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리포트] 여성들의 옷까지 규제하려는 한국교회, 그 뒤에 숨겨진 추한 속내

개신교 매체들의 여성 의복과 관련한 보도들ⓒ기타

한 개신교계 매체가 지난 9월 21일 ‘교회 다니는 여성들의 5가지 옷차림 원칙’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면서 SNS상에서 비판이 거세다.

이 기사는 “크리스천 여성의 옷차림이 어때야 하는가에 관한 문제는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뜨거운 논쟁 중 하나”라며 크리스천 패션 디자이너로 15년간 일했다는 ‘알리사 카릴로’라는 인물의 말을 인용해 “기독교적 관점에서 외모를 가꾸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지만, 남성들로부터 욕망을 불러일으킬 만한 옷차림은 경계하는 것이 좋다”라고 썼다. 이어 옷보다 내면이 중요하고, 여성은 항상 자기 성별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며, 옷차림에 대한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뒤따랐다.

여성 직원들의 출근 복장까지
규제하는 개신교계 방송사들

이처럼 여성의 옷차림을 규정한 기사는 처음도 아니거니와 문자로만 명시하는 규율도 아니다. 심지어 이를 직원들에게도 적용해 실천하는 곳들이 있는데, 개신교계 방송사가 포함된다.

예를 들어, 극동방송에서 여성 직원에게는 바지 복장 출근이 허용되지 않는다. 그나마 몇 해 전부터는 주 1회 바지 복장이 허용됐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극동방송 여직원들은 크게 기뻐했다고도 했다.

내가 몸담았던 CGNTV도 여성 직원들의 치마 길이를 단속했다. 기성복매장에서 가장 평범하게 살 수 있는 무릎 살짝 위로 올라오는 기장의 단정한 스커트도 금기시했다. 전혀 노출이 심하거나 디자인이 튀지 않고, 오히려 격식을 갖춘 장소에서 입을 법한 정장 원피스도 단지 치마 길이가 무릎 위로 살짝 올라온다는 이유로 단속하다니, 당연히 원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거나 말거나 회사는 변하지 않았다. 상위 리더십에게 ‘이건 좀 심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회사에 엘리베이터가 없는 탓에 여성들이 치마를 입고 계단에 올라갈 때 뒤에 있는 남성들은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 그러니 어쩔 수 없다’였다.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다? 굳이 왜 그쪽에 시선을 두는가라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내가 남성이 아니라 그 입장을 이해 못 하는 것인가 싶은 마음에 ‘배려차원’이라 생각하자고 마음을 바꾸기도 했다.

여성의 복장을 제한하는
극동방송은 여성 목사의 설교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극동방송 설교와
칼럼 등에서 여성을 은근히
비하하고 차별하는 내용은
잘 걸러지지도 않는다.

보수 개신교계가 여성들에게 복장의 규율을 들이대는 이유와, 그로 인한 부작용은 여러 가지겠으나 가장 근원적으로는 지속적으로 여성의 지위를 상기시켜주려는 속내가 읽혔다.

그러니 여성의 복장을 제한하는 극동방송은 여성 목사의 설교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극동방송 설교와 칼럼 등에서 여성을 은근히 비하하고 차별하는 내용은 잘 걸러지지도 않는다.

한 예로 지난 8월 5일에 저녁 8시-9시 사이 한 목사가 1분 칼럼에서 여성을 공에 비유한 발언을 해 분노한 한 교계 후배 기자가 평화나무에 연락하기도 했다.

2017년 열린 예장 합동 총회장 앞에서 여성안수 허용을 요구하는 총신대 여동문회 회원들.ⓒ기타

‘10대 여성은 12명씩 공 하나를 가지고 경기하니 축구공, 20대는 6명씩 팀을 짜서 공 하나를 가지고 경기하니 농구공, 30대는 1명이 공 하나를 보고 치니 골프공, 40대는 서로 가지라고 핑퐁 치니 탁구공’, ‘50대는 피해야 할 피구공’에 비유하면서 ‘그럼에도 실망하지 말아라, 하나님은 당신들을 사랑하신다’는 식의 내용이 전파를 탔다는 것이다.

