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달새 20대 노동자 4명 추락사, 왜 못 막나

지난 27일 인천의 한 아파트 유리창을 청소하던 20대 노동자가 작업용 밧줄이 끊어져 추락사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는 출근 첫날에 발생한 사고로, 작업당시 보조 밧줄도 없이 작업용 밧줄 하나에만 의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8일에는 구로의 한 아파트 외벽청소를 하던 23세 청년이, 다음날인 9일에는 공덕역 지하철 환기구 공사현장에서 일하던 27세 청년이, 10일엔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에서 작업 중이던 25세 청년이 수 십 미터 아래로 추락해 모두 목숨을 잃었다. 최근 한 달 사이 무려 4명의 20대 청년이 작업 중 참변을 당한 것이다.

이는 생활비나 학비를 벌기 위해 또는 일자리를 제 때 구하지 못해 일용직으로 작업현장에 나선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현황분석에 의하면, 2020년 기준으로 지난 5년간 산업재해는 약 18,000건 이상 증가했는데, 그 중 2,800건이 18~29세 연령층에서 발생했다. 비율로 보자면, 전체 산업재해가 20% 가량 증가하는 동안 18~29세 연령층에서는 무려 34%가 증가한 것이다. 이는 60세 이상을 제외하고 가장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산재 사고의 절반 이상이 근속기간 6개월 미만의 노동자인 만큼 업무 경험이 비교적 적을 수밖에 없는 청년들이 산재사고의 피해자가 되고 있는 셈이다.

구의역의 김군, 태안 화력발전소의 김용균, 평택항의 이선호. 수많은 청년노동자의 죽음에도 왜 이 악순환은 계속 되는 것일까? 이 참변은 막을 수 없는 것인가?

죽지 않을 권리를 위해 오랜 투쟁 끝에 제정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28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령은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지금의 제정안으로는 제2의 김용균, 이선호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청년과 노동자의 안전한 일터를 보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노동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안전보건 점검 업무를 외부 민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해 그동안 기업과의 유착으로 문제가 되었던 부실점검은 그대로 남게 되었다. 또한, 2인1조 작업 등 재해 예방에 필요한 적정 인력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도 않았고, 과로사의 주된 원인이 되는 질환도 직업성 질병자 범위에서 제외됐다. 노동자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한 사항은 대부분 포함되지 못했다.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일용직으로, 알바로 떠밀려 간 청년들은 안정된 생활은커녕 기본적인 안전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의 아들은 산재위로금과 퇴직금이라며 50억을 받고도 떳떳하다는데 다른 청년들은 일하다 죽어도 제대로 된 보상도, 책임자 처벌도 없다. 지금의 청년들이 대한민국의 공정을 비웃고 기득권에 분노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매년 2,000명이 죽고 10만명이 다치거나 병드는 노동현장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정부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개정안을 마련하고, 특히 취약한 청년노동자의 일자리와 안전에 대해서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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