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 공군에서 배운 ‘인간사냥’ : 한 퇴역 군인의 고백

2012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공습에 놀란 아이.ⓒ사진=라프로그레시브

편집자주: 아프가니스탄에서 드론과 전투기를 이용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으로 수많은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미 공군에 있는 동안 아프가니스탄에도 파견됐던 한 퇴역 군인의 이야기를 담은 애틀랜틱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What I Learned While Hunting Humans

내가 어릴 때부터 사냥을 한 건 아니다. 어린 시절의 내가 해 봤던 것 중 사냥에 제일 가까웠던 건 아마 삼촌이 총 쏘는 것을 가르쳐 준다고 해서 동생과 함께 22구경 펌프 공기총으로 조지아 삼촌네에 있던 무너져가는 헛간의 유리창을 쏜 일이었을 게다.

삼촌은 총의 반동에 놀라지 않도록 개머리판을 어깨에 견착하는 방법(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은 심하게 뒤로 밀렸고, 나는 어깨가 빠진 줄 알았다), 타겟이 아니라 조준구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 그리고 최소 압력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방법을 가르쳐주셨다. 탄약 반 상자를 비웠건만 동생과 나는 유리창 하나만 겨우 맞췄다. 하지만 삼촌은 이를 미리 예상했던 듯 했다. 그 헛간은 뒤에는 숲만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헛간을 맞추지 못해도 유탄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내가 실제로 사냥을 배운 건 어른이 되어서였다. 그때 사냥에 인내심이 얼마나 필요한지,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아드레날린에 지배되면 조준이 흔들리기 십상이다. 목표물을 맞추지 못 하는 건 나쁜 일, 심지어 부끄러운 일이며 명사수가 되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지를 배웠다. 그리고 목표물을 잡은 경우 이를 반드시 기록하고 사람들도 함께 기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나는 미국 공군에서 이를 배웠다. 인간을 사냥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8월 29일, 미군 철수의 막바지에 ISIS-K의 테러공격을 막기 위해서였다며 미국이 미사일을 쐈을 때 미 공군이 하고 있었던 게 바로 그것이었다. 인간 사냥이었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고 한다. 그 미사일에 민간인 10명만 목숨을 잃었다.)

나는 드론을 조종해본 적은 없지만 공격 헬리콥터와 전투기를 타고 수천 미터 상공에서 사냥을 하기는 했다. 나는 공중 암호학 언어학자였다. 내 임무는 내가 타고 있는 헬리콥터나 전투기, 그리고 지상 아군에게 위협 경고를 해주는 것이었다. 위협 경고는 여러 가지 형태로 이뤄지지만 그 결과는 거의 같았다. 위협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었다.

나도 8월 29일 미사일 공격을 했던 드론 조종사처럼 몇 시간씩이고 사냥을 했었다. 정보를 수집하고 목표물이 나타나기를 바라며 몇 시간씩 헤매었다. 그러다가 목표물을 발견하면 사전에 공격승인을 받아야 했다. 아프간 산맥들 너머 수백 마일 떨어진 기지에 있는 지휘관이 승인을 해줄 때도 있었고, 지상에서 자기를 공격하는 자들을 죽일 권한을 위임받은 합동 공격 통제사(JTAC)가 승인을 할 때도 있었다.

드론 공격도 승인이 필요하다. 오바마 정권은 모든 드론 공격에 백악관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내가 공군에 있는 동안 소말리아나 예멘, 간혹은 파키스탄 등 특정 지역의 드론 공격만 백악관의 승인이 필요했다.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드론 공격은 직위가 훨씬 낮은 사람들이 승인할 수 있었다.

미국은 2015년부터 4년 동안 무인기의 하루 출격 회수를 50% 늘리기로 했었다. 사진은 GBU-24 유도폭탄과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로 무장된 미군 무인기 MQ-9 리퍼가 아프가니스탄 남부 지역에서 대테러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뉴시스/AP

지난 8월 29일에 사용된 미사일은 ‘헬파이어’였다. 나도 아프가니스탄의 한 임무에서 헬파이어로 건물을 맞춘 적이 있었다. 당시 먼지가 가라앉자 JTAC가 안으로 들어가 상황을 살폈다. 그리고는 말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웃으면서 라디오로 보고하며 얘기했다. “대박, 한 놈의 다리가 벽에 붙어 있어요!” 헬파이어로 갈기갈기 찢겨진 한 남자의 다리가 폭발 열기 때문에 녹아서 벽에 눌러 붙었던 것이다.

