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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형 일자리에 주어진 세 가지 과제

[광주형 일자리를 말한다 ③] 전기차 모델 확보하고 물량 증대로 부품사 유치해야…초기 현대차 의존은 불가피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이 지난 4월 29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빛그린 국가산업단지 내에 준공돼 각종 설비가 설치돼 있다. 2021.04.29.ⓒ뉴시스

한국에 23년 만에 새 완성차 공장이 들어섰다. 광주형 일자리로 시작해 광주글로벌모터스(글로벌모터스)라는 이름으로 세워졌다. 시작이 반이라지만, 앞으로 남은 절반의 과제는 녹록지 않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기차 전환, 일자리 확보를 위한 부품 생태계 구성, 현대차 의존성 탈피 등 글로벌모터스의 과제를 살펴봤다.

지속가능성 전제, 전기차 전환

글로벌모터스가 지속할 수 있으려면 전기차 전환이 필수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이르면 2025년, 늦어도 2050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내연기관차 시장이 축소된다. 생산 과정에서 소요되는 자재가 적고 사용 단계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환경친화적이라고 인식돼온 경차도 전기차에 밀려 입지가 좁아진다. 내연기관차 캐스퍼로는 글로벌모터스가 중장기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다. 향후 5년간은 캐스퍼로 버틴다고 해도, 이후에는 전기차 모델을 생산해야 한다.

캐스퍼 전기차 모델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한국 경형 전기차 시장은 불모지에 가깝다. 중소기업인 쎄미시스코가 지난해 9월부터 2인승 경형 전기차 EV Z를 팔고 있지만, 지난 1~5월 판매량이 약 250대에 그친다.

과거 한국 주요 완성차 기업도 경형 전기차를 출시한 바 있다. 기아는 2011년 레이 EV를 출시했다. 한국 최초 양산형 전기차였다. 출시 이후 6년간 내수 시장 판매량이 2천대에 불과해 단종됐다. 한국지엠은 2013년 스파크 EV를 내놨다. 기존 스파크 내연기관차의 전기차 버전이었으나, 한국의 자동차관리법상 경차 제원 기준을 벗어나 소형차로 분류되면서 경차 혜택 대상에서 배제됐다. 2017년 소형 전기차 볼트 EV가 출시되면서 생산 중단됐다.

당시는 전기차 시장이 무르익지 않은 때였다. 기술력이 부족했다. 레이 EV와 스파크 EV 1회 충전 주행거리는 150km 안팎이다. 가격도 비쌌다. 두 모델은 4천만원 수준으로, 보조금을 받아도 2,500만원이다. 충전 인프라도 미비했다. 올해 10만대를 넘어선 전기차 충전기 대수가 2016년에는 1만대였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상품성을 갖춘 경형 전기차는 경쟁력이 있다. 연료비 절감 효과와 싼 찻값으로 이른바 ‘가성비’를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적합하다. 한국 완성차 기업의 소형 전기차는 4천만대다. 초기 경형 전기차 가격과 비슷하다. 업계에선 현재의 기술력으로 2천만원대 경형 전기차도 가시권이라고 보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경형 전기차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유럽 경형 전기차 판매량은 2019년 1분기 1만대에서 올해 들어 4만대 수준으로 뛰었다. 자동차연구원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유럽에서 경형 전기차가 부상할 가능성이 보인다고 설명한다.

글로벌모터스는 설계 단계에서 전기차 전환을 염두에 뒀다. 60억원 정도의 추가 비용만으로 전기차 생산 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당초 광주형 일자리 사업 규모는 7천억원으로 계획했으나, 추진 과정에서 약 1,300억원이 축소됐다.

공장 설비 관련 예산을 줄였다. 생산 능력을 20만대에서 10만대로 낮추고, 전기차 설비를 제외했다. 다만, 최신 설비를 갖춰 최소한의 비용과 작업으로 전기차 생산 라인 전환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단은 확보한 차량에 맞게 설비를 구축하는 게 합리적이다. 물량이 없어 생산 라인이 놀면 초기 자본이 불어나고 효율성은 떨어진다. 전기차 설비도 마찬가지다. 당장 전기차를 생산할 게 아니라면 물량이 들어왔을 때 구축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이 지난 4월 29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빛그린 국가산업단지 내에 준공돼 각종 설비가 설치돼 있다. 2021.04.29.ⓒ뉴시스

부품 생태계 인프라 구축 나선 광주시

청년 실업 해소가 시급한 과제이던 광주시에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자동차 산업은 매력적이었다. 자동차 산업은 노동 집약 산업이다. 전후방 연관 효과도 크다. 철강·플라스틱·고무 등의 소재 산업과 부품 산업 등 전방 산업 활성화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후방 산업에서도 운송·정비·판매 등에서 노동력 수요가 발생한다. 10억원 투입 시 늘어나는 고용자 수를 나타내는 고용유발계수가 자동차는 2019년 기준 6.24로 전자기기(5.74), 석유화학(2.44), 반도체(1.77) 등 여타 제조업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광주형 일자리가 성과를 내려면 완성차 조립공장에서 부품 생산공장으로 범위가 확장돼야 한다. 완성차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조성이 이뤄져야 광주시가 내건 고용 창출 목표가 달성된다. 광주형 일자리 고용 목표 인원 90%가 부품사 몫이다. 글로벌모터스의 직접 고용 목표 인원은 1천명으로 현재 550여명이 일하고 있다. 광주시는 여기에 부품사 공장 추가 유치와 관련 기업 간접 고용 인원으로 1만명을 제시했다.

