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벗 칼럼] 한약 먹을 때 같이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들

복약지도서를 충실히 따르면, 약효가 나는데 도움이 된다

약국에서 약을 사게 되면 약봉투 안에 약과 함께 들어있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복약설명서입니다. 한 번 먹을 때 약을 어느 정도 용량으로 먹어야 하는지, 하루에 최대 몇 회까지 먹어도 되는지, 약 복용시 부작용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기록돼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의원에서 한약을 처방해드릴 때에도 약과 함께 드리는 문서가 있습니다. 복약지도서 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안내가 담겨 있습니다.

“돼지고기 드시지 마세요”
“소화가 잘 되는 음식 위주로 드세요”
“(생)무로 된 음식은 최대한 피해주세요”
“날 것(회)이나 찬 음식(물, 음료, 냉면 등)은 드시지 마세요”
“약은 식후 30분에 복용하세요”
“약을 따뜻하게 데워 복용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복약지도서에 담긴 내용들은 실제 한약 처방을 할 때 환자분들이 많이 물어보시는 것들이기도 합니다.

위와 같은 음식물을 피하라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복용하는 약의 성분과 음식의 성분이 충돌하거나 효능을 감퇴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마트 채소코너에서 판매되고 있는 무. (자료사진)ⓒ사진 = 뉴시스

위에 언급된 것들 중, 채소 ‘무’에 대해서부터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우리가 보약이라고 부르는 한약에는 숙지황(熟地黃)이라는 보음(補陰) 약재가 포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숙지황과 나복자(蘿蔔子)를 같이 복용하면, 숙지황의 효능이 줄어들고 심한 경우에는 독성을 유발한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여기서 나복자는 한방에서 ‘무의 씨’를 부르는 말입니다.

과거에는 한약 복용이 치료보다는 보신 개념이 강해, 숙지황이 들어간 약재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경우 정확하게는 무씨를 먹지 않는 것이 맞겠지만, 그 씨앗에서 자라는 채소이기에 무로 된 음식을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던 겁니다.

‘돼지고기’의 경우엔 조금 더 금지 정도가 심합니다. 동의보감을 보면 ‘저육살약(猪肉殺藥)’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직역하면 돼지고기는 약을 죽인다는 뜻입니다. 풀이를 해본다면, 약효를 보고 싶으면 돼지고기는 먹지 말라는 것입니다.

또 돼지고기와 함께 먹으면 안 되는 약재 목록도 적어놨습니다. 황련(黃連), 감초(甘草), 길경(桔梗), 오매(烏梅) 등이 그것입니다. 이중 감초는 “어느 일에나 꼭 끼는 사람”이란 의미의 ‘약방의 감초’라는 관용구 속에 등장하는 그것입니다. 감초가 워낙 많은 한약 처방에 사용되는 스테디셀러 약재라 생긴 말이겠지요. 이 때문에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는 경고 문구가 복약지도서에 있는 경우가 흔합니다.

돼지고기(자료사진)ⓒ출처 : 화면캡쳐

사실 동의보감에는 무와 돼지고기 외에도 한약 먹을 때 함께 먹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한 기록이 족히 한 장은 빼곡히 적혀 있습니다. 이 중엔 ‘약을 먹을 때 사슴고기를 먹으면 약효가 하나도 없다’는 구절도 있습니다. 최근엔 사슴고기를 먹는 한국인이 흔치 않기 때문에 아마도 복약지도서에 종종 등장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대 한의학 연구에서는 복약 시 함께 먹으면 안되는 음식에 대한 내용이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제 능력으로 찾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동의보감 등 고서에 적혀있는 내용일지라도 지키는 게 좋습니다. 의서에 적힌 내용들은 오랜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의학 통계에서 나온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끝으로 음식과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한약 복용시 유의점에 대해 한 가지 말씀드리고 마무리하겠습니다. ‘한약 향이 싫은데, 데우면 더 냄새가 강해지니 차게 먹으면 안 되냐’고 묻는 환자분들이 계십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복약지도서엔 ‘따뜻하게 데워서 드세요’라고 적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약을 따뜻하게 드셔야 약의 흡수율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위를 데워주고 혈액 순환을 촉진시켜 약의 유효성분이 충분히 흡수되도록 돕는 것이지요. 약을 꼭 데워서 뜨겁게 혹은 따뜻하게 드셔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한약을 복용해 건강을 되찾으시려면, 잠깐 동안은 후각, 미각을 양보하시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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