물론 남성도 오빠와 아저씨와 할아버지로 구분해서 설명했다지만, 이 내용을 듣는 청취자는 “이런 성희롱도 구분하지 못하는 방송을 송출한 게 극동방송이 맞는지 믿기지 않아 채널을 다시 확인하기까지 했다”며 어이없어했다.

“여성안수를 주는 걸 분기점으로 해서
교회가 좌경화되고
진보적으로 가버리더라”

예장통합 소속의 한 젊은 목사는 여성이라는 동등한 자격으로 참석한 행사장에서 남성 목사들로부터‘그렇게 돌아다니면 남편 식사는 누가 챙기느냐’는 말을 듣곤 한다고 했다. 또 부부가 모두 목사인 경우에도 여성은 목사 대신 사모(목회자 부인)이란 호칭을 더 많이 듣는다며 분개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소속 벙커1교회가 조직교회를 틀을 갖추면서 40대 여성 장로가 피택을 받았다. 지난 9월 12일 장로 선출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의 득표를 얻은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가장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기장에서도 40대 여성 장로 선출은 첫 사례라고 한다. 그나마 이런 변화에서 소망을 보는 것이 개신교의 현주소다.

예장합동·합신·고신에서는 지금까지 여성 목사 안수조차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차별을 신앙이라 우기는 이분들도 알긴 알 것이다. 본인들이 얼마나 치졸한지. 그래서 예장합동 직전 총회장인 소강서 목사(새에덴교회)는 그나마 솔직했다고 본다. 그는 얼마 전 평화나무와 인터뷰에서 교회 내 여성의 숫자가 많고, 그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스스로 총대를 메고 나설 용기는 없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함께 내뱉은 말에서 이 보수적인 교단들이 여성 목사를 반대하는 이유의 핵심을 살필 수 있었다.

“여성안수를 주는 걸 분기점으로 해서 교회가 좌경화되고 진보적으로 가버리더라”

여성 옷차림에 대한
분별력을 강조하면서
신앙과 차별·혐오에 대한 분별력도
갖추지 못한 교인들,
겉은 화려하나 욕망에 이글거리는
추한 속내를 이젠 숨길 길이 없는
스스로나 돌아볼 일이다.

서구사회에서도 소유물로 취급하던 여성의 인권이 높아지면서 점차 인간의 존엄성이 회복되고 인권 감수성이 확대하는 것을 변질, 퇴색, 혼탁해지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저열한 방식으로 차별을 정당화하는 이유는 왜겠나? 한마디로 본인들이 ‘기득권’이기 때문일 터다. 결국 본인들이 누려온 권위주의를 버리지 못해 성경을 팔고 예수를 파는 못난이들이 아닌가. 권위를 세울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그야말로 권위적이 된 꼴이다.

1968년 대통령 조찬 기도회라는 열린 첫 공식 국가조찬기도회. 이날 기도회에서 김준곤 목사는 “우리나라의 군사혁명이 성공한 이유는 하나님이 혁명을 성공시킨 것”이라고 박정희 대통령을 칭송했다. 이렇게 보수 개신교는 권력과 야합하며 성장을 거듭했다.ⓒ국가기록원 홈페이지

최근 사회적으로 드러나는 젠더 갈등과 대결 구도가 못내 아쉽고 안타깝다. 이런 세상의 아픔, 갈등을 치유하거나 봉합할 그릇을 만들 생각은 없고, 갈등의 주범이 되는 한국교회다.

여성의 옷보다 내면이 중요하다면서 으리으리한 건물에 집착하는 한국교회, 여성에게는 남성들로부터 욕망을 불러일으킬 만한 옷차림은 경계하라면서 정치인들의 욕망을 교회 강단에까지 끌어들이는 목사들, 여성 옷차림에 대한 분별력을 강조하면서 신앙과 차별·혐오에 대한 분별력도 갖추지 못한 교인들, 겉은 화려하나 욕망에 이글거리는 추한 속내를 이젠 숨길 길이 없는 스스로나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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