아직 부품 생태계는 미흡하다. 전국 부품사 약 7,400개 가운데 광주시 소재 부품사는 3.6%에 불과한 270여개에 그친다.

광주시는 부품사 유치를 위한 역점 사업으로 친환경차 부품클러스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모터스가 위치한 빛그린산단에 미래 기술 연구를 지원하는 선도기술지원센터와 교육을 담당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건립한다. 부품·차량 시험 장비를 들이고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한 인력 공급 체계를 구축한다.

전국 최초로 설립되는 친환경차 부품 인증 센터 구축도 부품사 지원 사업의 일환이다. 부품사가 완성차 기업에 제품을 제안하려면 객관적으로 검증된 인증이 필요하다. 소규모 영세 부품사가 개별적으로 장비를 구축하게 되면 비용 부담이 크다. 부품사는 인증 센터에 마련된 공용 장비를 통해 비용과 시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경형 SUV 부품 사업화 지원도 진행 중이다. 차체·의장·시트 분야 부품사가 품질 역량을 높여 글로벌모터스를 비롯한 완성차 기업에 납품할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 7월까지 시행된 1차 사업에 10개 기업이 참여했다. 이들 기업은 캐스퍼 부품 납품으로 올해 총 21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향후 신규 매출도 기대된다. 일부 기업은 글로벌모터스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에도 납품하게 되면서 매출과 고용이 확대됐다.

광주시 관계자는 “부품 생태계 조성 사업은 글로벌모터스에 대한 직접 지원은 아니고, 연계된 지역 부품사에 대한 지원”이라며 “신규 투자 유치 활성화와 자동차산업 경쟁력 확보를 통해 광주형 일자리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29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광주글로벌모터스 공장에서 열린 준공 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후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4.29.ⓒ뉴시스

단기 전략 현대차에 의존…원하청 관계 개선은 과제

글로벌모터스의 전기차 전환은 상당 부분 현대차에 달렸다. 글로벌모터스가 전기차를 생산하려면, 전기차 생산을 수주받아야 한다. 고객사가 현대차로 국한되는 건 아니지만, 잠재적인 전기차 위탁 고객사임은 분명하다. 현대차 외 다른 기업 전기차 생산 물량을 따내려면 경험이 중요하다. 완성차 기업 입장에서 전기차를 한 번도 생산한 적 없는 글로벌모터스에 물량을 주는 건 부담이 될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 추진 초기 단계부터 협상해온 현대차에 기대를 걸게 되는 이유다.

현 단계에서는 부품 생태계 조성도 현대차 영향력이 크다. 빛그린산단 부품사 유치는 글로벌모터스 생산 물량이 관건이다. 업계에서는 완성차 공장 연간 생산량이 20만대는 돼야 인근에 부품사가 들어올 유인이 생긴다고 본다. 부품사로서는 납품 물량이 일정 수준 확보돼야 공장 신설을 고려할 수 있다. 안정적으로 수주가 확보될 것이라는 전망도 서야 한다. 물류비용 등 완성차 공장과 부품사 공장 간 먼 거리로 발생하는 부대 비용을 감내하기보다 공장 신설을 통해 얻는 수익이 커지는 지점이 20만대라는 얘기다. 연 최대 생산량 10만대 수준인 글로벌모터스에는 직접 유인이 부족한 셈이다.

글로벌모터스는 주도적으로 생산량 확대 등 공격적인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위탁사인 현대차에 끌려가고 있는 것이다. 후속 물량도 받아야 하는데, 장기 비전을 섣불리 제시하면 현대차를 비롯한 잠재적 파트너사에게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우려도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일단 단기적으로 생산 능력을 기르고 위탁생산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향후에는 현대차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다른 완성차 기업과 거래를 통해 물량을 늘려 갈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모터스가 현대차 영향력 하에 있다고 해도, 부품 구매권 확보는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원하청 관계 개선은 광주형 일자리 4대 의제 중 하나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는 단가 후려치기 등 원하청 갑을 관계를 해소한다는 것이다. 원하청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글로벌모터스가 원청이 돼야 한다. 현재 글로벌모터스는 현대차가 정해준 부품을, 현대차가 정해준 가격에 납품받는다. 글로벌모터스가 부품을 구매해야 부품사와 거래 구조가 형성된다.

부품사 적정 단가를 보장하려면, 현대차가 글로벌모터스에 지급하는 생산 대금에 하청사의 이윤을 반영해야 한다. 협상의 영역이다. 글로벌모터스는 대금을 높이려 할 것이고, 현대차는 유지하려 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모터스가 부품 구매권을 통해 부품사 이윤에 관여할 권한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며 “이후 원하청 관계 개선을 위한 대금 조정이 글로벌모터스·현대차·부품사 다자간 협상으로 이뤄져야 부품사 이윤 보장이 실효적으로 이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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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철·조한무 기자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