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연은 지금]1. ‘전통’ 거부하고 ‘랩’으로 풀어낸 낭만희곡, ‘시라노 드베르주라크’

영국 배우 제임스 매커보이가 ‘시라노’ 역할 맡아...영국서 호평을 받았던 작품

영국 NT Live 프로그램, 제임스 매커보이 주연의 '시라노 드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Marc Brenner

코로나 팬데믹으로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OTT 플랫폼 등을 통해 공연실황 영상을 관람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걸맞춰 국립극장은 세계 유수의 극장들과 손잡고 NTOK Live+를 기획했다. 이번 기획을 통해서 국내 관객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해외 유명 작품을 국내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해외 공연의 '현재'와 '명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해 본다.

1. 영국 NT Live 프로그램, 제임스 매커보이 주연의 '시라노 드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
2. 영국 NT Live 프로그램,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폴리스(Follies)'
3. 네덜란드 ITA Live 프로그램, 로버트 아이크의 '오이디푸스(Oedipus)'

영화 '엑스맨'에서 찰스 자비에 교수 역할로 한국 관객에게 친숙한 영국 배우 제임스 매커보이가 영화 스크린이 아닌 연극 무대 위에 올랐다.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의 작품 '시라노 드베르주라크'를 통해서다.

다듬고 편집된 영화 속 제임스 매커보이가 아닌, 긴 호흡으로 무대를 이끌고 가는 제임스 매커보이의 무대를 만날 수 있는 기회다. 매커보이는 짜증 내고 우쭐거리며 때론 사랑에 절절매는 완벽한 시라노를 구현한다.

실제 이 작품이 2020년 10월 국립극장 상영됐을 때, 매커보이가 시라노 역할을 맡았다는 사실 만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국립극장에 따르면 영국 일간지 '이브닝 스탠더드'는 매커보이의 연기에 대해 "제임스 매커보이는 이 완전한 연극을 아름답고 강렬하게 연기해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영국 극작가 마틴 크림프는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1868-1918)의 원작을 현대적인 대사로 각색했다. 여기에 영국 영화감독 제이미 로이드가 현대적이면서 과감한 연출로 원작을 재탄생시켰다.

'시라노 드베르주라크'는 커다란 코 때문에 사랑하는 여인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시라노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라노는 아름답고 지적인 사촌 록산을 사랑하게 되지만, 자신의 커다란 코와 못생긴 외모가 록산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어느 날 잘생긴 외모의 크리스티앙이 록산에게 반하게 되고, 시라노는 크리스티앙 대신 러브레터를 대필해 주게 된다. 록산은 대필 편지를 읽고 크리스티앙을 깊게 사랑하게 된다.

NTOK_Live+_NT Live '시라노 드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Marc Brenner

이젠 대필 편지라는 소재는 진부하게 느껴지지만, 제이미 로이드의 연출은 심심하지 않다. 그가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틀을 과감하게 삭제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시라노' 하면 실과 바늘처럼 떠오르는 대형 코 분장이 그것이다. 매커보이는 어떤 특수 분장 없이 자신의 모습으로 무대에 선다. 또한, 제이미 로이드는 1640년대 프랑스를 보여줄 수 있는 무대 장치나 의상도 빼버렸다. 오히려 무대는 텅 비어있다. 몇 개의 의자나 마이크가 등장했다가 사라질 뿐이다. NT live(영상)로 전 세계 관객을 만나야 할 상황에서 텅 빈 무대를 연출한다는 점은 과감한 모험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대담해 보이는 연출은 결과적으로 배우와 대사 자체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뛰어났지만, 무엇보다 배우들이 내뱉는 대사의 운율이 흥미로웠다. 랩을 하듯 토해내는 문장들은 춤을 추듯 무대를 누볐다. 원작이 가진 '낭만성'이 현대적으로 발현될 수 있었던 이유였다.

영국 현지에서도 호평을 받았던 이 공연은 2020년 로런스 올리비에 연출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등 총 5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며, 최우수 리바이벌 상을 수상했다.

제이미 로이드는 2009년 아폴로 극장에서 선보인 '스리 데이스 오브 레인'을 통해서 제임스 매커보이와 작업한 이후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는 2014년 영국 공연 전문지 '더 스테이지'에서 선정하는 공연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0위에 최연소 나이로 올랐다. 2020년엔 9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NT Live '시라노 드베르주라크'는 지난 2일, 3일, 6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상영됐다.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기자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김세운 기자 응원하기

많이 읽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