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파렴치한 학살자 전두환의 죽음

학살로 집권한 독재자 전두환이 23일 90세의 나이로 죽었다. 그가 초래한 고통과 비극의 역사는 아직 종료되지 않았고 우리 사회가 그를 단죄하지도 못한 가운데 일어난 일이다. 전두환은 생의 마지막까지도 참회하지 않았다.

인간의 죽음은 존중받아야 한다. 한 개인의 죽음에 대한 애도와 공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구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구분이 무의미하거나, 나아가 옳지 않은 경우가 있다. 자신의 야욕을 충족하기 위해 시민을 잔악하게 살상하고, 민주공화국의 기본 가치를 무너뜨린 경우에 이를 적용해선 안 된다. 바로 전두환의 경우다.

전두환이 대한민국의 제11대와 제12대 대통령을 지냈지만, 그가 대통령으로서 한 일은 무엇이든 간에 공적 평가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다. 대통령직은 하극상과 민간인 살육의 대가로 얻은 자리였다. 그렇게 얻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을 감금하고 고문하며 죽음으로 내몰았다.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 낳은 결과를 두고 공과를 논하는 것은, 비극과 불의의 역사에 대한 동조일 뿐이다. 오직 ‘학살자’만이 전두환에 대한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규정이자 평가다.

전두환은 자신의 죄과를 참회하지 않은 채 죽었다. 그는 사죄하기는커녕, 자신이 쓴 회고록에서 사죄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두고 오히려 ‘갖은 핍박과 능멸’이라고 적는 뻔뻔함을 보였다. 반란수괴 혐의로 인한 미납 추징금 956억원과 미납 지방세 9억8천만원을 남겨 둔 채 아무 말 없이 죽은 것이다. 반성과 사죄 없는 죽음은 또 한 번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사과 없는 죽음 자체가 전두환이 저지른 죄과의 일부다. 반성하지 않음으로써 자신이 얼마나 파렴치한 학살자인지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런 의미에서 그의 사죄 여부는 우리에게 중요하지 않다. 학살에 대한 단죄, 그를 추종하거나 감싸면서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의 발호에 맞서 후퇴하지 않는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여전히 우리 앞에 놓인 과제다.

민중의소리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되고, 기자후원은 해당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민중의소리 응원하기

많이 읽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