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환욱의 뚝딱뚝딱 학교] 도마를 만드는 아이들

아이들이 도마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방송에서 연예인이 도마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아이들, 선생님들이 몇 회에 걸쳐서 도마 만드는 것을 보고 부러워한 아이들이 목소리를 냈습니다. 어른들이 무언가를 골똘히 하는 모습이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한 것 같았습니다. 학교생활 전반에 있어서 어른들의 솔선수범은 생생한 교재이자 동기유발입니다. 언제나 아이들은 지켜보며 듣고 있죠.

도마를 직접 만들면서 목공의 매력에 빠지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제가 그동안 여러 사람들이 도마 만드는 것을 지켜보며 느낀 점은 이 과정이 그 사람의 성향을 드러내고 자신 스스로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는 것입니다.

열심히 도마를 만들고 있는 아이들ⓒ필자 제공

이를 위해서 기계의 사용을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나무에 원하는 모양을 그린 뒤에 절단할 때만 기계를 사용하고 그 뒤에는 사포 블럭을 이용하여 손으로 사포질을 합니다. 사포질은 매끈한 도마를 만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정인데 개인적으로는 가장 거친 100번 사포를 시작으로 180번 사포, 240번 사포, 400번 사포, 600번 사포까지 사용하게 하고 있습니다. 한 사포에 20분 정도는 하라고 하고 중간에 물을 묻히며 확인하는 작업도 하기에 적어도 사포질에만 2시간이 걸리는 셈이죠. 아주 단순한 작업이지만 정성을 들이는 것은 단순하지 않음을 느끼기를 바라면서요.

과정을 완료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삼 도마가 달리 보인다고 합니다. 그간 돈만 지불하면 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물건을 직접 만들면서 보람 혹은 달라진 시각을 느끼죠. 하지만 종종 부정적 반응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렇게 고생하는 것은 제 취향이 아니에요. 그냥 사서 쓸래요.’ 그럼 저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성공이구나’

목공은 무엇보다도 작업하는 사람으로부터 잡념을 떼어내어 고요하게 몰입하게 해주는, 마치 생활 속 명상을 하듯 느끼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도마에서는 사포질이 그런 순간이고 이 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갈림길이 나뉩니다. 묵묵하게 몰입을 하느냐 툴툴거리며 불만을 갖느냐는 본인의 선택이고 스스로를 확인하는 작업이죠. 저는 이 시대에서 가끔은 아주 단순한 작업을 하면서 생각을 비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모두가 같은 길을 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냥 사서 쓸래요.’라는 갈림길을 간 사람은 또 다시 갈림길을 마주하는 순간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저건 무식한 일이야.’라며 뒤를 돌아보지 않고 소비적인 삶만을 사는 길과 ‘내가 이렇게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만든 순간, 정성을 들인 순간이 있었나?’라며 뒤를 돌아보는 길을 만나기를 말이죠.

열심히 도마를 만들고 있는 아이들ⓒ필자 제공

아이들의 반응도 어른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에 대한 노출이 과다할수록 아이는 차분하지 못하고 서둘러 끝내려고 합니다. 에너지를 발산하기 위해 산만한 것이 아니라 여러 시각적 매체 중독으로 인한 후천적 산만함을 보입니다. 빠르기만 하고 질이 낮은 결과물을 생성하려고 합니다. 반면 잘 보호된 아이들은 자신의 작업에 정성을 들이며 몰두합니다. 본인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계속 요구하고 배우려고 합니다. 미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욕구가 자연스레 발동되기 때문이죠. 그러면서 그들 또한 반복되는 작업에 고요하게 몰두할지, 대강할지를 결정합니다. 후천적으로 산만한 아이는 몰입의 경험을 잘 겪지 못합니다.

한편으로는 아이들이 원하는 과정을 학교에서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여건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말로만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학습자가 원하는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원천적으로 막는 제약이 넘쳐납니다. 천원을 줄 테니 커피와 과자를 사오고 나머지 잔돈은 알아서 쓰라는 식입니다. 이렇게 학교가 자유롭지 못하니 교사도 아이도 자유를 누리기 어렵습니다. 규격화된 인재 양성, 문제 생산을 위한 교육과정에는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열심히 도마를 만들고 있는 아이들ⓒ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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