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일이’ 홍준표 감독 “노동자가 느끼는 어려움은 전태일 시대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아”

애니메이션 '태일이' 언론·배급 시사회가 오후 2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가운데 배우 장동윤이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2021.11.11.ⓒ김세운 기자

노동자들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스스로 불꽃이 된 22살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가 국내 최초 애니메이션으로 관객을 만난다. 애니메이션 '태일이'를 연출한 홍준표 감독은 11일 "50년 전 태일이가 있었고, 지금 시대 역시 노동자들이 많이 계신다"며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홍 감독은 이날 오후 2시 용산 CGV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다양한 방안이 마련됐지만 현장에서 노동자가 느끼는 어려움은 그때나 지금이나 큰 맥락상 다르지 않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홍 감독은 "저도 영화를 만든 감독이기 앞서 노동자"라며 "현재 환경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어쩌면 꾸준히 계속, 전태일이 이야기했던 내용을 반복하고 이야기해 나가면서 시대에 맞게끔 개선해 나가야 하지 않나 싶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날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는 홍준표 감독, 장동윤 배우, 명필름 심재명 대표가 참석했다.

국내 장편 애니메이션 '태일이'는 사람들 기억 속에 상징적으로 남아 있는 노동운동가의 모습만 담지 않는다.

오히려 '태일이'는 평범한 우리들과 다르지 않은 22살 청년 태일이의 모습을 담는다. 아버지에게 안주 사드시라고 용돈을 쿡 찔러드리는 태일이, 동생들을 살갑게 챙기는 오빠 태일이, 이성에게 관심을 보이는 태일이, 동생 같은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다 주는 재단 보조 오빠 태일이 등 거대한 우주와도 같았던 태일이의 삶을 담아낸다.

홍 감독은 "전태일이라는 상징적인 인물에 대해서 다뤄야 하는데 저는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세대로서 많은 부담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시나리오를 받고 더 많이 알아보니까, 단지 우리가 전태일에 대해 어떤 열사 이미지만 갖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래서 전태일을 20대 초반, 우리와 비슷한 동료의 태일이로 좀 더 초점을 맞춰서 제 세대가 이야기를 하면 다음 세대에게도 이야기를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밝혔다.

장동윤 배우는 "전태일 평전도 접했는데 제가 생각한 것보다 굉장히 우리 일상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평범한 인물이었다"며 "우리가 전태일 하면 떠올리는 업적이나 위인적인 측면에 집중하기보다 인간 전태일이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태일이' 언론·배급 시사회가 오후 2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가운데 배우 장동윤, 홍준표 감독이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김세운 기자

애니메이션 '태일이'를 함께 제작하는 명필름은 2011년엔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2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흥행 성적을 올린 바 있다.

명필름 심재명 대표는 "이은 공동대표가 90년대부터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런데 1995년에 박광수 감독의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나와서 꿈을 접었다"면서 "시간이 흘러 2011년에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이 관객을 많이 동원하고 격려를 해주셔서 용기를 얻었고 그렇다면 전태일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또 결심하게 된 데에는 최호철 작가의 만화 '태일이'가 있는데, 그것을 보고 '아 전태일 이야기를 만화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더빙으로 참여한 배우진도 눈길을 끈다. 배우 염혜란은 이소선 여사의 목소리를 맡았고, 배우 권해효는 동대문 한미사 사장 역할을 맡았다. 배우 진선규는 전태일의 아버지를, 박철민 배우는 재단사 신 씨를 맡았다.

홍 감독은 성우가 아닌 배우가 더빙에 참여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홍 감독은 "저희 영화도 일부 성우 더빙이 있다"며 "성우 더빙에서 느낄 수 있는 풍부함도 있겠지만, 주연을 배우로 캐스팅 한 건 연기를 하는 분들이 표현하는 자연스러움을 저희 영화에서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조금 더 평범하고 일상적인 느낌 강조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선녹음 후 작업이라고 배우가 목소리를 연기하고 그림을 맞추는 방식이었는데 실제로 장동윤 배우나 염혜란 배우 등 실제 인물의 이미지, 그런 느낌들도 애니에 반영하면 감독이 말한 것처럼 풍부한 정서적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며 "또한 장편 애니메이션의 흥행 측면에서 있어서도 신뢰도 있는 배우들이 참여해 주면 우리 영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밝혔다.

애니메이션 '태일이'ⓒ애니메이션 '태일이' 스틸컷 이미지

'태일이'는 60~70년대 평화시장과 곳곳의 풍경도 섬세하게 포착해 낸다. 풀빵 장수, 태일이와 동료들이 살던 동네, 물고기 잡고 놀던 시냇가 등은 관객을 그 시대 그 시절로 인도한다. 홍 감독의 '태일이'에서 또 다른 주인공은 풍경인 셈이다.

무엇보다 평화시장과 공장 다락방의 묘사는 당대 노동환경과 처지를 직설적이면서도 시적으로 표현해냈다. 주 무대를 단편적인 공간이 아닌 입체적인 공간으로 되살린 것이다.

이와 관련해 홍준표 감독은 "태일이가 주로 일했던 공간은 지금 기록이나 많은 분들의 기억에 따르면 상당히 삭막하고 환경이 좋지 않았다"며 "빛도 안 들고 환기도 안 되는 먼지가 많은 답답한 공간으로 기억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 공간이 답답할지언정 그 안에서 생활하는 태일이와 여공 동료들은 한편으로 즐거운 때도 있었고 따뜻한 한때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 속에서 따뜻한 한때를 보낼 때는 그 먼지들이 캐릭터들을 감싸는 반짝이가 돼서 아름다운 이미지를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심재명 대표는 "전태일이 살아계셨다면 73세 노인일 것이다. 그분이 이 영화를 봤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지 궁금하다"면서 "한국 노동운동의 상징이자 아주 착하고 친구 같은 청년 전태일의 삶을 이 영화를 통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저처럼 많은 분들이 그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애니메이션 '태일이'는 오는 12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애니메이션 '태일이' 언론·배급 시사회가 오후 2시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가운데 홍준표 감독이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2021.11.11.ⓒ김세운 기자
태일이와 친구들의 모습ⓒ스틸컷 이미지
애니메이션 '태일이'ⓒ스틸컷 이미지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기자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김세운 기자 응원하기

많이 읽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