지난 8월 29일에도 7명의 어린이를 죽인 도시 한복판의 미사일 공격을 승인한 사람, 아니, 여러 사람이 있었을 것이다. 아르민이나 아야트, 빈야민이나 파이살 혹은 파르잗, 말리카, 수마야도 다리 하나가 벽에 붙었을까.

내 공군 기록에는 내가 123명을 죽였다고 돼 있다. “123명의 반군 EKIA(교전 중에 죽인 적군)”이라고 돼 있다. 많은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단언컨대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이게 많은 수가 아니다. 내가 아는 한 그 중 어린아이는 없었다.

내가 죽인 이들 중에서 공격을 하기로 결정하기 전에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그들의 말을 들었던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이들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었다. 어른들이었다. 대부분은 적극적으로 싸우는 단체들의 대원들이었다. 하지만 내가 죽인 사람들 중 뚜렷하게 볼 수 없었던 이들의 일부는 어린아이였을 수도 있다. 최소한 현대 서양의 기준인 18세를 잣대로 하면 말이다. 그들은 과연 적이었을까? 내가 그들을 죽였을 때 그들은 교전 중이었는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월 26일 12명의 미군이 숨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 폭탄 테러에 관한 연설에서 "절대 용서하지 않고 잊지 않겠다"라며 "끝까지 추적해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미국은 8월 29일 성공적으로 관련자를 미사일로 사살했다고 발표했으나,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미국이 민간인 10명만 죽인 것이다.ⓒ사진=뉴시스/AP

내가 아는 한 미국 정부는 단 한 번도 군 연령 남성(MAM)을 공식적으로 정의한 적이 없다. 어떤 이들은 그게 16세 이상, 다른 이들은 15세 이상이라고 한다. 하지만 현실 전투에서 MAM은 위협이라 여겨지는 모든 남성을 일컫는다. 이게 아주 불합리한 정의는 아니다. 전쟁지역에서 누군가가 당신을 위협한다면 그 사람이 당신을 죽이기 전에 그 사람을 먼저 죽이려고 하는 건 합리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이 정의로 인해 아이들을 성인 남성 취급하는 것이 정당화됐다. 내가 공군에 있을 당시 오바마 정권은 미국 측 공격으로 사망한 모든 남성을 전투원으로 집계했다.

그러나 런던 시티대학에 위치한 영국 탐사보도의 핵심 매체인 ‘탐사보도국(Bureau of Investigavie Journalism)’의 얘기는 다르다. 탐사보도국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서만 감행한 미사일 공격이 13,072회에 이르렀고, 4,000~10,000명이 사망했으며, 그중 최소한 300명이 민간인, 66~184명이 어린아이였다고 한다. 물론 이 어린아이들 중에는 교전에 참여하는 대원들이 있었을 것이다.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성인만큼이나 칼라시니코프 소총을 잘 쏘는 15세 남자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는 예외일 뿐이다. 대부분의 탈레반 대원은 성인 남자다.

지난 8월 29일에 미국이 죽인 7명의 아이들 또한 그런 남자 아이들이 아니었다. 7명의 아이들뿐만 아니라 함께 죽은 3명의 어른들 중에서 ‘적’과 조금이라도 연관 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 이미 밝혀졌다. 그들이 죽은 이유는 전투나 교전과는 무관했다. 그들은 옛날 옛적부터 존재했던 두려움과 믿음의 결합 때문에 죽임을 당한 것이다.

미군이 미사일 공격 결정을 내릴 때, ‘정보’라는 것에 의존한다. 하지만 미국의 ‘정보’는 적에 대한 두려움과 우리의 사냥 능력에 대한 믿음에 지나치게 의존할 때가 많다. 우리는 우리가 착한 사람, 나쁜 사람, 죽어 마땅한 사람을 구분하고, 실수는 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다. 그러나 당연히 실수는 일어난다. 그럴 때면 쿨하게 잘못했다고 하고 다음부터는 더 조심하겠다고 약속한다.

