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어떤 기업들이 미 국방부 돈으로 배를 불렸을까?

미국은 2015년부터 4년 동안 무인기의 하루 출격 회수를 50% 늘리기로 했었다. 사진은 GBU-24 유도폭탄과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로 무장된 미군 무인기 MQ-9 리퍼가 아프가니스탄 남부 지역에서 대테러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뉴시스/AP

21세기에 미국이 벌인 각종 전쟁의 비용과 결과가 이제 잘 기록돼 있다. (브라운대학교의 전쟁비용 프로젝트 계산으로는 지금까지 8조 달러가 지출되고 38만 이상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그런데 이런 엄청난 군사비 지출로 이익을 본 당사자들이 누군지는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수많은 크고 작은 기업들이 9.11 이후의 군사비 잔치로 놀랄 만큼의 돈을 두둑하게 챙겼다. 2001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때부터 미 국방부는 상상하기 어려운 14조 달러 이상을 썼으며, 그 중 최대 절반이 민간군사기업에게 갔다. 미국 진보매체 트루스아웃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Corporate America Cashed In on the Post-9/11 Pentagon Spending Surge

9.11 이후 쏟아진 미국의 군사 계약들

테러와의 세계 전쟁(GWOT) 이후 형성된 정치적 분위기 덕분에 미 국방부의 예산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9.11과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후 첫해에만 10% 증가한 미 국방부 예산은 전례 없이 향후 10년간 한 해도 빠짐없이 늘어나, 2010년에 2차 세계대전 이후 8000억 달러를 넘어 정점을 찍었다. 이는 한국전쟁이나 베트남전쟁이 절정에 달했을 때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1980년대에 군비 증강에 매진했을 때 지출한 금액보다 훨씬 많다. 그리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돈을 훨씬 능가했다.

보잉사 부회장이었던 해리 스톤사이퍼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2001년 10월 인터뷰에서 “이제 지갑이 열렸다... 우리나라를 방어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주기 싫어하는 의원이 있다면, 그는 내년 11월 선거 이후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라고 했는데, 이는 당시의 분위기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2018년을 기준으로 한 상위 10개국의 군사비다.ⓒ도표=스타티스타

미 국방부 예산이 급증할 거라던 스톤사이퍼의 예언은 정확했다. 지금도 말이다. 바이든 정권도 예외는 아니다. 바이든 정권의 2022년 예산안에는 국방부와 핵탄두 개발 등 군사 관련 에너지부의 예산 청구액이 7,500억 달러를 훌쩍 넘었다. 이에 뒤질 새라 하원과 상원의 군사위원회는 그 액수에 약 240억 달러를 추가하기로 이미 결정했다.

누가 그 혜택을 받았을까?

9.11 이후 급증한 미 국방부의 지출은 굉장히 집중적으로 분배됐다. 현재 미 국방부 계약의 3분의 1 이상을 록히드 마틴, 보잉, 제너럴 다이나믹스, 레이시온, 노스롭 그루먼이 가져가고 있다. 이들 5대 무기회사가 2020년 한 해에만 국방부와의 계약으로 챙긴 돈은 1,660억 달러가 넘었다. 이는 미 국무부와 국제개발청의 2020년 전체 예산인 440억 달러의 1.5배가 훨씬 넘는 액수다. 그 외에도 혜택을 입은 기업들이 꽤 있다. 물류와 건설 분야의 켈로그, 브라운앤루트(KBR), 벡텔과 민간군사기업인 블랙워터와 딘코프가 대표적인 예이다.

미 의회조사국에 따르면 2020년에 이들 기업들이 미 정부로부터 챙긴 돈이 4,200달러, 그러니까 국방부 총예산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무기회사와 물류, 건설 회사들은 빠른 배송과 덜 엄격한 감독이 일상화되는 ‘전시 상황’을 십분 활용해 미국 정부에게 과도한 비용을 청구하거나 노골적으로 사기를 쳤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때문에 가장 널리 알려진 재건축 및 물류 회사는 자회사 KBR를 가진 할리버튼이다.

할리버튼은 미 국방부의 ‘민간병참지원프로그램(Logistics Civil Augmentation Program)’의 수혜자였다. 미정수량 매매계약을 따낸 할리버튼은 군사기지 건설, 군장비의 유지관리, 식사 및 세탁 서비스 제공을 포함한 군 지원사업을 통해 2008년까지 국방부로부터 약 300억 달러를 받아냈다.

