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의 직격] 늘어난 법무부 특수활동비, 알고 보니 국정원 것?

국가정보원 건물ⓒ자료사진

지난 9월 3일 국회 홈페이지에 2022년 정부예산안 자료가 올라왔다. 그 중에서 간단하게 찾아볼 수 있는 ‘특수활동비’ 예산만 찾아보았다.

필자는 현재 검찰총장을 상대로 ‘검찰이 사용하는 특수할동비 집행내역’에 대한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2019년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검찰이 시간을 많이 끄는 바람에 올해 11월에야 1심 변론 종결(결심)이 예정되어 있다.

그래서 내년 검찰 특수활동비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이 쓰는 특수활동비는 법무부 특수활동비 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일단 법무부 특수활동비를 찾아보았다.

18% 이상 늘어난 법무부 특수활동비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정부 부처 전체의 특수활동비는 2021년 2,378억원에서 2022년 2,393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는데, 법무부의 특수활동비는 2021년 154억에서 2022년 182억원으로 18% 이상 늘어난 것이다.

그래서 법무부에 특수활동비가 이렇게 늘어난 이유에 대해 정보공개청구를 해 보았다. 그리고 지난 17일 법무부가 답변을 했다.

답변을 보니, ‘외국인 체류질서 확립’ 명목의 특수활동비가 2021년 66억 2천 2백만원에서 2022년 97억 4천만원으로 늘어난 것이 그 이유라는 것이다. 실제로 법무부의 답변 내용을 보니, 다른 명목의 특수활동비는 대체로 줄어들거나 현상 유지 수준이었다.

특수활동비는 영수증 없이도 쓸 수 있는 예산항목으로 알려져 있다. 도대체 법무부가 ‘외국인 체류질서 확립’을 위해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돈이 왜 필요하고, 왜 늘어나야 할까? 이런 의문이 들었지만, 법무부의 답변 내용은 너무 간단했다. ‘국익 위해 인물 차단, 대테러 외국인 정보 수집 등 국경 관리와 외국인 체류 질서 강화를 위해 증액했다’는 것이다.

법무부에서 공개한 특수활동비 증감 내역

법무부에서 공개한 특수활동비 증감 내역ⓒ기타

법무부 예산이지만, 실제로는 국정원 예산?

그동안의 자료와 언론 보도를 좀 더 찾아본 다음에 의문이 풀렸다. 법무부 예산 속에 포함되어 있는 ‘외국인 체류 질서 확립’ 특수활동비는 과거 소위 ‘국가정보원 정보 예산’ 또는 ‘비밀활동비’로 불리던 예산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 정보 예산이란, 쉽게 말해서 국가정보원이 다른 부처 예산 속에 숨겨 놓은 예산을 말한다. 실제로는 그 부처는 권한이 없고, 국가정보원이 권한을 갖고 있는 예산이다. 이런 예산이 경찰청, 국방부 등의 예산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렇게 예산을 편성하는 근거는 국가정보원법 제16조 제3항에 있다. “국정원의 예산 중 미리 기획하거나 예견할 수 없는 비밀활동비는 총액으로 다른 기관의 예산에 계상할 수 있으며, 그 편성과 집행 결산에 대하여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심사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예산은 각 부처를 관할하는 국회 상임위원회의 예산 심사에서도 ‘예외’로 취급받는다. 각 부처 예산서에 존재하지만, 실제로는 국가정보원을 관할하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비공개’로 심사하는 예산인 것이다.

이런 예산이 법무부 예산에도 숨겨져 있고, 그 예산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5만원권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그렇다면 공식적으로 국가정보원 예산으로 표시되는 ‘안보비’ 예산은 2022년에 얼마나 되는지를 살펴보았다.

국가정보원에서 사용하는 안보비 예산은 2020년 6,895억원, 2021년 7,460억원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2022년 예산안에도 8,312억원이 편성되어 있다. 2021년에 비해 11.4%나 늘어난 규모이다.

그런데도 예산이 모자라는지, 법무부 예산 속에 포함된 특수활동비까지 상당 규모 증액해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국가정보원 예산 투명성 확보가 필요

국가정보원 예산의 투명성·책임성 확보는 국가정보원 개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박근혜 정권 시절엔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가 ‘상납’되었던 전적도 있는 상황이다.

모든 것을 공개할 수는 없다고 해도,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국민들에게 설명할 의무는 있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각 부처 예산 속에 국가정보원 예산을 숨겨둘 이유가 무엇인지도 의문이다. 국가정보원에서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돈이라면, 국가정보원의 안보비 속에 포함시키는 것이 옳을 것이다.

국가정보원이 실질적으로 관장하면서도 다른 부처 예산서 속에 돈을 숨겨 놓는 것은 일종의 ‘분식회계’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런 분식회계를 계속할 건가?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기자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 응원하기

많이 읽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