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피해자 강성호 교사가 12일 국가정보원을 향해 "32년간 '북침설 교육'이라는 용공조작으로 피해를 입었다. 결국 최근 무죄판결을 받았다"며 "공식 사과하고,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강 교사는 이날 국정원 충북지부로 추정되는 건물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전국대행진단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원 충북지부 우측에는 성화초·중학교가 있다. 이 좋은 터에 지도에도 검색이 안 되게 숨어들어 있는 곳이 바로 이 국정원"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청주 상당고등학교의 강 교사는 노태우 정권 때 '북침설 교육 조작 사건'에 휘말려 32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빨갱이 교사'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왔다. 강 교사가 이 사건으로 강제로 연행되던 1989년 5월 24일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결성을 나흘 앞둔 날이었고, 당시 강 교사는 발령받은 지 3개월도 안 된 새내기 교사였다.
강 교사는 해직된 지 10년 4개월이 지난 1999년 9월에서야 다시 교단에 설 수 있게 되었고 이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으며, 지난 2017년에는 충북도교육청에서 단재교육상 사도 부문 수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뒤늦게 무죄를 확정받으면서 강 교사의 사건은 전교조를 이적단체로 몰아 여론을 호도하려던 노태우 정권의 공안공작으로 남게 됐다.
강 교사는 지난 5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출발한 '국가보안법 폐지 전국대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이날로 8일째 맞는 대행진은 이날 충북에 도달했다.
강 교사는 "이 사건은 전교조 결성을 앞두고 안기부가 조작한 사건으로 반인륜적, 반교육적 사건"이라며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학생들에게 국가보안법의 반인륜성, 반교육성을 가르치겠다"며 "아이들이 국가보안법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 평화의 의미를 담은 교육 속에서 미래세대로 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하 전국대행진단 총괄단장은 "국가보안법은 지난 70여 년 동안 민주세력과 노동자민중을 빨갱이로 탄압해온 법"이라며 "국정원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 왔다. 독재정권의 하수인, 국가보안법의 칼로 쓰여 대통령마저 사찰해왔던 국정원은 해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미자 전국대행진단 공동단장은 "우리 시민들은 지난 73년간 조금도 안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이곳 국정원은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며 "그 이유는 바로 국가보안법과 국정원의 존재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선혁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 본부장은 "10만 입법 청원에도 여전히 국회 계류 중임을 강력히 규탄한다. 엄정한 법의 칼날은 노동자들이나 이석기가 아닌 이재용과 화천대유 주범들에게 가야 한다"며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로 반드시 (국가보안법을) 폐지시키겠다"고 말했다.
박승렬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실천불교승가회 도철 스님, 조계종 사회노동위 지몽 스님, 김영식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 신부, 강해윤 원불교 교무, 김경민 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조영선 민변 국가보안법폐지 TF단장, 박미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 등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를 모두 망라한 대표자들이 전국대행진단의 공동단장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재하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총괄단장을 맡았다.
김재하 총괄단장, 박미자 공동단장을 비롯하여 서효정 국가보안법폐지교육센터(준) 사무국장, 김태임 615시민합창단 운영위원장, 장현술 민주노총 대협실장 등 10여 명이 전체 행진 일정에 참여하고 있다. 행진이 이어지는 곳마다 각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에서 함께 걷고 있다. 앞으로 강원, 인천, 경기를 거쳐 오는 15일 서울 국회의사당에 도착할 예정이다.
열흘간 대행진의 구체적인 일정과 상황은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행동 홈페이지(http://www.nonsl.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행진을 포함한 하반기 집중행동을 위해 '소셜펀치'(https://www.socialfunch.org/nomore_nsl) 형태로 시민들의 모금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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