이런 할리버튼을 둘러싼 논란 수없이 많았다. 사적 금융거래와 노골적인 부패 때문이었다. 군 지원사업의 민영화는 1990년대 초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딕 체니 전 부통령에 의해 처음으로 추진됐고 할리버튼이 그 계약을 따냈다. 그러니 체니가 훗날 2001년 부통령이 되기 전까지 할리버튼의 CEO를 맡은 게 놀랍지 않을 것이다. 이는 미 국방부와 군사기업들 사이의 회전문 인사의 전형적인 예로, 지금도 수많은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군 장성들이 명백한 이해충돌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1981년에 설립된 독립기관 정부감시 프로젝트에 따르면, 2018년에 미 국방부와 방산 계약을 맺은 대형 군수업체에서 일하는 전직 고위 공무원은 645명으로 파악됐다. 이중 거의 90%가 군수업체를 위해 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로비하는 역할을 했다. 위의 그래프는 그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를 보여준다. 하늘색이 로비, 파란색이 임원, 연두색이 이사나 이사장을 나타낸다.ⓒ그래프=정부감시 프로젝트

할리버튼은 이라크로 수십억 달러를 확보한 후 미군들을 위험에 빠뜨릴 정도로 부실공사와 기준에 못 미치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도 국방부에게 과도한 비용을 청구했다.

이런 회사가 한둘이 아니었다. 낭비와 사기, 남용을 뿌리 뽑기 위해 미국 의회가 만든 기관인 ‘이라크 재건사업 특별감사관실’과 헨리 왁스맨 하원의원과 같은 감시자들 덕분에 미국의 이라크 침공 1년 후인 2004년부터 이라크 ‘재건’과 관련한 과도한 비용 청구, 부실공사, 노골적인 돈 빼돌리기가 수십 건 드러났다. (물론 이로 인해 금전적, 혹은 형사상의 대가를 치른 회사는 거의 없다). 또, 2008년에 의회의 위임을 받아 만들어진 ‘이라크와 이란 전시 계약 위원회’에서는 2011년까지 양국에서 이뤄진 낭비, 사기 및 남용이 총 310억에서 600억 달러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미 국방물류국으로부터 미국의 이라크 작전을 위한 연료 제공을 위해 27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따낸 인터내셔널 석유트레이딩사이다. 하원의 정부감시개혁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인터내셔널 석유트레이딩사는 꾸준히 국방부에게 과도한 금액을 청구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이라크에 14억 상당의 석유를 공급하면서 2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챙겼다.

그 돈의 3분의 1 이상이 소유주인 해리 사르지엔트에게 돌아갔는데, 그는 공화당 플로리다 지부의 재무의장을 역임했다. 왁스맨 하워의원은 그 상황을 이렇게 요약했다. “사르지엔트의 회사는 세금을 내는 미국 납세자들을 이용했다. 그의 회사는 요르단을 통해 석유를 운송할 면허를 지닌 유일한 회사였기 때문에 저지당하거나 처벌을 받지 않고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청구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부실공사가 비극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일도 많았다. 2004년부터 이라크에 있는 미군기지에서 감전사한 군인이 최소 18명이었다. 이들은 전기 설비 결함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KBR과 KBR의 하청업체들이 담당했던 작업들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국방부 감찰관이 지적했듯, “야전 사령관들은 시설들이 제대로 업그레이드 됐는지를 확인하지 않았고, 육군은 이런 작업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지 않았고, KBR는 기지 작업들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아프가니스탄의 ‘재건’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낭비와 사기, 남용이 만연했다. 미국이 만든 경제태스크포스 하나는 허허벌판에 결국 사용되지 않은 주유소를 짓는 데에 4,300만 달러, 미국 경제 고문들을 위한 호화 주거지에 1억 5000만 달러, 그리고 역시 사용되지 않은 아프가니스탄 해경 순찰선들에 300만 달러를 썼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회사들에게 준 20억 달러 상당의 운송 계약금 중 상당 부분이 대형 트럭 호송대의 무사한 통과를 위해 각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군벌과 고위 경찰, 그리고 탈레반에게 주는 뇌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의회 조사에 따르면 트럭 한 대당 1,500달러, 혹은 300대의 트럭에 최대 50만 달러가 뇌물로 쓰였다고 한다. 2009년에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부 장관이 “탈레반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는 안전 보장용 뇌물”이라고 인정했다. 운송 계약 수익으로 준 뇌물 말이다.

20년간 폭발적이었던 기업 수익

전쟁 덕분에 횡재한 두 번째 부류의 기업들은 시설 경비, 경호, 군사훈련 사업체인 민간군사기업들이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그 악명 높은 블랙워터다. 블랙워터는 2007년 바그다드 학살 사건의 주범이다. 당시 미 대사관 차량들을 경호하다가 교통체증으로 멈춰선 블랙워터 차량행렬에서 갑자기 사방으로 총알이 날아가 도망치던 어린아이, 그 어머니, 그리고 경찰을 포함해 모두 17명의 이라크 민간인이 학살됐다. (2020년에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연루된 블랙워터 요원들을 사면했다).

