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이상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

“더 이상 단 한 명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여성단체들이 내건 플래쉬몹의 슬로건이다. 지난 2000년, 유엔은 총회를 통해 매년 11월 25일을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로 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25일부터 일주일간을 여성폭력 추방 주간으로 지정해 캠페인을 벌이는 등 정부차원으로 기념하고 있다. 그런데 2021년 지금, 캠페인으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기념하기엔 우리 사회 여성의 폭력적 실상이 너무나 참담하다.
 
최근 여성 대상 폭력과 살인 등의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N번방 사건,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최근에 연이어 발생한 교제살해와 스토킹살해 등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릴 만큼 끔찍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범죄를 막을 이렇다 할 방지책이 마련되고 있지 않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에 의하면 가정폭력, 성폭력, 불법촬영, 데이트폭력 등 여성 대상 폭력 사건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데이트폭력의 경우 재범률이 높은 범죄임에도 피해자들이 중대한 위협을 느낄 정도의 폭력이 발생하기 전까지 피해자 개인이 감당할 몫으로 방치되고 있다. 참지 못해 신고한다 해도 구속되는 경우는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니 재범률이 계속 높아지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피해자 진술만으로 체포가 가능한 미국이나 강요·통제만으로 최대  5년형이 내려지는 영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의 법적 조치는 가볍다 못해 범죄를 방치하는 수준이다. 관련 법안 역시 흐지부지 상태다. 2016년부터 5년간 8건의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국회가 외면한 기간 데이트폭력으로 인해 목숨을 잃거나 살해 위협을 받은 피해자 수는 227명에 달한다.
 
피해자 가족을 비롯해 여성계에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에 대한 처벌 강화와 관련 법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국민들의 공감대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 정치권이 나서서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황당한 일이 있었다. ‘교제살인을 막자’는 장혜영 의원의 호소에 느닷없이 ‘안티페미니즘’을 꺼내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주인공이다. 이 대표의 ‘대안 없는 갈등유발’ 화법은 지금의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거니와 오히려 범죄를 방조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을 맞이하는 이 순간에도 가장 안전해야 할 곳에서 생명을 위협받는 피해자가 있을지 모른다. 또다시 무고한 여성들이 목숨을 잃기 전에 정부와 여야 정치권 모두가 나서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 앞엔 ‘여야’도 없고, ‘나중’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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