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청년 현실 몰라도 너무 모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청년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3일 경북 안동의 한 대학교를 방문한 윤 전 총장은 청년 일자리 해법에 관한 질문에 대해 “일자리라는 게 비정규직이냐 정규직이냐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큰 차이가 없다”, “임금의 큰 차이가 없으면 비정규직이나 정규직이 큰 의미가 없다”는 발언과 함께 “요새 젊은 사람들은 어느 한 직장에 평생 근무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또한, “미국은 해고가 굉장히 자유롭다”, “회사가 조금 어려우면 그냥 해고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우리나라 기업도 외국과 같이 더 자유롭게 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청년문제에 대한 이 같은 윤 전 총장의 관점과 태도는 한 마디로 ‘노답’이다. 현실을 정확히 알아야 올바른 진단과 대안이 나오게 마련인데, 윤 전 총장의 답변을 보면 청년에 대한 공감은커녕 최소한의 객관적 현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청년들이 정규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지나친 임금격차와 근무환경, 그리고 고용안정성 때문이다. 임금격차만 보더라도, 현재 우리나라 비정규직의 시간당 임금총액은 정규직에 비해 60~70%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계속 벌어져 지난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였다. 또 같은 정규직이라 해도 중소기업 정규직은 대기업 정규직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언급한 선진국의 대·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20~30% 수준에 불과한 것과도 크게 대조된다.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고용보험 가입률이나 육아휴직 사용률은 낮고, 해고율과 산업재해는 높은 일관된 통계치만 보더라도, 비정규직 내에서도 특히 청년층이 고용이 더 불안한 시간제 일자리로 밀려나고 있는 현실만 보더라도, 청년들이 대기업이나 공기업의 안정된 일자리를 찾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런 질 좋은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 중 20%밖에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고, 사회보장이나 노동법은 불안정 노동을 보호하기 보다는 오히려 불안정한 일자리에 놓일수록 더 불리한 상태를 요구한다. 청년들의 이직률이 높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한 직장에 평생 근무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이 아니라 “평생 근무할 수 있는 직장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내놓은 대안이 “더 자유로운 해고”라니.

윤 전 총장의 ‘더 자유로운 해고’, ‘기업규제완화’ 주장은 청년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안정 노동을 부추기고, 국민의 삶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길이다. 이를 한 누리꾼의 표현으로 대신하자면, ‘사장이 직원을 주당 120시간 일시키다가 더 시킬 수 없으면 손쉽게 해고하는 윤석열의 대한민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현실에 대한 무지, 잘못된 전제는 엉뚱하고 위험한 발상을 낫는 법. 윤 전 총장이 그토록 ‘민지(MZ세대)’를 불러대도 청년들이 공감하지 않는 이유, 응답하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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