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외교장관, 북 탄도미사일 발사에 “남북 관계에 도움 안돼”

왕이 중국 외교부장 “북한 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군사 행동, 대화 재개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야”

정의용(왼쪽)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하고 있다. 2021.09.15.ⓒ공동취재사진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5일 북한의 장기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북한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군사행동을 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모두 대화를 재개하는 방향으로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왕 부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이후 만난 취재진이 해당 사안에 대한 중국의 견해를 묻자 "우리 모두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를 희망한다"면서 이 같이 답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3일 11~12일 간 양일 간 신형 장거리 순항 미사일 시험 사격을 해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낮 12시 34분과 12시 39분 경에도 북한 평안남도 양덕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왕 부장과 정 장관은 이날 오찬을 함께했는데. 이 자리에서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상황이 공유됐다고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 자리에서 양 장관이 해당 군사적 조치에 대해 "한반도 상황 개선, 대화 재개와 같은 남북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면서, "왕 부장은 일방의 군사적 조치로 한반도 상황에 악순환이 이어지지 않도록 관련국이 자제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왕 부장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 뿐 아니라 어떤 국가의 군사적 행동도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으로 읽힌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회담과 오찬에서 정 장관과 왕 부장은 북핵문제 해결의 시급성에 공감했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해 양국 간에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한다. 또 대북 대화 재개를 위한 다양한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 교환했으며, 북한의 코로나 방역 등 상황을 고려하며 인도적 지원 등 대북 관여 방안을 모색하는데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자리에서 중국측은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증진을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지지했으며, 남북 대화 협력의 조속한 재개를 희망하며 한반도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표했다"라며, "금번 회담의 후속 협의를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에 양국 북핵수석대표 대면 협의로 추진키로 했다"고도 설명했다.

왕 부장은 양국이 2020년부터 계획해 온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과 관련해 '연내에 가능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자 "시진핑 국가 주석은 방한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코로나 상황이 불안정하다. 이는 우리가 고려해야 할 요소다. 코로나 상황이 완전히 안정됐을 때 안심하고 고위급 교류를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국과 중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는 상황이라, 연내에 시 주석이 방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양국은 고위급 교류를 강화한다는데는 뜻을 같이 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중 양국은 의회 간 교류 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또 외교차관 전략대화 및 외교안보대화(2+2)를 연내 개최하고, 경제공동위, 해양협력대화, 영사국장회의 등 다양한 분야의 양국 간 협의체를 조기 가동하기로 했다.

또 왕 부장은 2022년 2월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막식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고위급 인사를 초청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중국은 주최국으로서 IOC(국제올림픽위원회)와 각국의 지도자를 초청할 수 있는지 논의하길 원한다. 현재는 논의하는 과정에 있다"고 답했다.

정의용 장관은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2018년 평창에서 시작되고, 2021년 도쿄,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으로 이어지는 동북아 릴레이 올림픽이 방역, 안전, 평화의 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세계 평화를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내년초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북한과 접점을 만들어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진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것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그러나 IOC는 지난 8일(현지시간) 북한이 코로나19 감염 위험 등을 이유로 2020도쿄올림픽에 참여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2022년 말까지 북한올림픽위원회의 자격을 정지했다. 이에 따라 북한팀의 베이징 올림픽 참여는 불가능해진 상태다. 다만 IOC가 북한 선수들의 개인 참여에 대해서는 문을 닫지 않은 상태라, 중국 측의 노력 여하에 따라 한국 정부의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도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의 한-중 외교장관회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9.15.ⓒ공동취재사진

2022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이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이날 회담에서 문화ㆍ경제ㆍ환경ㆍ역사 등 분야에서의 양국 간 실질 협력 방안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특히 양 장관은 한중 수교 29주년 기념일(8월24일)에 '한 중관계 미래발전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출범한 것을 환영했으며, 왕 부장 방한 계기에 '한중 인문교류 촉진위원회'가 개최돼 양국 정상이 합의한 '2021-2022 한중 문화교류의 해'의 구체적 이행 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또 '미래발전위원회'와 '문화교류의 해'를 통해 국 간 문화교류를 확대하여 양 국민 간 상호 이해와 우호정서를 증진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정 장관은 중국 측에 게임, 영화,방송, K-pop 등 문화콘텐츠 분야의 원활한 교류와 협력 활성화에 협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왕 부장은 우리 측의 관심사를 잘 알고 있으며 양측 간 가능한 협력 방안 등에 대해 지속 소통해 나가자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날 왕 부장이 미-중 갈등 구도 속에서 한미 관계를 견제하는 듯한 발언을 할 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됐다. 왕 부장은 직접적으로 미국을 언급하기보다는, 한중 관계의 중요성과 밀접함을 강조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중-한 양국은 이사갈 수 없는 가까운 이웃이고, 서로 떠날 수 없는 파트너"라며, "양국은 한층 더 공동체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공동의 이익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협력의 잠재력을 부단히 발굴해 더욱더 좋고 빠르며 안정적이고 전면적인 발전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담 후 취재진이 '한국이 중국보다 미국에 기울었다는 평가에 대한 생각'을 묻자, "미국을 선호하든 중국을 선호하든 (한국)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받아치면서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중국과 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자 동반자로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미국 의회가 기밀정보 공유 동맹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에 한국도 포함시키려고 시도하는데 대해선 "완전히 냉전시대의 산물"이라면서, "시대의 뒤떨어진 것" 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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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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