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못 낸다’는 넷플릭스 “K-컨텐츠 현지화 포기할 수도”

‘망 이용대가 간담회’서 넷플릭스 “과거엔 냈지만 지금은 아니다”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발제하고 있다.ⓒ유튜브 캡쳐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가 "전 세계 어디에서도 망 이용료를 내지 않는다"며 법제화 반대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한국 컨텐츠의 현지화 중단 가능성을 시사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김상희 국회부의장(더불어민주당)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디지털 경제 시대,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했다.

넷플릭스 "망 이용료 강제하면 현지화 이유 없어"...철수 가능성 시사

이날 토마스 볼머 넷플릭스 글로벌 콘텐츠 전송 부문 디렉터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망 이용료를 지불하는 것은 적절한 방안이 아니"라면서 "이를 법으로 강제화하기보다는 기술적인 솔루션과 자발적인 협력이 적절한 방식"이라고 망 이용료 법제화를 반대했다.

볼머 디렉터는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커넥터'(OCA) 지원을 통해 한국ISP가 주장하는 트래픽을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존의 넷플릭스의 입장을 재강조한 것이다.

넷플릭스는 OCA를 통해 서버를 세계 각지에 두고 자체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일본에 있는 넷플릭스 서버와 한국의 ISP(인터넷서비스제공업자, 통신사)에 설치된 케시서버를 통해 콘텐츠가 전달된다. 이를 통해 한국의 이용자들은 일본 서버로부터 일부 컨텐츠를 미리 옮겨 놓은 한국ISP의 케시서버에서 컨텐츠를 이용하는 것으로, 사실상 한국에 있는 CP(콘텐츠제공사)와 동일한 속도로 넷플릭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 간 해외망 트래픽이 일부 줄어들 수 있으나 여전히 비용이 발생하며, 막대한 국내망 트래픽에는 OCA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넷플릭스가 국내 망에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볼머 디렉터는 "넷플릭스 스트리밍에 필요한 트래픽은 (초당) 3.6Mb(메가비트) 정도인데, 한국 이용자는 200Mb의 초고속망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한일 간 트레픽에 대해서도 "넷플릭스의 모든 영화와 TV쇼의 양이 많지도 않다. 사람 키만한 서버렉 두개 정도에 모든 데이터가 저장된다"면서 "언제 새로운 영화가 나올지 넷플릭스 스스로 예측도 가능하기 때문에 이용량이 많지 않은 심야에 컨텐츠를 옮긴다든지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해외에서는 망 이용료를 지불하고 있다는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볼머 디렉터는 "과거에는 그럴 수 있으나 현재를 기준으로 전 세계 어느 ISP에도 (망 사용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세계적으로 무상 상호접속 원칙을 고수하는 가운데 한국 로컬 ISP만 차별적으로 대우하긴 힘들다"고 밝혔다.

과거에 망 이용료를 지불했던 상황에 대해서는 "그때는 OCA인프라가 많이 성장하지 않았고, 망 중립성에 대한 상황도 불분명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하면서 "지금은 넷플릭스가 보유한 컨텐츠의 매력도 올랐고,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말했다.

볼머 디렉터는 망 이용료 법제화가 될 경우, 한국의 컨텐츠 투자 중단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만약 망 이용료를 강제한다면 해외CP들이 한국의 콘텐츠를 현지화하는 데 있어 인센티브가 사라지는 것"이라며 "더 이상 한국 로컬리제이션(현지화)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만약 해외CP들이 한국 외부에 컨텐츠를 두고 가져와야 한다면 장거리에서 컨텐츠를 끌어오면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한국 전체적으로 속도저하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망 이용료 법제화 시 한국에서의 컨텐츠 투자와 OCA 지원을 철수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발언으로, 그동안 한국에 대한 기술지원과 투자를 철수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인터넷, 무료 아냐...비용 유발자가 부담하는 건 당연"

반면 조대근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인터넷 이용은 원래 유료"라고 넷플릭스 측 주장을 반박했다. 조 교수는 최근 '인터넷 망 이용의 유상성(有償性)'에 관한 논문을 발표해 주목받았다.

조 교수는 "인터넷은 원래 무료가 아니라 ISP 간 상호무정산 형식으로 소위 '퉁' 치는 것"이라며 "트래픽을 교환하는 비율 자체가 너무 상이하면 ISP와 CP가 유료 연결하는 방식인 '페이드피어링(Paid Peering)' 방식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페이드 피어링은 망 사용을 한 만큼 사용료를 지불하는 인터넷 접속료 정산 방식이다. 망과 망을 연결하는 ISP 간에는 서로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동일하다고 가정하고 정산하지 않는다. 그러나 CP의 경우에는 CP가 발생시키는 트래픽이 커 불균형이 발생하므로 비용을 요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넷플릭스 측이 '이용자가 이미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CP에 망 이용료를 요구하는 것은 이중지불'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선 "넷플릭스도 통신망을 이용하는 이용자"라고 반박했다.

그는 "CP도, CDN도 기간통신사업자(ISP)가 제공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는 이용자로, 역무 제공 및 이용에 따라 지불하는 반대급부는 이용 대가와 요금"이라며 "각자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요금을 내고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으로, 어떤 이용자도 통신 상대방을 위해 요금을 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망 이용료에 대한) 기본적인 논리는 자원을 소비하고 비용을 유발한 측이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김상희 부의장과 김영식 의원은 각각 이달과 7월 넷플릭스와 같은 대형 CP에게 망 이용료 지불 의무를 법제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전통법) 일부 개정안'을 하나씩 발의한 상태다.

김상희 부의장의 법안은 CP와 ISP 등 통신사업자가 상대 통신사업자에게 망 이용료와 관련한 계약을 요청할 경우, 회피하지 않고 계약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해 12월 전혜숙 의원이 발의한 전통법 일부 개정안도 CP와 ISP간 계약을 의무화하는 내용으로, 김 부의장의 안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김영식 의원의 안은 CP가 망 이용량(트래픽)에 따른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여야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등 망 이용료 법제화의 의지를 보이면서 관련 법 통과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망 이용대가 이슈의 합리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김상희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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