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바로 진보] 선릉역 사건 후 맞는 국정감사

8월 26일 선릉역에서 화물차와 충돌하여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라이더들은 고인이 탄 오토바이 위에 꽃을 헌화하고, 술을 가져다 놓으며 추모했다. 라이더들은 “선릉역 사고 라이더는 우리의 모습이다”라고 이야기하며 이날 하루 배달 일을 하지 않고, 집에 들어가 고인을 추모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조 배달서비스지부는 라이더의 사망은 구조적이라고 밝히며 배달 플랫폼 업체의 속도 경쟁 속에 최소한 안전망 없이 도로로 내몰리는 배달 노동자들이 사고를 당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최소한의 안전망을 요구하며 배달 오토바이 공제조합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뿐만 아니라 언론에서도 배달 오토바이 사고의 구조적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여전히 사고는 빈번히 일어난다. 선릉역 사고가 났던 곳에서 며칠 후 사고가 또 일어났고, 금천구에서 일하던 한 라이더는 자동차와 충돌해 사망하기도 했다.

노동조합과 언론이 이렇게 위험성을 지적하면 일반적으로 정부와 기업은 노동자들의 산재 사망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들어간다. 정부는 고용노동부를 통하여 특별근로감독을 해서 사고 원인을 찾아내거나, 같은 산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한다. 기업도 같은 사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임시로라도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러나 배달 오토바이 사망사고 이후 정부가 한 것은 오토바이 단속을 강화하는 일이었다. 오토바이 사고의 책임이 배달 플랫폼 업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라이더의 안전 불감증에 있다고 홍보하듯이 개별 단속을 강화하는 것으로 정책의 방향을 잡았다. 이는 이탈리아 정부 사례와 비교해볼 만하다.

28~29일 선릉역 오토바이 배달기사 사망사고 현장을 찾아 조문하는 배달기사들과 시민들의 모습.ⓒ서비스일반노동조합

2019년 이탈리아에서 배달 오토바이 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이탈리아 밀라노 검찰은 이탈리아 4개 배달앱 업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밀라노 검찰은 최근 조사 결과를 발표했고, 라이더 사고를 막기 위해 배달앱 업체에게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라고 권고했다. 검찰은 배달원은 “노예가 아니라 시민”이라면서 “배달원은 음식 배달업체들의 근본이며 이들이 없으면 배달업체는 사업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검찰의 발표와 노동자들의 파업을 통해, 이탈리아 플랫폼 배달업체 ‘저스트이트’는 4,000여 명의 배달원 직접 고용을 결정했다. 직접 고용을 하면서 최저임금, 퇴직금, 유급 휴가, 산재보험 등을 적용했다고 한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한 시간 이내 배달 건수를 최대 4건으로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수입을 보장하고, 배달 건수를 줄여서 배달 오토바이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선릉역 사고 후 오토바이 단속 강화한 정부
이탈리아 검찰은 사고 조사 후 배달원 직고용 권고
피크타임에 사고가 더 잦은 이유는 ‘건당 운송료’

삼성교통안전연구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배달 이륜차 사고위험 실태 및 안전대책’에 따르면 오토바이 유상운송 중 가장 사고가 자주 나는 요일은 배달수요가 많은 토요일, 금요일 순이고, 가장 위험한 사고 시간대는 금요일 7~8시라고 한다. 즉 오토바이 사고는 배달주문이 많아서 건당 배달료가 높은 피크타임 때에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배달 주문은 피크시간대가 있다. 점심 식사 시간 오전 11시에서 오후 1시 30분, 저녁 식사 시간 오후 5시에서 8시 사이다. 피크타임 때 프로모션을 통해 급격히 올라간 배달 비용이 라이더들에게 속도 경쟁을 부추긴다. 예를 들어 쿠팡이츠 같은 경우는 9~11시에는 배달 건당 기본료가 2,500원이다. 피크시간대인 11시부터 1시까지는 7,000원 이상을 기본료로 지급한다. 라이더들에게 피크시간에 빠른 속도로 달려서 돈을 벌라고 지시하는 셈이다. 비피크 시간에 돈을 벌지 못하는 라이더들은 피크시간에 달릴 수밖에 없다. 이른바 매달 월급을 받는 게 아니라 건당 돈을 받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이다. 플랫폼 노동자지만 쿠팡이츠는 AI가 제시한 주문 건을 일정 회수 이상 거절하면 계정 정지를 한다. 라이더는 울며 겨자 먹기로 피크시간에 달릴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노조와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16일 서대문구 연맹 사무실에서 오토바이 보험료 인하 배달공제조합 설립을 위한 배달라이더 1만 서명운동 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7.16ⓒ김철수 기자

올해 국정감사에 쿠팡, 배달의민족 등 배달플랫폼 업체 대표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이익을 얻는 사이, 자영업자는 수수료로 고통받고, 배달노동자들은 최소한의 안전망 없이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 됐다.

정부는 선릉역 사고를 라이더의 탓으로 돌렸지만, 국회에는 좀 더 다른 기대를 해본다. 플랫폼 노동자라는 이유로 최저임금, 4대 보험, 퇴직금, 오토바이 구입, 오토바이 보험료 모두를 스스로 해결하는 배달 오토바이 라이더에게 선릉역 사고의 책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라이더를 빠른 속도로 내모는 음식플랫폼 기업에 대한 책임을 묻기 바란다. 최소한 선릉역 사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달라이더 무보험 정책을 펼치고 있는 쿠팡이츠와 이를 방치하는 국토교통부에 대해 배달 오토바이 산재 대책을 묻는 국정감사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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