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죽음의 급식실’ 환경 개선, 더는 미루지 말아야

지난 7일에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서울, 경기, 인천, 강원,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8개 시·도 교육감이 출석했다. 학교급식노동자의 높은 산재 발생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대책 수립을 촉구하기 위해서이다. 윤영덕 의원은 최근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조리사 5명이 폐암 산재 판정 받고, 전국적으로 각종 직업성 암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가 47명이나 된다면서 예산과 시간을 따지지 말고 급식실 환기 시설 교체 등 작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주문을 했다. 최교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은 환기장치 점검과 인덕션 교체 작업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최 교육감이 노력하고 있다고 하지만, 급식실 노동자들이 안전을 체감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일단 국감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학교급식실은 ‘죽음의 급식실’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통상 한 학교 급식실에는 조리사와 조리원 6~8명이 근무하는데, 이 인원이 약 3시간 만에 수백 명에 이르는 학생들의 밥을 짓다보니 압축적인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고강도 노동뿐만 아니라 수백인분의 국과 밥, 반찬을 끓이고, 볶고, 튀기고, 찌는 조리과정에서 유해가스가 발생한다. 특히, 조리흄으로 폐암, 호흡기 질환, 피부질환 등 다양한 질병 발생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조리흄이란 고온에 기름을 가열할 때 발행하는 연기로 폐암을 일으키는 미세먼지, 다핵방향족탄화수소, 아크릴아마이드, 폼알데하이드 등의 발암물질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국제암연구소에서는 폐암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위험한 물질이며, 이미 조리흄과 폐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는 역학조사로 증명 되었다.
 
비단 조리할 때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집단 식중독 등 철저한 위생 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락스 등 각종 화학 약품을 이용하여 매일 소독 작업을 실시해야 한다. 이 때에도 약품과 뜨거운 물이 만나면서 유해가스를 내뿜게 된다. 장기간 반복적으로 유해가스에 노출되면 급식 노동자의 몸은 어떻게 되겠는가.
 
더욱이 심각한 문제는 급식실에 환기구가 고장 나거나,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경우, 창문이 너무 작거나 아예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학교는 급식실이 지하에 있다고 한다.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시켜도 모자랄 판에 급식실이 지하에 있다니 너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라도 정부는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의 밥을 책임지는 급식노동자의 ‘죽지 않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지켜줘야 한다. 급식노동자의 처우 개선은 학생들의 노동인권과 민주시민의식 함양 교육과 연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일에 돈 없다, 시간 없다 핑계대지 말고 즉각 조치를 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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