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장실습생 죽음에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 윤석열이 떠올랐다

학교에서부터 제대로 된 노동교육이 절실한 이유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원들이 7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 앞에서 '현장실습생의 계속되는 죽음, 우리는 분노한다!' 여수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산재 사망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0.07.ⓒ뉴시스

지난 6일 여수 바다에서 열여덟 나이의 홍정운 군이 고등학교 현장실습 도중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사고 직전 홍 군은 잠수 장비를 착용하고 요트 밑바닥에 붙은 조개를 떼는 일을 했다. 현장실습의 내용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약 1시간가량 작업하던 홍 군은 잠수 장비를 정비하기 위해 잠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홍 군은 장비를 하나씩 벗어 선착장에 있던 업체 대표에게 건넸다. 등에는 산소통을 메고 있었고, 허리엔 납벨트를 차고 있었다. 발엔 오리발을 신었다.

장비를 벗을 땐 순서가 있다고 한다. 몸을 가라앉게 만드는 납벨트를 제일 먼저 해체해야 한다. 이후 오리발을 벗고, 마지막으로 등에 메고 있던 산소통을 벗어 넘겨야 한다. 산소통은 자체 부력이 있는 데다, 혹시 모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생명줄인 산소통을 마지막에 벗는 것이다.

그런데 홍 군은 반대로 했다고 한다. 산소통을 가장 먼저 벗었고, 이후 오리발 한쪽을 벗었다. 부력을 유지하는 장비는 제일 먼저 벗고, 몸을 바다로 끌어당기는 납벨트는 끝까지 차고 있던 셈이다. 그 결과 황군은 순식간에 바다로 빨려 들어갔다. 장비를 입고 벗는 기초적인 교육도 없이 위험한 잠수 작업에 내몰렸다가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현장실습은 분명 ‘교육’의 일환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직업계고 고등학생은 현장실습을 나갔다가 노동이란 무엇인지 제대로 배우기는커녕 위험한 일로 사고를 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현장실습만의 문제도 아니다. 아르바이트 등 일을 하는 청소년들의 상당수가 불안정하고 위험한 노동에 내몰려 있다.

이런 사고가 터질 때마다 ‘학교에서부터 노동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노동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터져 나왔다. 청소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에 안전할 권리,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을 권리 등을 최소한 배워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 대상 노동 교육은 50년 전인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앞에서 스물세 살의 봉제 노동자 전태일 열사가 몸에 불을 붙이며 준수하라고 외쳤던 ‘근로기준법’을 겨우 가르치고 있는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직업계고만을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한 이래 이전보다 교육 수준이 높아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홍 군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죽음조차 막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번듯하게 있는 법도, 규정도, 노동 현장에선 무시당하기 일쑤다. 홍 군이 나간 현장실습도 그랬다.

결국 근로기준법과 같은 노동법이 지향하는 중요한 가치는 ‘노동에 대한 존중’, ‘노동인권에 대한 존중’이라고 한 전문가가 말했다. 이것은 단순히 노동자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배워야 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사용자도 배워야 노동자를 사지로 내몰지 않을 수 있다. 그렇게 지금부터라도 한다면 미래는 조금 더 바뀔 수 있지 않을까.

‘학교 노동인권교육 활성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국회에도 이를 위한 법안이 여러 개 발의돼 있다. 하지만 법안은 국회에서 잠이 들어있고, 정국은 대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손발 노동은 아프리카나 하는 것”,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막말’도 터져 나왔다.

이런 반노동, 반인권적인 인식을 가진 사람은 과연 윤 전 총장뿐일까. 대선에서 ‘노동’은 보이지 않는다. 노동을 존중한다는 게 뭔지, 노동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게 뭔지, 대선주자들과 정치인들부터 배우고 앞장서 실천해야 홍 군처럼 황망한 죽음의 행렬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관련기사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기자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최지현 기자 응원하기

많이 읽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