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카세트테이프에 담은 한국 인디 음악의 현주소

기록 너머의 기록, [OFF RECORD 2021]

OFF RECORD 2021ⓒ튜나레이블

사람마다 알고 있는 인디 음악은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데이 브레이크, 선우정아, 옥상달빛, 잔나비, 장기하와 얼굴들, 크라잉넛, 혁오로 알고, 누군가는 김사월, 이랑, 정밀아, 천용성으로 기억할 것이다. 9와 숫자들, 검정치마, 로큰롤라디오, 새소년, 쏜애플을 먼저 떠올릴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인디 음악의 전부가 아니다. 인디 음악의 진면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한국대중음악상 후보작 정도는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네이버 온스테이지나 케이 인디차트를 체크하는 일은 필수이다. 그동안 온스테이지 영상을 찍은 뮤지션들의 음반/싱글만 확인해도 한국의 인디 음악이 얼마나 넓고 깊은지 혀를 내두를 것이다.

가령 한국의 포크 음악이 김광석과 안치환에서 끝나버린 줄 아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인디 음악을 아는 이들은 강아솔, 강태구, 곽푸른하늘, 권나무, 김동산, 김목인, 김사월, 김일두, 김제형, 김해원, 도마, 루시드폴, 배영경, 빅베이비드라이버, 사이, 생각의여름, 송은지, 쓰다, 시와, 에몬, 여유와설빈, 예람, 연영석, 유하, 윤영배, 이랑, 이민휘, 이아립, 이장혁, 이주영, 이호석, 정밀아, 조동희, 천용성, 최고은, 하이미스터메모리, 홍갑, 황푸하의 이름을 이야기하며 어이없어 할 것이다. 포크 음악만 해도 이 정도인데다, 아직 적지 않은 이름들도 수두룩하다.

사실 인디 음악은 특이한 음악이나 자기만의 음악만은 아니다. 오늘의 인디 음악에는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음악과 기획사의 제작 시스템을 통해 만드는 음악, 길게는 25년가량 꾸준히 해오는 음악, 어디선가 갑자기 튀어나온 음악이 섞여 있다. 그만큼 인디 음악은 변화무쌍하고 역동적이다. 그래서 예전에 알았다고 지금도 안다고 자신할 수 없다. 꾸준히 찾아듣고 공연장에서 만나야 한다.

다행히 인디 음악을 탐색하는데 도움이 되는 음반들이 있다. [이야기해주세요] 시리즈 음반이나, 여성 록커들의 컴필레이션 음반 [We, Do It Together], [엄마의 노래] 같은 컴필레이션 음반이다. 여기에 한 장의 카세트 테이프 음반이 더해졌다. 튜나레이블에서 만든 [OFF RECORD 2021]이다.

튜나레이블 OFF RECORD 2021(https://www.facebook.com/tunalabelpresents/videos/412627347116662)

코토바, 후하, 모스크바서핑클럽, 양창근, 잭킹콩, 해파리, 정수민, 오헬렌, 사공, 예람의 미발표곡을 모아 한 개의 카세트테이프에 담은 [OFF RECORD 2021]은 우리를 한국 인디 음악의 현재로 인도한다. 어떤 이들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이름들이라고 어리둥절해하겠지만, 이들은 인디 신에서 활동하는 뮤지션들 중에 이름이 알려진 편이며 무엇보다 젊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활동했을 뿐 아니라, 근사한 결과물을 내놓고 있는 오늘의 뮤지션이다.

물론 잔나비나 혁오만큼 유명하지는 않고, 앞으로 그만큼 유명해질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인디 신이라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 있어 이들의 이름과 작품과 활동을 빼놓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앞으로 이들이 한국 대중음악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의 인디 음악을 탐색하고 조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주하고 통과해야 할 이름들이다. 바로 오늘의 사운드이고 장르이며 메시지이다.

이들은 이 사운드를 만들고, 장르를 구축하고,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음악을 한다. 작가주의적이거나 아방가르드한 음악, 얼터너티브한 음악을 만들기 위한 작업은 아니다. 이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하는 것일 뿐이지만, 현존하는 음악들 가운데 일부만 보여주는 주류 매체는 이 음악들을 의도적으로 생략하다가 이따금 과한 의미를 부여하며 호출해 활용한다.

OFF RECORD 2021ⓒ튜나레이블

그래서 이 음반은 대체재 역할을 하거나 보완재로 느껴지는 운명을 피할 수 없다. 이 음반을 듣는 것만으로도 인디 음악에 대한 인식을 수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음반에 담긴 10곡의 노래는 의미만으로 빛나지 않는다. 코토바가 들려주는 매스록 사운드의 충만한 감성이나, 인디팝 밴드 후하의 부드럽고 몽롱한 질감, 팝과 슈게이징, 재즈 같은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모스크바서핑클럽의 풋풋하고 질박한 리드미컬함, 모던록과 포크를 포괄하는 양창근의 매끄러운 멜로디, 단정한 알앤비 음악을 들려주는 잭킹콩은 한국의 밴드 음악 혹은 인디밴드 음악이 얼마나 다채롭고 순도 높은지 보여주는데 여념이 없다. 왜 이런 곡들이 미발표 음원으로 남아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의 음악은 한국 인디음악이라는 성좌에서 제각각 빛나는 별처럼 반짝이며 이어진다.

개성 가득한 음악은 B면에서도 계속된다. 지금 가장 새로운 음악이라고 해도 좋을 해파리의 음악은 얼마나 싱싱한가. 창작과 공연 활동만으로는 연명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지금 이런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일지 모른다. 재즈로 신자유주의를 암울함을 기록하는 정수민의 정직한 시선도 마찬가지이다. 오헬렌 음악의 광활한 자유로움과 매력적인 사이키델릭 사운드는 인디 음악이 대안일 뿐 아니라 더 풍성한 현재임을 한결같이 증명한다. 윤기 흐르는 공간감으로 다가오는 사공의 음악까지 듣다보면 한국 인디음악에서 시공간의 구별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 마련이다. 매혹되기 마련인 예람의 음색까지 음반의 수록곡들은 듣는 이들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카세트테이프라는 오래된 매체에 담은 10곡의 음악들은 기록의 너머에 있던 음악들로 오늘 한국 인디 음악의 지형 가운데 일부를 기록한다. 결국 또 듣는 이들만 듣게 되더라도, 이것이 진짜 인디 음악이라는 말 같은 건 할 필요가 없다. 세상 어딘가에서 좋은 노래는 날마다 만발한다는 것만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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