이 사건 이후 블랙워터는 사명을 몇 번 바꿨다. XE서비스와 아카데미라 불렸다가 결국 또 다른 민간군사기업인 트리플캐노피와 합병했다. 이때 블랙워터 창업자인 에릭 프린스가 회사를 떠났는데, 이후 유엔 무기 엠바고를 어기고 아랍에미리트를 대신해 리비아 내전에 투입될 민간 용병들을 모집했고, 트럼프 정권에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의 핵심 전력을 될 민간 용병대를 꾸리겠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2007년 이라크 민간인 17명을 학살한 블랙워터 요원들 더스틴 허드, 에반 리버티, 니콜라스 슬라튼, 폴 슬러프이다. 2020년에 트럼프 미 대통령이 종신형과 30년 징역형을 살고 있던 들을 사면했다.ⓒ사진=뉴시스/AP

한편 이라크 포로들을 심문하는 것으로 돈을 번 기업들도 있다. 타이탄과 CACI 인터내셔널은 수감자들을 무자비하게 고문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아부그라이브 교도소에 통역사와 심문관을 제공했다.

보안과 재건을 맡은 민간기업들이 파견한 인원와 벌어들인 수익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들이 지속되는 동안 급증했다. 의회조사국은 2011년 3월이 되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군(14만5,000명)보다 민간기업 요원과 사원(15만5,000명)이 많아졌다고 추정했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시계약 위원회는 2011년 8월 최종보고서에서 그 수치를 더 높게 잡으며 “민간기업 요원과 사원들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작전에 참여하는 미국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때로는 그 수가 25만 명이 넘는다”고 했다.

해병대 경력이 있는 요원은 이라크에서 연간 20만 달러도 벌었다. 하지만 민간기업들이 파견한 인력의 4분의 3 정도는 네팔, 필리핀, 혹은 이라크 출신이었다. 이들은 형편없는 급여를 받으며 때로는 연간 3천 달러로 버티기도 했다.

브라운대학교의 전쟁비용 프로젝트의 2017년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지원으로 아프가니스탄에서 이뤄지는 사업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은 ‘끔찍한 노동조건’과 불법 감금, 임금 착복, 산재 사고로 인한 부상과 죽음 등 대대적인 인권 유린을 당했다고 한다.

미국이 이라크에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무장 ‘고문’만 남겨놓고 철수를 하고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완전히 철수하자 이들 기업들이 이제 외국 고객을 찾아 나서고 있다. 일례로 블랙워터 출신이 설립한 티어1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암살에 연루된 사우디 요원 4명을 훈련시켰다. 뉴욕타임스가 이를 단독보도하면서 했던 말처럼 “20년간의 주둔 끝에 미 주둔군이 축소됨에 따라 미국 민간군사기업이 점점 외국 고객을 찾고 있어, 이런 문제는 계속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이 기업의 배를 불린 또 하나의 경로가 있다. 이 시기에 해외 무기 판매가 급증한 것이다. 그 중 규모도 논란도 가장 큰 것은 사우디아라비아나 UAE처럼 참혹한 예멘 내전에 개입했거나 중동지역의 다른 국가에서도 갈등을 부추기는 나라들과 이뤄지는 무기 거래다.

중동에서의 무기 판매가 미국 경제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가장 요란하게 떠벌린 건 트럼프 대통령이었다. 하지만 대형 무기기업들이 사우디에 무기를 가장 많이 팔았던 건 오바마 정권 때였다. 2010년에는 사우디가 총 600억 달러을 써서 전투기, 공격용 헬리콥터, 장갑차, 폭탄, 미사일과 총 할 것 없이 사실상 모든 종류의 무기를 사들여 예멘 개입에 많이 사용했다. 이는 민간인 수천 명을 죽인 무차별 공습과 지금까지 약 25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봉쇄정책에 크게 기여했다.

영원한 전쟁으로 부당한 이익 챙기는 기업들

무기회사 등 미군 관련 기업들의 과도한 이윤을 억제하고 낭비와 사기, 남용을 막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전쟁과 전쟁 준비에 들어가는 돈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 국방부의 예산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5대 무기회사가 챙겨가는 돈도 꾸준히 늘고 있다.

녹색연합, 열린군대를위한시민연대를 비롯한 단체 관계자들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2020 세계군축행동의 날(GDAMS) 기자회견을 열고 군사비를 줄여 기후 위기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사용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2020.04.27ⓒ김철수 기자

놀랍도록 변하지 않는 이 패턴을 바꾸려면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항상 존재하고 늘 새로이 발생하는 비군사적인 안보문제에 초점을 맞추고 외교와 대화의 역할을 키워야 한다. 중국과의 ‘신냉전’이 아닌 판데믹이나 기후변화와 같은 핵심적인 문제가 중심이 되게 ‘국가안보’도 재정의해야 한다.

이제는 미국이 21세기에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시리아, 소말리아, 예멘 등의 나라에 그랬듯, 다른 나라에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무기회사 등이 아무런 위험부담없이 전쟁으로 부당이익을 챙기는 꼴을 앞으로 수십 년 간 더 보기 싫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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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연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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