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나무 리포트] 성폭력·재정유용 의혹··· 이제라도 ‘전준구 아웃’

전준구 목사 설교 모습. 2020년 5월 PD수첩 방송 장면ⓒMBC PD수첩

교인들을 막강한 카리스마로 장악하던 목사가 있었다. 카리스마가 어느 정도였느냐, 목사의 말 한마디에 교인들이 군대처럼 움직이고 심지어 새벽에 예배당에 있는 장의자를 옮기겠다고 하는 억지스러운 요구에도 충성하는 분위기였다.

그 목사는 교회를 아들에게 물려주고 본인은 원로가 되었다. 그런데 아들은 생각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이 목사는 며느리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준 후 끊임없이 교회경영에 관여하고 움직이고 싶었는데, 그게 쉽지 않게 된 것이다. 결국 이 카리스마 넘치는 목사는 핏줄이 아닌 다른 목사를 담임으로 세운다.

전준구 목사가
로고스교회 담임목사가 된
비하인드 스토리

카리스마 넘치는 목사는 바로 경신교회 김용주 목사요, 김용주 목사가 아들 대신 세운 사람은 바로 지난해 5월 MBC PD수첩 보도의 주인공, 전준구 목사다, 이렇게 전준구 목사는 2009년 경신교회(현 로고스교회) 3대 담임으로 부임했다. 개신교계 감리교(기독교대한감리회)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때 김 목사의 결정은 ‘아들 길들이기용’이었다고 말한다. 김 목사가 자신이 생각할 때 흠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세워 아들을 무릎 꿇게 만든 후 원로가 된 후에도 교회를 마음대로 움직이고 싶어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카리스마 넘치는 원로 목사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 목사의 성추행 문제가 대두됐고, 김 원로 목사 측에서 그 점을 십분 활용하려 했는데도 통하지 않았다.

목사의 독단에서 오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지친 장로들은 새로 부임한 전준구 목사의 편에 선 것이다. 10여 년 전부터 전 목사의 성 문제를 알고 있었다는 장로들은 “그때는 전 목사가 납작 엎드려 ‘목회에만 전념하겠다’고 굳게 약속했기 때문에 그 말을 믿었다”라며 한탄했다. 다만 원로 목사를 퇴각시킨 후 전 목사에 대한 재신임을 물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고 했다.

로고스교회 모습. 2020년 5월 MBC PD수첩 방송 모습ⓒMBC PD수첩

전 목사에게 따라다니는 혐의에도 교회는 성장했고, 전 목사는 교단법과 사회법에서 처벌받은 적이 없다며 2018년에는 연회감독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기도 했다. 당시 감독 취임식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인사들은 한결같이 전준구 목사를 추어올리며, “감독에게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느니, 전준구 목사를 향해 “영적지도자”라느니, “눈물 날 정도로 멋지고 감격스럽다”느니, 들어주기 힘든 발언들이 쏟아졌고, “교인이 목사를 지켜야 한다”는 지루한 레퍼토리도 등장했다. 감독이 무너지면 다 함께 망한다는 괴변 말이다. 물론 이처럼 시끌벅적하게 취임식을 하고도 얼마 지나지 않아 내려오게 된 건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전준구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장하는 여성은 지난해 PD수첩을 통해
방영된 숫자만 38명에 달한다.
또 교회 재정을 유용 혐의도 나왔다.
그래도 전 목사는 여전히 건재하다.

이후 MBC PD수첩의 방송 내용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전준구 목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은 지난해 PD수첩을 통해 방영된 숫자만 38명에 달한다. 또 교회 재정을 유용 혐의도 나왔다. 그래도 전 목사는 여전히 건재하다.

알고 보니 PD수첩 방영 전, 전 목사는 몇몇 장로들에게 조기 퇴진을 약속했다고 한다. 장로들은 그를 또다시 믿어주었다. 목사를 아름답게 포장해 은퇴시켜주는 것이 교회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이제야 후회하고 있었다. 최대한 목사의 흠을 감싸주는 것이 믿음이라 여기고, 문제를 드러냈을 때 교인들이 상처받는 것이 두려웠다는 장로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전 목사는 장로들과 한 약속을 또다시 어겼다. 아니, 애초에 약속을 지킬 마음 따위는 없었다. 전 목사는 당당히 강단에서 설교하고, 교회 정상화를 부르짖는 교인들을 도리어 음해하고, 교회당에 발도 들이지 못하는 형국이다. ‘여전히 나를 따르고 원하는 교인들이 있으니 퇴진은 할 수 없다’는 것이 전 목사의 논리라고 한다.

