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취하는 ‘0도’ 맥주?... 소비자 헷갈리는 ‘무알코올’과 ‘비알코올’

식약처 ‘식품 등의 표시기준’ 개정에도 여전히 ‘무알코올’-‘비알코올’ 구분 어려워....소비자단체 실효성 의문 제기

편의점 주류코너에 진열된 비알코올 맥주ⓒ민중의소리

편의점 주류코너에 가보니 일반 맥주와 함께 논알코올 맥주가 진열돼 있었다. 진열된 모습만 봐서는 무알코올 맥주인지 비알코올 맥주인지 구분하기 어려웠다. 맥주캔을 들고 제품명이 적힌 반대편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제조성분 표시와 함께 작은 글씨로 ‘에탄올 1% 미만 함유, 성인용’이라고 적혀있었다. 진열된 모습만 보면 무알코올 맥주로 오인할 가능성이 컸다.

25일 주류 업계에 따르면 ‘제로’ ‘논알콜릭’ 등의 문구가 적힌 논알코올(무알코올, 비알코올 포함) 맥주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일부 논알코올 맥주의 경우 알코올이 미량 들어있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알코올과 비알코올 맥주는 제조과정에서 차이를 보인다. 무알코올 맥주는 알코올을 생성하는 발효단계를 생략한 비발효 제조공법으로 만들어진다. 대신 맥아 액기스, 홉 등 맥주향을 내는 재료를 첨가해 맥주 맛을 구현한다. 맥주맛 탄산음료인 것이다. 반면 비알코올 맥주는 일반 맥주와 마찬가지로 발효과정을 거친 후 알코올을 빼내는 작업을 해 미량의 알코올이 남아있다.

왼쪽부터 무알코올 맥주 하이트 제로, 클라우드 클리어제로, 쾨닉스바커ⓒ각 사 제공

코로나19 ‘혼술·홈술’ 유행에 논알코올 맥주 판매량 상승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집에서 가볍게 즐기는 홈술, 혼술 문화가 확산하면서 논알코올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주류업계에서 추산하는 지난해 국내 NAB(무알콜맥주) 시장은 약 150억원 규모다. 그리고 올해에는 그 규모가 2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 2012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무알코올 맥주 하이트진로음료의 ‘하이트제로’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대비 50% 올랐다. 2021년 3분기 매출 성장률은 104%를 기록했다. 그리고 10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214%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하며 4분기엔 200%대 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이트제로’에 이어 2017년 출시된 롯데칠성음료 ‘클라우드 클리어제로’ 역시 올해 1~9월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증가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맥주를 마시고 싶지만 부득이하게 못 마시는 소비자들이 취하지 않고 맥주 향과 맛만 느끼고 싶어 찾는 논알코올 맥주를 경우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비알코올 맥주 카스 제로, 칼스버그 제로, 하이네켄 제로, 칭따오 논알콜릭ⓒ각 사 제공

‘무알코올-비알코올’ 차이 구별 어려워... 소비자 ‘갸웃’

문제는 ‘비알코올’ 맥주도 ‘무알코올’ 맥주로 통용되고 있어 소비자에게 오인의 소지가 크다 점이다.

예를 들어, 하이네켄의 ‘하이네켄 0.0’은 알코올 함유량 0.03%미만인 비알코올 맥주다. 그러나 제품 겉면에 알코올 도수의 소수점 첫째자리인 ‘0.0’까지만 표기하고 ‘하이네켄 제로’를 제품명을 사용하고 있다.

주세법에 따르면 1% 미만의 알코올을 함유한 음료는 주류가 아닌 혼합음료, 탄산음료로 분류된다. 알코올이 조금이라도 들어 있는 경우 비알코올, 논알콜릭(Non Alcoholic)으로 표기 해야하지만 제품명에 ‘0.0’, ‘제로’ 등의 표현을 사용해 소비자들의 혼란을 유발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주류업계는 “알코올이 0.1%미만인 제품이니 소수점 둘째 자리를 제외한 ‘0.0’이라는 표기가 틀린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이달 초 무알코올, 비알코올 맥주 제품을 구분하기 위해 ‘식품 등의 표시기준’ 법을 일부 개정해 고시했다. 비알코올 맥주일 경우 ‘알코올 1%미만 함유’ 문구를 바탕색과 구분해서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무알코올과 비알코올 제품을 구분하긴 여전히 쉽지 않다. 제조사가 식약처 표시기준을 준수하더라도, 제품 전면에 큰 글씨로 ‘0.0’, ‘제로’라고 표기된 제품명과 달리 성분란에 작게 ‘알코올 1%미만 함유’라고 표시돼 있어 소비자가 일일이 성분표를 확인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게다가 각종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 ‘무알코올 맥주’를 검색하면 무알코올 맥주와 비알코올 맥주가 동시에 노출돼 구분이 쉽지 않다.

소비자시민모임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무알코올, 비알코올 표시 차이 자체를 헷갈리는데 단지 표시 색깔을 달리하는 것만으로 그친다면 구분에 대한 실효성이 의문이다”라며 “향후 내부적으로 모니터링이나 조사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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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영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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