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쏟아지는 택배노조 혐오기사...“을·병 싸움만 부추기며 구조적 문제 가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 택배회사·대리점·택배기사 3자 협의체 구성 재차 촉구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뉴스1

일부 보수언론의 기사로 택배산업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관한 목소리는 사라지고 노조 혐오와 을·병의 싸움만 조명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택배회사-대리점-택배기사 사이에서 ‘갑’이라고 할 수 있는 택배회사는 쏙 빠진 채 ‘을’과 ‘병’인 대리점과 택배기사 사이의 싸움만 부추기는 일부 언론의 기사가 이어지고, 사실관계를 확인하지도 않은 내용으로 택배기사 노동조합이 문제라는 식의 노조 혐오 인터뷰 기사도 쏟아지면서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과로사대책위)는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을·병 갈등으로 접근하면 본질 왜곡”
과로사대책위, 3자 협의체 제안

기자회견에서 박석운 과로사대책위 공동대표는 ‘택배회사-대리점-택배기사’ 관계를 조선시대 ‘지주-마름-소작인’에 비유하며 구조적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택배회사-대리점-택배기사 관계는 조선 왕조시대 지주-마름-소작인 관계와 흡사하다. 소직인(택배기사)의 성과물을 지주(택배회사)가 가져가면서 중간에 마름(대리점)을 두어 마름과 소작인 사이의 갈등으로 문제를 전가하는 식”이라며 “택배회사를 빼고, 을(대리점)과 병(택배기사) 사이의 갈등으로 접근하면 문제의 본질을 완전히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택배현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자꾸 대리점과 택배기사의 갈등 문제로 집중시키려 하는 일부 보수언론의 언론보도를 비판했다. 또 택배회사가 아니면 접근하기 힘든 CCTV 영상을 일부만 편집하여 보여주는 언론보도 배후에 택배회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을과 병의 싸움을 부추기는 형태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점만 더 악화·심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갑-을-병 간 구조적 문제점을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하기 위한 협의체 구성 등을 제안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또한 “보통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이해관계자가 모여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진상조사도 하고, 제도개선 안도 내는 등 다 함께 논의해야 한다. 그래야 해법이 나오고 각각 개선할 지점이 나오는 것”이라며 “그런데 택배회사는 빠져 있고, 을과 병만 있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택배회사, 대리점, 택배기사 3자가 계속 머리를 맞대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 대회의실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참석자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CJ대한통운 대리점주 사망 이후 제기된 노조 비판과 의혹에 대한 입장, 향후 계획 등을 밝혔다. 2021.9.27.ⓒ뉴스1

노조 “택배회사와 5년간 교섭 한 번 못해”

택배노조는 택배회사·대리점·노조 3자 협의체를 제안하며 “합법적인 노조 필증을 받은 노조가 5년째 (원청 택배회사와) 교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해소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택배노조는 과로사와 갑질 등이 만연한 택배현장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원청 택배회사와의 교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택배회사는 직접계약 관계가 아닌 택배기사들과 교섭할 의무가 없다며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노조는 “CJ대한통운 등 택배회사들은 노동관계법상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지금의 하청구조를 만들었고, 특히 영세한 대리점들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면서 대리점 내 분쟁을 방치해 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사회적 합의와 생활물류법 제정의 교훈은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 택배회사들이 나서야 택배 현장의 문제가 해결되며 이들이 나서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을’과 ‘병’이 싸우도록 내버려 두면서, 그 기저에 있는 ‘갑’의 문제를 방치한다면, 택배 현장의 안정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기사ⓒ조선일보 온라인 지면 갈무리

철 지난 색깔론...“법률 대응할 것”

최근 조선일보는 “택배노조 위원장들은 위장취업한 주사파”라는 철 지난 색깔론까지 끌고 와 택배노조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간담회에서는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색깔론 공격을 받은 당사자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주사파를 규정하는 기준이 뭐냐고 조선일보 기자에게 거꾸로 물어봤다.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주사파가 아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다”라며, 해당 기자와 인터뷰에 응한 이에 대해 법률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 진 위원장은 “이력서를 속이고 취업하는 게 위장취업인데, 위장취업이라고 할 만한 게 없다”라고 덧붙였다.

박석운 대표는 “노이즈마케팅”이라고 치부하며, “그냥 흘러가는 소리”라고 규정했다.

안진걸 소장은 “노조가 잘못한 지점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고치겠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잘못한 부분만 지적하면 될 일 아닌가, 이제 이런 비열한 짓은 한국 언론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청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노조, 조선일보 기사 반박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이달 2일에 발표한 김포 장기대리점 소장 사망사건의 자체 조사결과 발표에 이은 추가 설명 자료를 냈다. 구조적 문제점을 뒤로하고 노조 혐오만 부추기는 보수언론의 기사가 매일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해 해명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앞서 조선일보는 지난 16일 노조의 괴롭힘을 호소하며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대리점 소장 A 씨의 유족 인터뷰 기사를 냈다. 이 기사를 통해 조선일보는 “남편이 대리점 운영을 포기한 것은 원청인 CJ대한통운 때문이고, 이것이 남편 죽음의 원인이라고 하는데, ‘날조’다”, “분류도우미 인건비로 월 1000만원 가까이 나갔다” 등의 유족 말을 전했다.

‘날조’라는 내용에 대해, 택배노조는 8월 25일 CJ대한통운 관계자와 택배기사의 전화통화 녹취록을 제시하며 “이 녹취록에는 왜 고인이 대리점을 포기했고, 이후 왜 다시 대리점 입찰에 참여했는지 나온다”라고 설명했다. 해당 녹취록을 보면,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고인이 대리점을 포기하게 만들었다”라며 분할한 대리점 입찰에 참여토록 제안하면서도 심사위원들에게 얘기해 A 씨와 A 씨 배우자, 측근 모두 떨어뜨리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분류인력 인건비로 월 1000만원 나갔다’는 내용 관련해, 택배노조 관계자는 “해당 대리점 택배기사는 총 17명이었다. CJ대한통운은 택배기사 5명당 분류인력 1명씩 투입하겠다고 했었고, 이것대로면 4명의 분류인력이 투입됐어야 했다. 이대로 투입됐다고 하면 분류인력 1인당 170만 원씩 총 680만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원청 CJ대한통운이 약속한 부담비용(대략 50%)을 제외하면 월 340만 원 수준이 된다. 이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향후 분류인력 비용을 원청이 지급하기로 한 ‘일시적 비용’”이라며, 월 1000만 원 나갔다는 기사내용에 대해 반박했다. 그러면서 “분류인력 투입은 작년부터 본격화됐는데, 해당 대리점은 올해 6월부터 분류인력을 투입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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