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정의기억연대 전신)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서 일하며 후원금과 보조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세 번째 재판이 지난달 29일 열렸다.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날 재판에는 회계담당자 원 모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검사는 공소에도 없고 원 씨가 담당하지도 않았던 윤 의원 퇴직금 지급 사례 관련하여 반복하여 질문해, “기자들을 의식한 질문”이라는 변호인의 항의와 “주의하라”는 재판부의 제지를 받았다. 또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故 손영미 소장이 24시간 쉼터를 운영하면서 받았던 월급 전액을 기부한 건과 관련해, 검찰은 마치 고인이 불순한 의도로 기부한 게 아니냐는 식의 질문을 반복해서 던졌다. 검사는 2020년 기부금영수증은 왜 없냐고 증인에게 물었고, 증인은 “2020년에는 망자인데, 어떻게 신청하나”라고 답했다. 이 같은 공판 과정에서 방청객에서 웅성거림과 실소가 터져 나오자, 검사는 언성을 높이며 방청객 제지를 요구했다.
이날 원 씨는 공금내역을 허위로 기재한 경우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사가 계좌이체 ‘적요란’에 사업 명목을 허위로 기재하고 비용을 보전 받는 경우에 대해 묻자, 원 씨는 “그런 경우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故손영미 소장이 불순한 의도로 기부했을 거라는 검찰
손 소장은 마포쉼터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24시간 동안 극진히 보살핀 것으로 유명하다. 故 김복동 할머니는 생전에 손 소장에 대해 “천상에서 내려준 사람”이라고 말한 바 있고, 지난해 6월 추모식에서 참가자들은 “16년 동안 자기헌신과 진정성으로 할머니들 곁을 지킨 손 소장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라며 그의 죽음에 안타까움과 슬픔을 표했다. 손 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정대협·정의연을 둘러싼 온갖 의혹보도와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아 힘들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손 소장은 마포쉼터 돌봄 노동에 대한 인건비로 달마다 100만 원의 활동비를 받았는데, 2019년에 활동비 전액 1200만 원을 단체에 기부했다. 이 외에도 수천만 원 상당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검찰은 손 소장이 불순한 의도로 해당 인건비를 단체에 기부했다고 의심했다.
공판 검사는 “손 소장이 정대협에서 급여도 받으면서 보호시설(마포쉼터) 인건비도 받았는데 특별사례 아니냐”라며, 단체 차원에서 보조금을 유용하기 위해 손 소장에게 인건비로 지급하고 이를 다시 기부하도록 한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문 공세를 이어갔다.
이에, 증인 원 씨는 반복해서 “소장님은 마포쉼터에서 24시간 상주하며 할머니들을 모시고 보살펴드렸으며, 그런 일을 하면서 마포쉼터 관리 전반적인 일도 모두 해야 했기 때문에, 정대협에서 드리는 월급은 너무 적었다. 그래서 쉼터 보조금에서 일부 지원된 것으로 안다”라고 답했다.
실제, 정대협·정의연에서 일하는 활동가들의 임금은 팀장·국장급이어도 200만원이 겨우 넘는 수준으로 매우 열악했다. 쉼터에서 24시간 할머니들을 돌봐야 하는 손 소장에 대한 인건비는 너무 적었기 때문에, 쉼터 보조금에서 일부 100만 원 상당을 인건비로 추가 지급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기후원회원이기도 했던 손 소장은 정기후원 외 쉼터 인건비를 다시 단체에 기부함으로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를 기억하고 알리는 데 쓰이길 바랐던 것으로 보인다.
공소사실에도 없는 질의 반복
결국, 판사의 제지 “주의하라”
공판 검사는 재판에 기소하지도 않은 사건을 반복해서 담당자도 아닌 원 씨에게 물어, 판사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윤미향 의원은 정대협과 정의연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중간정산 성격의 퇴직금을 2016년과 2017년에 두 차례에 걸쳐 받은 바 있다. 이는 2016년 지급 당시 계산이 잘못돼, 2017년에 추가로 지급한 경우였다고 한다. 반대로 당시 다른 한 명의 정대협 직원은 받아야 할 퇴직금보다 더 많은 금액이 지급돼, 퇴직금 일부를 반환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는 이 또한 윤 의원이 후원금을 유용하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퇴직금을 받았다고 의심했다. 문제는 이 내용이 이전 재판 과정에서 담당자가 나와서 소명한 사항이고, 이날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원 씨는 윤 의원에게 퇴직금을 지급했던 담당자도 아니며, 검찰은 이를 공소한 사실도 없다는 점이다. “제가 한 일이 아니라 모른다”는 증인의 답변에도, 검사는 반복해서 이에 대해 질문했다.
변호사는 “계속해서 공소사실과도 무관한 질문을 반복하는데 납득하기 힘들다”라며 “(재판을 지켜보는) 기자들을 의식한 것”이라고 항의했다. 판사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내용에 대해 주의해 심문하라”며 검사의 반복되는 질문을 제지했다. 그러자, 검사는 “기자들 때문에 질의하는 것 아니다. 매우 불쾌하다”라며 언성을 높였다.
검사는 이 외에도 앞선 재판 과정에서 정대협 공금이 급여가 아닌 형태로 윤 의원의 계좌로 입금한 사실이 있다며 후원금 유용 등을 주장한 바 있는데, 이는 병원 치료비와 차량 수리비 형태로 나간 돈이었다.
할머니 방문 및 강의 등 수많은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윤 의원은 20여 년 개인 차량을 사용해 왔다. 특히 2016년에는 한일합의 무효화 활동으로 지방 일정이 더욱 잦아지면서 공동대표단이 2016년 11월에 발생한 차량수리비를 보전해주는 게 옳다고 보고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윤 의원은 2016년 초에 갑상샘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는데, 당시에도 실행이사회는 일종의 산재보상 성격으로 한 차례 수술비용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태료, 안성쉼터 등 공방
이날 원 씨는 직원의 속도위반 과태료를 단체가 내준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히 밝혔다.
원 씨는 “할머니들 지방 방문 일정이 있으면, 할머니들과 몇 시에 방문하겠다는 약속한다. 그럼 할머니들이 아침부터 우리가 오길 기다린다. 문제는 한 분만 만나는 게 아니라, 여러분의 거주지를 방문해야 하고, 그러다보면 늦지 않기 위해 속도를 내는 경우가 생기곤 한다”라며 “업무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고,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이라고 보고 지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안성쉼터 관련한 심문도 이어졌다. 검사는 “수원소재 한 신문사에서도 안성쉼터를 이용했다”며, 정대협·정의연이 안성쉼터를 영리목적으로 운영했거나 영리목적으로 운영하라는 지시를 받은 적 없냐는 질문을 이어갔다. 이에 원 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라며 “해당 신문사는 정대협 활동에 참여했던 연대단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원 씨는 연대단체가 아닌 개인이 해당 쉼터를 사용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문의가 온 바 있지만 “거절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공판 검사는 “정의연이 개최한 행사에 와서 앉아서 박수 치는 일이 운영에 참여하는 것인가”라며 수요시위·후원회원활동을 폄훼한다고 볼 수 있는 질의 등으로 방청객들의 웃음을 샀다. 이에 반대심문으로 변호사는 원 씨에게 “수요시위에서 연대단체는 단순히 박수만 치는 게 아니라 본인들이 주관해서 수요시위를 진행하기도 하지 않냐” 등을 물었고, 이에 “그렇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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