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연은 지금]2. 어리숙한 ‘청춘’과 열정어린 ‘중년’의 멋진 충돌, ‘폴리스’

미국 브로드웨이의 전설 스티븐 손드하임의 무대

NTOK_Live+_NT Live '폴리스'ⓒJohan Persson

코로나 팬데믹으로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OTT 플랫폼 등을 통해 공연실황 영상을 관람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걸맞춰 국립극장은 세계 유수의 극장들과 손잡고 NTOK Live+를 기획했다. 이번 기획을 통해서 국내 관객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해외 유명 작품을 국내 극장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해외 공연의 '현재'와 '명성'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해 본다.

1. 영국 NT Live 프로그램, 제임스 매커보이 주연의 '시라노 드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
2. 영국 NT Live 프로그램,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폴리스(Follies)'
3. 네덜란드 ITA Live 프로그램, 로버트 아이크의 '오이디푸스(Oedipus)'

어리석었던 과거의 나와 어리석음을 깨달은 현재의 내가 대화를 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앞뒤 모르고 타올랐던 청춘과 누적된 연륜으로 세상사를 노래하는 중년의 충돌을 멋지게 그려낸 NT live '폴리스'가 7일 무대에 올랐다. 젊은 시절의 나와 늙어버린 나의 만남을 이만큼 아름답게 그려낸 무대가 또 있을까 싶다.

이번 무대는 미국 브로드웨이의 살아있는 전설 스티븐 손드하임의 무대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손드하임은 한국 뮤지컬 관객에게 '스위니 토드'로도 잘 알려진 미국 작사가다. 손드하임은 '폴리스'를 1971년에 발표했는데, 초연 당시 이 작품은 토니상 11개 부문에 올라 7개 부문을 수상하는 등 엄청난 흥행을 거뒀다.

하지만 '폴리스'는 출연진부터 의상 및 소품까지 대형 규모를 자랑하고 있어서 무대에 쉽게 올리기도, 쉽게 만나기도 어려운 작품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이번 국립극장의 NTOK Live+를 통해서 한국 관객 역시 '폴리스'를 만날 수 있게 됐다.

NT live 신작으로 만나는 '폴리스'는 영국 국립극장이 2017년에 제작한 작품이다.

막이 오르면, 화려한 의상을 입은 중년의 여성들이 줄줄이 등장한다. 이 여성들은 한때 뉴욕 웨이스만 극장에서 공연을 했던 배우들이다. '폴리스 걸'이라고 불리는 이 여성들은 함께 나이 들어 철거를 앞둔 극장에 특별한 시선을 던진다. 그리고 낡은 극장 안에서 각자 젊은 시절을 추억하기 시작한다.

이 작품엔 37명의 배우와 21명의 오케스트라가 출연해 대형 규모를 자랑하는데, 다양한 폴리스 걸들이 우후죽순으로 자신의 과거를 노래한다. 그만큼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다양한 인물이 무대를 채운다는 점에서 입체적이다.

NTOK_Live+_NT Live '폴리스'ⓒJohan Persson

추억들의 나열로 자칫 이야기가 지루하게 흐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폴리스'가 지루할 틈이 없는 이유가 있다. 바로 순수했던 과거와 중년이 돼버린 현재의 만남 장면 때문이다.

이를 위해 도미닉 쿡 연출가는 두 남자 주인공 버디와 벤, 두 여자 주인공 샐리와 필리스를 과거와 현재로 나눠 캐스팅했다. 과거를 연기할 젊은 배우와 현재를 연기할 중년 배우를 각각 캐스팅한 것이다.

뮤지컬 무대에서 아역(혹은 젊은 시절) 배우가 출연하는 일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폴리스'에선 젊은 시절의 네 사람이 상영 시간(약 3시간) 내내 유령처럼 현재의 네 사람을 쫓아다닌다. 이 유령들을 통해서 과거에 엇갈렸던 사랑, 우정, 추억, 후회, 상처 등이 모습을 드러낸다. 또한, 이 과정에서 중년의 현재와 젊은이의 과거가 중첩되는 멋진 순간들도 폭발한다. 중년의 나는 젊은 시절의 아내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젊은 시절의 나는 위태로워 보이는 중년의 나와 남편을 응시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과거의 인물들과 현재의 인물들은 합을 맞춰 멋진 하모니까지 토해낸다.

또 한 가지 눈여겨 볼 점은 배우들이다. 이번 무대엔 중년 배우들이 다수 포진돼 있는데, 중견들의 폭발적인 성량과 기량은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샐리 역할에 이멜다 스탠턴과 필리스 역에 재니 디의 노래와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무대가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주인공들은 세월이 흐른 뒤에야 각자 '무언가'를 깨닫게 된다. 뒤늦은 후회로 주저앉고 쓰러지고 울기도 한다. 그러고 나서 무릎을 탁탁 털고 다시 중년의 삶을 시작한다. 강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다.

국내 관객들에게 영화 '더 스파이' '체실 비치에서'의 감독으로 익숙한 도미닉 쿡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전작에서 수정했던 초연의 주요 부분을 복원해 원작의 매력을 되살렸다.

'폴리스'는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지난 2일, 6일, 7일 총 3회 상영됐다.

원작 제임스 골드먼
작곡·작사 스티븐 손드하임
연출 도미닉 쿡

NTOK_Live+_NT Live '폴리스'ⓒJohan Pers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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