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돼지와 함께 표현의 장벽을 넘은 이들

디엑스이 코리아의 공개구조를 기록한 책ⓒ출판사 호밀밭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구호가 2019년 여름 우리의 일상을 뒤흔들었다. 동물권 직접행동 단체 디엑스이 코리아(DxE Korea)의 시작이었다. 식당 방해시위에 이어 농장에서 돼지를 빼내는 공개구조, 도살장 입구를 가로막는 락다운 등 비폭력 직접행동을 통해, 동물권 의제를 공론장 한가운데로 끌고 왔다.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넘어 돼지·소·닭 등 농장 동물이 중심이 됐다. 불과 2년 만의 성과다.

배경엔 비폭력 직접행동이 있었다. 비폭력 직접행동은 공론장에조차 들어갈 수 없는 이들의 말하기 방법이다. 멀리는 1950년대 미국 흑인 여성이 버스 흑인 전용칸에 앉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되자 흑인들이 버스 이용을 거부하는 등 흑인 민권 운동이 있다. 가까이는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지하철 승하차를 반복하는 장애인 이동권 운동이 대표적이다. 해당 의제에 찬성도 반대도 안 하며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권력은 직접행동으로 소란스러워져야 비로소 귀를 기울인다.

디엑스이 코리아는 기득권이 정한 공론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다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공론장은 어디서나 가능하다는 사실을 방해시위와 공개구조를 통해 보여줬다. 사건이 발생하길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사건을 만들어 동력에 불을 붙였다. 사실 매 순간 벌어지는 동물에 대한 폭력이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지나가는 일상에 균열을 내는 직접행동을 이어왔다.

표현의 자유가 극히 제한된 한국사회에서 이들은 더욱 비난받았다. 헌법상 집회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코로나보다 해고가 더 무섭다는 노동자들을 대변한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집시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서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받았다. 법원은 기자회견과 집회의 알 수 없는 경계를 가르기 바쁘다. 권력이 불편하지 않은 선에서, 허락된 장소와 시간에 맞춰 정해진 구호만 외칠 수 있는 사회에서 방해시위는 업무방해고 공개구조는 절도였다.

“모두가 해방되지 않으면 아무도 해방될 수 없다.” 한 세대 안에 동물해방을 이루겠다는 디엑스이 코리아는 거침없는 행보로 한국사회 표현의 장벽을 뛰어넘고 있다. 특히 이들이 공개구조한 돼지 ‘새벽이’는 존재 자체로 동물 학대를 알리며 표현의 자유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디엑스이 코리아와 새벽이의 담대한 발걸음이 기록된 책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았다』가 나왔다. 훔친 돼지만이 살아남는, 다시 말해 나머지 돼지는 모두 죽는 현실을 직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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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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