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 18년 역사··· 평화를 지키다

영화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 금기에 도전’ 12월 9일 개봉

영화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금기에 도전’ⓒ스틸컷

한국에서 병역 문제는 늘 뜨거운 화두다.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들과 후보자 자식들의 병역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인다. 입만 열면 북한을 들먹이며 안보를 강조해온 보수정당 정치인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저런 핑계로 병역을 면제받았고, 재벌가 등 이른바 특권층 자제 가운데 상당수도 병역 면제를 받아 사회적 논란이 일기도 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는 양심, 종교 등 다양한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차갑게 만들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며 대체복무를 요구하는 이들에게 “군대 갔다 온 우리는 양심이 없다는 거냐?”, “대체복무로 10년 동안 전방 지뢰밭에 가서 지뢰 제거 작업을 하면 인정하겠다”, “북한으로 가라” 등 온갖 비난이 쏟아졌다.

군대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많은 이들이 감옥에 갇혔다. 1945년 해방 이후 1만 9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투옥됐다. 많은 이들이 희생됐지만, 이런 현실은 종교적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했던 ‘여호와의 증인’ 신도만의 문제인 것처럼 여겨졌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인정받고,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런 분위기가 조금씩 바뀐건 2001년 불교신자였던 오태양 씨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며 부터였다. 이후 종교, 평화적 신념 등 다양한 이유로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이들이 늘어났고,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은 평화운동, 비폭력운동, 무기반대 운동으로 이어지며 조금씩 대중화됐다.

영화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금기에 도전’ⓒ스틸컷

20년 가까이 이어진 이런 노력은 결국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제 도입을 이끌었다. 지난 2018년 6월 헌법재판소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데 이어 11월 대법원이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놓고, 2019년 12월 양심적 병역거부에 따른 대체복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2020년 10월 첫 대체복무가 시작됐다. 첫 대체복무 도입 1년여를 맞아 영화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금기에 도전’이 오는 12월 9일 개봉한다.

이 영화는 평화주의자·반군사주의자로 구성된 시민 단체 ‘전쟁없는세상’을 중심으로 펼쳐진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이 걸어온 18년이라는 활동의 역사를 기록한 작품이다. 영화는 긴 운동의 시간을 병역거부자이면서 ‘전쟁없는세상’의 주요 활동가인 이용석,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집행위원장 최정민, 임재성 변호사를 안내자 삼아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준다.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이 우리나라에서 본격화된 것은 2001년부터였지만, 그 시작은 일제 강점기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는 1930년대 조선인들을 강제징집했고, 이에 맞서면서 여호와의 증인 청년들이 양심적 병역거부에 나섰다. 1939년 6월 일제는 조선에서 여호와의 증인 38명을 병역거부를 이유로 체포했다. 이 가운데 5명이 옥사했고, 33명은 해방 뒤에야 풀려났다. 이 사건은 독립운동으로 인정받으며 역사에 기록됐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해방 이후 대한민국은 이들과 같은 이유로 병역을 거부한 이들을 감옥에 가뒀다.

영화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금기에 도전’ⓒ스틸컷

영화는 양심과 신념은 절대 훼손할 수 없는 가치임을 강조한다. 많은 국가는 개인의 양심과 신념의 자유를 헌법적 가치로 보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헌법에 19조에 ‘모든 국민은 양심(신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헌법규정에도 불구하고 양심과 신념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정치범들의 사상을 ‘전향’시키겠다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정권은 고문을 가하는 등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사상전향제도’는 1933년 일제에 의해 시행된 제도로서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존재했다. 일본에선 이미 폐지된 지 오래지만, 우리나라에선 해방 이후 독재정권을 거치며 더욱 강화됐다. 특히 박정희 정권은 ‘사회안전법’을 만들어 전향을 거부한 재판도 없이 구금하고 무자비한 고문과 폭력으로 ‘전향서’를 받았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수백 명의 수감자들이 전향서에 도장을 찍었고 끝내 거부한 94명은 ‘비전향장기수’라는 이름을 얻은 채 감옥에서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이런 의미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은 비전향 장기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영화에선 비전향 장기수들이 머무는 나눔의 집을 찾아 연대하는 병역거부자들의 모습을 통해 양심과 신념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영화 ‘총을 들지 않는 사람들:금기에 도전’ⓒ스틸컷

그렇게 지키고자 했던 양심과 신념은 지금도 이어진다. 20대의 마음을 이어와 2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인물들의 성장을 통해 병역거부 운동이 갖는 소수자의 가치, 평화주의적인 가치를 그려낸다.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 운동에 대한 보수집회의 저항까지 다루며 한국 사회에서 신화처럼 자리 잡은 군대와 국가주의, 군사주의라는 금기에 도전을 정면으로 다루고 한국 사회가 담고 있는 모순을 짚어 한국 사회가 앞으로 지향해야 할 가치를 제시한다.

아울러 영화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현역 복무의 2배인 36개월로 규정된 복무기한과 교도소 등에 한정된 복무처, 단체 합숙을 강요하는 제도 등 징벌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계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하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김환태 감독은 “신념으로 군대에 안 가겠다는 사람들을 한국 사회는 처벌하고 있었다”며 “소수자의 인권, 소수자의 양심을 사회가 지켜줄 때 그 사회가 변할 수 있는 게 아닌지 생각해 열심히 기록했다”며 연출의 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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