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김조광수 “‘퀴어 영화’로 위로와 축하받고 연대하는 자리 되길”

2021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2021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우리 사회가 많은 변화를 이루고 있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이 아직 어렵고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상태를 비관해서 목숨을 끊는 일도 많다. 그렇지만, 이렇게 어려운 상황일수록 저희가 준비한 일을 차분하게 잘 준비해서 많은 사람과 공개적으로 만나는 일들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11회 서울국제프라이드 영화제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은 13일 "올해 저희가 준비한 작품을 보면서 관객이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고, 반대로 극장을 찾아주신 관객에게 우리가 위안을 받는, 그렇게 서로 위로받고 축하받고 연대 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외국의 성소수자 영화제나 퍼레이드에 가면 인사를 '해피 프라이드'로 한다"면서 "저희가 극장에서 관객 만나면 '해피 프라이드'라는 인사를 할 수 있는 영화제가 될 수 있도록, 지금보다 더 즐거운 영화제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품 경향, 전통적인 퀴어 범주서 벗어나
다양하고 구체적인 삶의 범주를 담아내

올해 영화제는 전 세계 32개국 124편을 상영한다. 지난해 42개국 105편과 비교해 국가 수는 줄었지만 영화의 수는 증가했다.

올해 영화제 작품들의 경향은 전통적인 퀴어 범주에서 벗어나 더 다양하고 구체적인 삶의 범주들을 담아냈다는 점이다.

김승환 프로그래머는 "과거엔 퀴어영화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거나 가족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이 주류였다면, 이제는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디테일하게 소개된다"고 달라진 점을 언급했다.

김 프로그래머는 "예전 같으면 시도도 못 했을 작품도 있는데, 목사가 스스로 정체성을 인정하고 자기 삶을 살아가겠다는 작품도 있고, 그간 퀴어 영화에서 잘 안 다룬 인터섹스와 같은 작품도 필리핀 영화 '변신'에서 다뤄지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어 "3년 전부터 우리 퀴어 영화 중에 단편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면서 "여기서도 단순히 정체성, 우울한 이야기, 학교 등에서 벗어나서 직장이거나 일반적인 삶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그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개막작과 폐막작은 각각 백승빈 감독의 '안녕, 내일 또 만나'와 쥘리아 뒤쿠르노 감독의 '티탄'이다. '티탄'은 올해 제7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은 개막작에 관해 "한국영화를 개막작으로 한다는 것은 저희에게 영광스럽고 중요한 일"이라면서 "월드프리미어로 상영할 수 있게 돼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화제는 '티탄'이 앞으로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작품임을 강조했다. 김조광수 집행위원장은 "'티탄'은 여성이 등장하는 레즈비언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고전적 의미의 성소수자 영화는 아니"라며 "그렇지만 이 영화를 폐막작으로 선정한 이유는 '티탄'이 이른바 정상성이라는 이데올로기를 깨는 영화고, 이를 통해 저희가 추구하는 영화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티탄'을 통해서 우리 영화제가 좀 더 확장되는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영화제에서 '티탄'을 본 관객들이 '앞으로 이 영화제가 확장해 나간다면 이런 영화를 포함해서 가겠구나' 하실 수 있는, 우리의 앞으로의 길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밝혔다.

제11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2021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마스터 클래스 신설...민규동 감독 소개
한국단편경쟁 부문 시상에 배우상 신설

올해 영화제에서는 눈에 띄는 변화들도 감지된다. 바로 마스터 클래스 신설과 한국단편경쟁 부문 시상에 배우상 신설이 그것이다.

김승환 프로그래머는 "어떤 배우들은 10년 전에 비해 인식이 좋아져서 거리낌 없이 출연하는 경우도 있지만, 얼굴이 알려졌거나 퀴어 영화에 나오는 게 발목 잡히는 거라고 생각하는 배우가 있기 때문에 퀴어 영화에 나오는 것만으로 굉장한 용기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유로 연기 부문을 신설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마스터 클래스'에 관해 "저희도 퀴어영화로 마스터 클래스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우리나라에서 어떤 분을 해볼까 생각했다가 민규동 감독님을 선정하게 됐다"면서 "민 감독님은 성소수자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퀴어 영화를 많이 만드신 감독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기할 점은, 우리나라에서 봐왔던 감독님들은 본인이 성소수자거나 독립영화 스펙트럼에서 벗어나지 않았는데 민 감독님은 2000년대부터 상업영화 범위 안에서 대중적인 영화임에도 퀴어, 레즈비언, 게이를 적극적으로 녹여 왔다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민규동 감독 마스터 클래스 상영작'엔 '끝과 시작'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열일곱' 등이 있다.

성소수자를 넘어서 다양한 가치와 권리에 대한 영화를 소개하며 공존과 연대의 가치를 실현하는 섹션 '오픈 프라이드'도 만나볼 수 있다.

2018년부터 시작된 이 섹션은 국제앰네스티(2018), 동물권행동카라(2019),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2020)등과 함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해 왔다. 올해엔 탈핵신문과 함께 '온화한 일상' '태양을 덮다' '체르노빌 1986' '비욘드 더 웨이브' '월성' '밀양전' 등 6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가 선보이는 한국퀴어영화 연작 시리즈 중 하나인 '한국레즈비언영화사' 역시 발간됐다. 앞서 영화제 측은 2019년 '한국퀴어영화사', 2020년 '한국트랜스젠더영화사'등을 발간한 바 있다.

2017년 한영교류의 해를 계기로 서울국제프라이드 영화제와 인연을 맺게 된 샘 하비 주한영국문화원 원장은 "서울국제프라이드 영화제와 우리는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면서 "양 기관은 성소수자를 지지하면서, 그들이 사회에 포함되고 가치있다고 느끼길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제 속 모든 영화를 추천하고 싶다. 각각 훌륭한 재능으로 빛나고, 영화제의 핵심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팀원들 모두 축하드리고 관객분들은 영화를 재밌게 봐달라"고 밝혔다.

제11회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는 오는 11월 4일부터 10일까지 총 7일간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다.

2021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2021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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