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함께 촛불 든 여수 사고 현장실습생 친구들 “잊지 않고 우리가 바꿀게”

16일 오후 6시 전남 여수의 선착장에서 위험한 잠수 업무를 하다 숨진 특성화고 학생 홍정운 군을 기리는 추모제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렸다.ⓒ제공 =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16일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는 현장실습 중 위험한 잠수 업무를 하다 숨진 특성화고 학생 고 홍정운 군을 추모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청소년들의 촛불이 밝혀졌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과 특성화고등학생권리연합회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정운아, 잊지 않을게, 우리가 바꿀게’라는 이름으로 전국 청소년 추모제를 진행했다.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는 전남 여수에서 고인과 함께 학교를 다닌 친구들을 비롯해 경기, 인천, 충남, 울산 특성화고에 다니는 학생 50여 명이 모였다.

이들은 생전 친구였던 고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편지를 낭독한 뒤, 요트 업체 대표를 구속 수사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특성화고 현장실습 폐지 의견에 반대하며, 실습 사업장에 대한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 6일 사고가 난 뒤 11일째 여수에서 추모행동을 하고 있는 고인의 절친 A(19) 군은 “정운이는 부모님께 폐 끼치기 싫어서 용돈도 직접 일을 해 부담하던 친구”라며 “요트 사장은 아직 불구속 입건 상태인데, 지난 주말에 사고가 난 배를 끌고 영업을 했다. 아무도 처벌하지 않는 이 사회에 분노한다”라고 말했다.

고인과 기숙사 룸메이트였던 여수해양과학고 김준혁(19) 군은 “정운이는 다른 친구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만큼 존경하고 닮고 싶은 친구”라며 “왜 우리 정운이가 이런 사고를 당해야 하나, 화가 나고 분해서 참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16일 오후 6시 전남 여수의 선착장에서 위험한 잠수 업무를 하다 숨진 특성화고 학생 홍정운 군을 기리는 추모제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렸다.ⓒ제공 =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친구 이민주(19) 양은 “현장실습제도가 폐지된다면 특성화고의 존재 가치가 없다”라며 현장실습 폐지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분명히 밝혔다.

이 양은 “장례식이 끝나고 슬퍼할 틈도 없이 추모식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저희 생각과는 조금 다른 기사들을 보며 하루하루 힘들고 지쳤다”라면서도 “저희가 바라는 건 현장실습 폐지가 아닌, 안전한 현장실습장을 만들어 정운이와 같은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잘못은 몇 곳의 취업처와 관리감독을 제대로 안 한 나라에게 있는데, 그 피해가 꿈을 위해 특성화고에 입학한 학생들이 짊어져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라면서 “집회나 시위 등에 우리를 언급하며, 어른들의 요구를 위해 우리를 이용하지 말아달라”라고 당부했다.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경기지부 조합원이자 특성화고 3학년에 재학 중인 신은진 양은 “왜 네가 일하다 죽어야 해, 도대체 우리는 왜 살기 위해 들어간 일터에서 죽음을 기다려야 해”라며 “현장실습생으로 이 일을 끝까지 지겨볼 거고, 다시는 너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게”라고 편지를 전했다.

뉴스에서 사고를 접하고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에 직접 연락을 취해 추모행동을 이어오고 있다고 밝힌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졸업생 김이한 씨는 후배에 대한 죄책감과 비통함이 담긴 편지를 낭독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김 씨는 “후배들이나 친구들에게 늘 ‘기술자로서 자부심을 갖고 공부해야 한다’라고 말하지만, 여기 나와 있는 정운 군의 친구들을 보니 부끄러워서 더 이상 그런 이야기를 못 할 것 같다. 이런 억울한 사망사고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하겠나”라며 울먹였다.

16일 오후 6시 전남 여수의 선착장에서 위험한 잠수 업무를 하다 숨진 특성화고 학생 홍정운 군을 기리는 추모제가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렸다.ⓒ제공 =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그러면서 “정운 님을 떠나게 만든 업주가 너무나 원망스럽고, 현장에 있던 모든 어른을 탓하고 싶지만 그들을 비난하는 데만 이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 그들을 비난하는 데에 집중하는 순간 이 사고는 몰상식한 업주의 잘못으로 생긴 불상사 정도로만 치부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장 어른 중 한 명이라도 미성년자는 잠수 작업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정운 님의 잠수를 말렸더라면, 현장 실습생이 현장에서 부당한 요구를 당당히 거절하고 편하게 학교로 돌아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었더라면 정운 군을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정운 님의 사고에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 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 “점점 고졸 근로자가 줄어가는 이 상황에서 이 사고는 남일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 거리에 나와 있는 우리는 모두 언제 어디서나 약자가 될 수 있다. 약자가 보호 받지 못하는 사회를 그냥 두지 말자. 용서하지 말고 끝까지 죄를 물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서현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위원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유해 위험 작업 관련 직종 및 산업안전 고위험 직종 현장실습 금지 ▲운영 중인 현장실습 안전 문제 전수조사 ▲요트 사장 구속 및 강력 처벌 대책 마련 ▲현장실습 기업체 대한 관리·감독 대책 마련 ▲현장실습생 안전지킴이 플랫폼 제작 및 운영 ▲현장실습생 노동자성 인정 및 노동법 전면 적용 등의 내용이 담긴 실습생 사망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을 재차 정부에 촉구했다.

또 교육부 장관과의 양자토론회를 제안하며 “제2의 고 홍정운 님과 같은 죽음이 멈출 때까지 행동할 것이다.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한 현장실습이 이뤄질 때까지 행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는 위 대책안에 대한 온·오프라인 서명 운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오는 11월 3일 학생의 날을 맞아 전국특성화고등학생 대회를 개최해 안전한 실습 보장을 요구하는 추모행동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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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영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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