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째 폭증하는 미국의 살인 사건

지난 5월 9일 발생했던 미국 콜로라도 총기난사 사건의 현장에 있는 유족들.ⓒ사진=뉴시스/AP

편집자주: FBI가 지난 9월 27일에 발표한 2020년 범죄 리포트를 보면 지난해 살인사건은 2만1570건으로 2019년(1만6669건)보다 4901건(29.4%) 증가했다. 기록적인 증가세다. 대도시, 소도시를 막론하고 이런 증가세가 나타났는데, 그 이유를 분석한 알자지라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The United States homicide rate continues to soar in 2021. Why?

할로윈이 있던 10월의 마지막 주말. 총기 폭력과 살인이 끊이지 않는 미국에서 무려 13명이 총에 맞아 죽었다. 시카고 교외지역에서 늦게 열린 한 할로윈 파티에서는 몇 사람의 무차별 발포로 2명의 사망자와 12명의 부상자가, 뉴멕시코 앨버커키에서는 총기 사건으로 2명의 사망자와 4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할로윈 때문에 사망자가 많았던 건 아니다. 미국에서 총기로 인한 사망자는 매주 이 정도로 나온다. 지난주에는 아이다호 보이시의 쇼핑몰에서 한 남성이 무차별 총격으로 2명을 죽이고 경찰을 포함해 4명을 다치게 한 후 경찰의 총에 죽었다.

미국에서 총기 폭력 살인 사건이 2020년 19,400건으로 껑충 뛴 후 2021년에도 급증하고 있어 많은 범죄학자들은 원인을 파악하느라, 지역 지도자들과 정부 정책입안자들은 해결책을 찾느라 분주하다.

개혁을 지지하는 초당파적 단체인 형사사법위원회의 토마스 앱트 선임연구원은 “조지 플로이드의 살해 이후부터 총기 폭력 급증이 본격화했다.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고 했다. 운전을 하던 플로이드가 체포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건 2020년 5월 25일이었다. 경찰관 데릭 쇼빈이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질식시켰고, 그 영상이 인터넷에 급속히 퍼지면서 미국 전역에서 경찰 반대 시위가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상황은 매우 암울하다. 미국의 3대 도시인 시카고에서는 10월 중순까지 649명이 사망해 25년 만에 최악의 살인율을 기록할 예정이고, 미국의 4대 도시인 휴스턴에서는 올해 살인사건이 339건으로 이미 작년 한해 기록을 넘어섰다. 워싱턴 D.C.도 올해 183건의 살인사건을 기록해 작년 수치를 넘어설 예정이다. 게다가 살인사건 급증 추세가 소도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2020년에 이미 30%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일반적으로 플로이드의 살해로 촉발된 시위와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법 총기 구매의 용이성과 결합돼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수치에서 결론을 도출하는 것은 위험하며 살인 급증 현상의 사회적 원인은 매우 복잡하다고 지적한다.

타격이 큰 흑인과 라틴계 동네들

살인사건 급증은 가난하거나 소수인종이 모여 사는 동네에서 유난히 심각해 더 큰 문제다. 시카고를 비롯한 일리노이 도시들에서 안전한 환경 조성 운동을 하는 단체인 리브프리일리노이의 시에라 베이츠-챔버린 대표는 “흑인과 라틴계 사회는 이미 수십 년 동안 총기 폭력의 참상을 겪었다”며 “중요한 것은 소수인종 사회에서 총기 폭력이 많은 근본적인 이유인 인종차별과 빈곤을 퇴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연한 폭력

필라델피아에서는 올해 살인사건이 450건을 넘어 연말까지 작년의 499건과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템플대학의 제리 레트클리프 형사사법 교수는 “한 가지 요인으로는 살인사건의 급증을 설명할 수 없다. 두세 가지 주요 요인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플로이드가 살해되기 전에도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미국 경찰들이 대중과의 접촉을 줄였다. 코로나19는 지속적으로 경찰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요소였다. 2021년 지금까지 총격으로 죽은 경찰은 50명, 코로나로 죽은 경찰은 거의 5배인 240명에 이른다.

2020년 필라델피아를 비롯한 미국의 여러 지역이 경찰에게 가급적 범죄 용의자를 체포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대중과의 접촉을 줄여 코로나19 전염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레트클리프 교수에 따르면 적극적인 범죄 예방적 경찰 활동이 범죄율을 줄인다는 게 정설이라고 한다.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난 경찰

플로이드의 살해 이후 벌어진 전국적인 시위도 경찰을 위축시켰다. 플로이드 살해 사건이 일어난 미니애폴리스에서는 경찰이 갑자기 방관자 역할로 돌아섰고, 미니애폴리스의 살인사건은 2020년 82건으로 치솟았다. 그리고 올해 10월까지 2021년에는 78건이 살인사건이 일어나 작년의 기록을 깰 예정이다.

레트클리프 교수는 경찰이 상사들로부터 직접적으로 적극성을 줄이라는 지시를 받거나 SNS나 지역사회로부터 부정적인 시선을 받으며 간접적으로 활동을 축소하라는 신호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레건 포틀랜드에서는 지난 1년 반 사이에 200여 명의 경찰이 사기 저하와 상사로부터의 지원 부족을 거론하며 사직했다. 포틀랜드의 2021년 살인사건은 현재까지 63건으로 이미 작년 수치를 넘어섰다. 이런 추세가 미국 곳곳에서 나타난다. 뉴멕시코 앨버커키에서도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M)’ 시위 이후 수십 명의 경찰이 사임했다. 앨버커키는 1980년대 이후 볼 수 없었던 수준의 폭력 속에서 올해 89명이 살해됐다.

통계도 거짓말을 한다

경찰의 위축과 증가하는 살인사건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기 쉬운 상황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뉴욕의 전직 국선변호사이자 민권 변호사인 스콧 헤칭거는 “BLM 시위 때문에 살인사건이 증가했다는 주장은 수많은 거짓말과 기만, 오해에 기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적 자료가 악명높을 정도로 신뢰도가 떨어질 뿐만 경찰의 위축과 증가하는 살인사건 사이에 인과관계는 고사하고 연관성이 있다는 것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살인사건은 시위가 있거나 경찰의 사기가 떨어진 곳에서만 급증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정통성 위기

경찰과 법원, 교도소 제도를 둘러싼 ‘정통성의 위기’가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범죄율이 이미 높은 취약계층 밀집 동네에서는 경찰이 정통성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없다. 경찰이 외면하고 심지어 횡포를 부려 온 이들 지역에서 플로이드의 살해는 마침내 사람들의 분노를 폭발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그리고 사법제도의 문지기인 경찰이 자기네를 지켜주기는커녕 목숨마저 빼앗으니 자기 목숨을 스스로 지켜야 하고, 경찰이 법을 지키지 않으니 자기도 법을 지킬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증가한 것이다.

2020년에 살인사건이 50% 증가한 콜로라도 덴버를 연구한 스콧 울프 미시간주립대학교 교수는 형사사법제도의 부당한 대우 때문에 광범위한 불신의 위기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덴버는 총이나 다른 무기가 전혀 없는 일라이자 맥클레인이라는 흑인 청년을 경찰이 목 졸라 주사로 케타민이라는 마취제를 투입해 결국 죽인 사건이 발생한 2019년부터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데이비드 파이루즈 콜로라도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이런 사건들은 피해자들이 경찰을 믿을 수 없어 도움을 요청하지도 않는 환경을 조성한다”며 “이 충격파로 일련의 결과가 나타나는데, 범죄가 용이한 방향으로 경찰과 국민 모두의 행동이 변하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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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연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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