를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원리에도 어긋난다. 백신 접종 완료 비율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아 신중히 검토해야 하지만, 자영업자 처지까지 감안한 세심하고 종합적인 고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코로나로 인한 손실 뿐 아니라 자영업자가 놓인 구조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도 더 미룰 수 없다. 팬데믹 이전에도 자영업자는 이미 심각한 생존 위기에 놓여 있었다. 경제구조 변화나 기술 진보와 같은 사회경제적 변동에 따른 비용과 피해의 상당 부분이 오랫동안 자영업자에게 전가됐다. 그들은 자영업자란 이유로 사회적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 채 혼자서 모든 위험을 감당하고 있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플랫폼 기업’의 등장은 소비자 편익과 함께 자영업자에게 새로운 영업기회를 창출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의 문어발 확장과 독점은 또 다른 사회경제적 문제를 야기했다. 특히 자영업자는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혁신’이란 명분으로 플랫폼이 회피한 사회적 비용도 자영업자가 짊어지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 플랫폼 규제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다. 진지하고 신속한 논의를 바란다.

더 이상 자영업자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그에 따른 이익을 온전히 누리는 자율적인 사업주라 보기 어려운 면이 많다. 500만명을 바라보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위기를 이대로 둔다면 국민경제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선택을 한 마포구 맥줏집 점주에 시민들이 국화꽃을 보내고 있다 한다. 정부와 정치권의 맹성과 행동을 촉구한다. 더는 할 일을 미뤄선 안 된다.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기자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민중의소리 응원하기

많이 읽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