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노동] 돌봄 현실2

돌봄 노동은 ‘불안정 노동’의 끝판왕으로 꼽힌다. 오늘 일이 내일도 이어질지 모를 계약직 시급제에,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마저 일한 만큼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소한의 생계도 보장할 수 없는 초단시간 노동자들도 많다.

그나마 최악의 불안정 상태에서 벗어난 돌봄 노동자들도 있다. 민간(민간 위탁) 소속이지만 정규직으로 고용이 안정된 시설 요양보호사와 민간에서 국공립 전환이 확장하고 있는 어린이집 교사(보육교사)다.

하지만 이들 앞에는 또 다른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다. 노동 착취를 위한 각종 꼼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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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시설은 노인성 질환 등으로 요양이 필요한 65세 이상 어르신이 입소해 생활하는 곳이다. 의료기관인 요양병원과 다르다. 직원 중 간호사·물리치료사·영양사 등도 있지만, 요양보호사가 80%다. 규모가 있는 시설의 요양보호사는 정규직으로 일정한 근무시간과 임금을 보장받는다.

대신 시설 요양보호사는 공짜노동량이 엄청나다. 여기엔 야간 휴게 시간을 늘리는 전통적 꼼수가 이용된다. 서류상 휴게 시간이지만 현실에선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휴게 시간 보장이 노동 착취 결과를 낳는 모순이다. 평균 4시간에서 11시간까지 늘어나는 야간 휴게 시간에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알아보자.

주로 저녁 8시부터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야간 당직을 서는 요양보호사는 1명이다. 혼자서 보통 18~25명의 어르신을 돌봐야 한다. 말도 안 되는 인력 배치는 요양시설법에 따른 것이다. 네 명의 요양보호사가 10명의 어르신을 돌보도록 한다. 합리적인 것 같지만 요양시설은 24시간 생활시설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4명이 돌아가면서 24시간을 채워야 한다. 2명은 낮에 근무하고 1명은 야간 당직을 서고 1명은 전날 당직을 섰으니 쉰다. 그래서 야간 당직자는 혼자 남는다.

밤이니 모두 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치매 어르신이 많고 밤낮이 바뀌어서 밤에 돌아다니는 어르신들도 있어요. 불안해하는 어르신이 계시면 옆에 매트리스 하나 깔고 누워서 말동무해드려요. 밤이라고 대소변이 쉬는 건 아니에요. 1시간에 열 분이 대변을 보기도 해요. 그땐 정말 도망가고 싶더라니까요.”

야간 당직은 전쟁이라고 강신승은 말했다. “2시간마다 (시설을 둘러보는) 라운딩을 돌아요. 휴게 시간이라고 쉬면 어르신들은 누가 돌봐요. 휴게 시간은 자는 시간이 아니고 누워 있되 귀를 열어둬야 하는 시간이에요.”

휴게 시간이 길어질수록 연장근로수당이 줄어든다. 박선호는 “일하고 있음에도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데 현행법상 위법이 아니다”고 분노했다.

주간이라고 휴게 시간이 지켜지는 건 아니다. 근로 계약서상 1시간의 점심시간이 주어지지만 적은 인력 때문에 15분 만에 밥을 ‘마시고’ 교대해야 한다. “‘저희 1시간 동안 휴게 시간입니다’, 하고 모두 없어지면 어르신들은 어떡해요.” 박선화가 말했다.

결국은 인력 배치의 문제라고 박선호는 지적했다. “그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질 높은 돌봄은 물론 우리의 노후도 기대하지 말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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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근로시간이 서류상 휴게 시간으로 뒤바뀌는 건 보육교사도 마찬가지다. 낮잠 시간이 대표적이다. 교사들의 휴게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낮잠 시간에 교사 1인당 아동 수 기준이 3명(0세)~20명(4세 이상)에서 6명(0세)~40명(4세 이상)으로 완화됐다. 하지만 아이들 역시 순순히 잠들지 않는다.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쉴 수 없는 상황이다.

201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점심을 따로 먹거나 아이들과 분리돼 쉴 수 있는 교사는 30%에 불과했다. 휴게 시간도 평균 40분 남짓이었다. 직접 돌봄 외 일지 작성, 다음 날 수업 준비 등 행정업무 시간이 주어지지 않아 집까지 일을 들고 가지 않으려면 휴게 시간에 틈틈이 해놔야 한다.

교사의 휴게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보조교사제는 새로운 착취로 이어졌다. 이른바 지원교사 돌려막기다.

지원교사는 보조교사와 연장 반 교사로 나뉜다. 보조교사는 담임교사들을 보조해 휴게 시간을 보장해주는 역할을 한다. 연장 반 교사는 어린이집 기본보육 시간(오전 9시~오후 시)이 끝난 뒤 연장 보육(오후 4시~오후 7시 30분)을 맡는다. 둘 다 정부 또는 지자체에서 인건비를 지원한다. 하루 4시간 30분(휴게 시간 30분 포함) 주 5일(주 20시간) 일하는 형태가 기본이다.

문제는 지원 교사에게 담임교사 역할을 맡기는 것이다. 전임이어야 하는 원장은 규모가 작은 가정 어린이집(20인 이하)의 경우 보육교사를 겸직할 수 있는데, 자신이 담임교사인 반을 만들어 오전 반은 보조교사에, 오후반은 연장 반 교사에 맡기는 식이다. 담임교사의 인건비를 쓰지 않고 한 반을 운영할 수 있다.

지원교사들은 적은 임금을 받고 담임교사 업무까지 떠맡는다. 교사 겸직 원장은 매월 3만 원씩 처우 개선 수당도 받을 수 있다. 20인 이상 규모의 어린이집은 원장 대신 원감 반에서 교사 돌려막기가 이뤄진다. 이런 꼼수는 흔한지, 구직사이트에서 보조교사·연장 교사의 업무 설명란에서 담임교사 업무를 맡는다는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보건복지부는 신고하라는 말만 반복한다. “신고한 보육교사는 바로 아웃이에요. 어디 어린이집의 어떤 선생님이 민원을 넣었는지 다 알더라고요. 원장 연합회 네트워크가 대단하잖아요.” 최문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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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돌봄을 위해 돌봄 노동자들은 자신을 갈아 넣고 있다. 이런 돌봄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까.

“교사가 숨을 쉴 수 있어야 아이들한테도 좋아요. 당장 그만두겠다는 말을 하루에도 열두 번 외치는데 어떻게 좋은 돌봄이 나올 수 있겠어요. (지금의 보육 시스템은) 노동자를 위한 것도 아니지만, 아이들을 위하지도 않아요. 원장을 위한 제도일지도 모르죠.” (김관희)

“이렇게 노후를 마감하는 인생이라면 국가가 참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많은 돈을 투자했는데 이용자도, 보호자도, 노동자도 누구도 행복하지 않아요. 모두가 불안할 뿐이죠.” (박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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