과거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성폭력을 저지르고 난 후
“이것은 하나님이 하게 한 일이다”라는 말로
설득했다고 했을 정도다.
지금도 그를 따르는 교인들은
“성추행은 다 거짓말”이라며
목사를 옹호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잘못한 사람은 누구일까,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아들 길들이기용으로 흠 있는 사람을 담임으로 세운 원로 목사? 아니면 피해자보다는 목사의 앞날이나 교회의 이미지 등을 더 걱정해서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전준구 목사에게 속은 장로들? 여전히 전 목사를 옹호하는 교인들? 제대로 치리(治理, 교회에서 교리에 불복하거나 불법한 자에 대하여 당회에서 증거를 수합ㆍ심사하여 책벌하는 일)하지 않는 교단? 자신은 뒤로 숨은 채 추종 교인을 앞세워 교인간 갈등을 심화시키는 전준구?

2020년 5월 MBC PD수첩 방송 모습ⓒMBC PD수첩

잘못의 크기와 분량, 많고 적음을 떠나 따지고 보면 다 잘못이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건 분명하게 가릴 수 있다. 지금 누가 지난 잘못을 참회하고 있느냐 하는 지점이다.

우선 전준구 목사는 전혀 죄의식이 없어 보인다. 과거 피해자의 진술에 따르면 성폭력을 저지르고 난 후 “이것은 하나님이 하게 한 일이다”라는 말로 설득했다고 했을 정도다. 지금도 그를 따르는 교인들은 “성추행은 다 거짓말”이라며 목사를 옹호하고 있다. 전준구를 옹호했던 교단 목사들도 뻔뻔하기는 마찬가지다. 전준구 목사의 재정 의혹과 관련해 무죄를 준 재판위원장 조남일 목사는 감히 우리가 판단한 것에 토를 다는 것이냐며 불쾌해했고, 이철 감독회장은 ‘왜 나한테 묻는 것’이냐는 식이었다. 이용주 감독과는 건강상의 문제로 통화가 어려웠으나, 사모와 통화했을 때 그는 매우 억울해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교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장본인에 본인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는 느끼는 바가 없어 보였다.

교회의 의미를 잘못 알고 신앙 생활해 왔다며 가슴을 치는 건, 한때 목사의 말에 충성했던 장로들과 교인들이었다. 교회의 외형적 성장에 치우쳐 그 안에서 편안하게 신앙 생활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던 것을, 목사에게 충성하는 것이 하나님께 충성하는 일인 줄 알았던 것을, 피해자의 아픔보다는 목사 중심으로 사고했던 것을, 조금은 까칠하게 보일지라도 구역회 등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때 의견 개진을 좀 더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던 것을 말이다.

목사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시는 일이라
굳게 믿고 침묵을 선택한 분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누군가 당신의 부모를 이용해
사기를 친다면, 당신은 그 사기꾼을
호할 것인가.

전준구 목사의 사례는 비단 목사 한 명의 일탈이 아니라 공범이 너무 많은 사건이고, 여러 교단 정치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서 지내오다 곪아 터진 문제였다. 그런데 아직도 그 곪은 부분을 도려내지도 못하는 답답한 상황에서 장로들과 교인들은 전 목사의 재정 의혹을 사회법에 호소해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목사’란 이름을 가지고 자신의 정치적 이득만 챙기는 정치꾼들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좋은 설교자를 찾는 것도, 좋은 교회를 만나는 것도 어렵다. 교회의 문제들을 취재하다 보면 간혹, 아니 자주 ‘하나님을 믿지도 않는 자들이 성직자가 되어 하나님의 뜻을 참칭하며 잘들 나눠 먹고 잘들 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그래도 목사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은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시는 일이라 굳게 믿고 침묵을 선택한 분들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누군가 당신의 부모를 이용해 사기를 친다면, 당신은 그 사기꾼을 옹호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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