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유럽·중국발 에너지 위기가 보여주는 전환시대의 불확실성

복합적 요인으로 발생한 석유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고 불리는 중국이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고, 겨울을 맞는 유럽도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몸살을 앓고 있다. 공급 측면에서 촉발된 물가인상은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낳는다.

현재의 에너지 위기는 복합적이다. 우선 코로나19로 저점을 찍은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다. 이로 인해 에너지 수요 예측에 실패한 지역들이 나왔다. 서유럽의 편서풍이 예전보다 수그러들면서 풍력전기값도 크게 올랐다. 유럽의 에너지 공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정치적 갈등도 원인 중의 하나다. 중국의 경우엔 주요 석탄 수입 경로인 호주와의 관계가 그렇다. 높은 유가에 미소를 짓고 있는 산유국 들이 당장 증산에 나설 가능성도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탈탄소 정책에 따른 화석연료 프로젝트 투자가 줄어든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거대 투자회사들과 각국의 연기금이 이미 석유와 석탄, 가스채굴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이에 따라 많은 에너지 기업들도 전략적 후퇴를 선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다고 해서 곧바로 투자가 회복될 가능성은 낮다. 결국 전환의 시기에 나타나기 마련인 불확실성이 에너지 시장을 뒤덮고 있는 셈이다.

유럽이나 중국에 비해 국내 에너지 수급은 아직까지 안정적이다. 정부는 산업부를 중심으로 TF를 가동하면서 이에 대비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특별한 위험요인은 부각되지 않았다. 그러나 복잡하게 연결된 세계 경제 현실에서 직접적인 에너지 위기는 아니더라도 여기에서 출발한 물가 상승이나 금융적 위기는 언제든 닥쳐올 수 있다. 개별 부처 차원의 대응을 넘어 경제 전반에 대한 위기 대응 노력이 시작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한편으로 이번 에너지 위기가 가져올 수 있는 탈탄소 정책에 대한 반동도 우려된다. 오는 30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를 앞두고 정책의 속도 조절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후 위기는 일시적인 에너지 수요 공급의 불일치나 지정학적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다. 전환시대의 불확실성에 대해 정교하게 대처해야 하지만, 전환 자체를 부인하는 어리석음을 범해선 안 된다.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기자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민중의소리 응원하기

많이 읽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