하지만 우리는 내면 깊숙이 믿는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한다는 것을.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와의 교전에 휘말리거나 헬파이어의 타겟이 된 사람이라면, 그게 설령 아이라고 하더라도 당해도 싸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그 정도로 우리의 목표는 의롭고, 정보가 뛰어나며, 무기가 정확하기 때문이다.

2019년 7월 9일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바글란 마을 주민들이 공습으로 숨진 희생자들의 시신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숨진 이들의 시신을 들고 이 지역 수도로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으나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군을 동원해 수도에 이르는 고속도로를 봉쇄했다. 평화회담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도 아프간 북동부 이 마을에서 일어난 공습으로 7명이 숨졌고 그중 6명은 어린이였다고 현지 관계자가 밝혔다.ⓒ사진=뉴시스/AP

그렇다고 내가 누군가가 우리를 죽이려고 한다는 100%의 확신이 없으면 절대로 그를 죽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평화주의자는 아니다. 그 정도의 확신이라는 게 사실상 존재하겠는가. 그리하여 나는 누군가를 죽이면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확신도 전혀 없이 무수한 사람을 죽였다. 600만 인구의 도시에서 200명을 죽일 수 있는 두 번째 폭탄을 이틀 이내에 폭파시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는 사람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어렵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그리고 8월 29일의 미사일 공격이 “역동적인 고위협 환경에서 지상 지휘관들이 그럴 권한을 가지고 있었고, 목표물에 대한 합리적인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이루어졌다”고 한 마크 밀리 장군의 말도 믿는다.

하지만 이제는 ‘합리적 의심’을 억누르는 ‘합리적 확신’ 이상을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에 오랜만에 매우 위험한 상황이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20파운드짜리 탄두를 지닌 100 파운드짜리 헬파이어 미사일, 인간의 다리를 벽에 눌러붙게 하는 헬파이어 미사일을 도시에 쏘는 것이 합리화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누가 그 미사일을 맞을지 솔직히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그걸 합리화할 수 있을까?

두려울 때에는 합리화가 가능하다. 그런데 미국은 나라 전체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초등학생 아이들도, 결혼식 때 하늘에 대고 총을 쏘는 남자들도 무서워한다. 우리는 너무 두려운 나머지 8월 29일 너무나 빈약한 근거로 미사일 공격을 했다. 하나는 목표물이었던 차량의 운전자가 이슬람국가(ISIS) 안가라 짐작되는 곳에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눴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고, 또 다른 근거는 그가 하얀색 도요타 코롤라를 몰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코롤라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흔한 차 중 하나다) 우리에게 두려운 상태라면 그 누구든 위협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7000마일 떨어진 컨트롤 룸에서 그 결정을 내리고 있더라도 말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난 8월 29일 미국의 카불 미사일 공격으로 가족을 잃은 아즈말 아흐마디가 폭파됐던 집에 혼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21.8.30.ⓒ사진=뉴시스/AP

난 아직도 사냥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 사냥에 대해 미국 정부가 내게 가르친 것들은 이렇다. 미군에서 인간 사냥을 할 때에는 사냥철이나 사냥 허가는 필요 없으며, 숫자 제한도 없다. 합당한 목표물이라면 그 목표물의 고통을 최소화하거나 즉사시키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실수’로 죽인 민간인이 문제가 되겠지만, 미국인 단 한 사람이라도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면, ‘적군’을 아무리 많이 죽여도 공격을 해야 한다. 내가 대체 몇 명의 아이들을 죽였을까를 생각하며 평생 괴로워하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미 국방부는 8월 29일의 미사일 공격이 ‘실수’였음을 인정했고, “향후에 공격 결정 관련자들과 절차 및 과정을 어느 정도로 수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검토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로 변화가 일어나기를 빈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미국이 앞으로는 그렇게 많은 미사일 공격을 하지 않았으면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이번 검토가 예전의 검토들이 그랬듯 아무런 변화도 가져오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확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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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연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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