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은 의사결정권 없다” 특성화고노조 서명운동 막은 삼일공고, 결국 사과

학생들 사회단체 가입 및 정치 관여 금지한 규정도 삭제 추진

경기도 수원 삼일공업고등학교가 여수 현장실습생 사망사건을 알리며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의 서명 운동을 방해한 데 대해 공개 사과했다.

삼일공고는 지난 23일 교장 명의로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경기남부지부 서명운동 건' 관련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배포했다.

교장은 "지난 10월 27일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경기남부지부에서 '제2의 고 홍정운' 재발 방지 대책안과 최저임금 미달 현장 실습처 제보에 관한 서명운동을 실시했다"며 "조합에서 실시한 서명운동을 제시한 것에 대해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경기지부에 사과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교장은 "학교 앞에서 서명운동을 하는 것이 합법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인지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교장은 "본교는 고 홍정운 학생의 안타까운 사고에 애도를 표하며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과 교사에 대한 노동인권교육을 강화하고 학생들이 보다 안정적인 진로방향을 설정해 진로목표를 성취하도록 교육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학생생활인권 규정 제5장 제30조의 내용을 개정해 교육적 차원에서 학생의 인권 보호를 실천하는 교육을 펼쳐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삼일공고는 앞서 17일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교생활인권규정 제·개정 의견수렴' 절차를 소개했다. 삼일공고 전체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들로부터 규정 제·개정 내용에 대한 의견을 17부터 23일까지 서면이나 전화로 받겠다는 것이다.

이 중 교장이 개정하겠다고 언급한 규정 '제5장 제30조'는 학생자치회와 관련된 것이다. "학생(급)회의 회원은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하여는 활동을 할 수 없으며, 학교운영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수 없다"는 게 제30조의 내용인데 이를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공직선거법 개정 사항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돼 있다. 삼일공고는 규정 개정을 올해 안에 할 계획이다.

홀로 잠수작업 중 사망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故 홍정운 군의 추모행사를 연 전국특성화고노동조합 경기지부의 모습.ⓒ특성화고노조 경기지부 제공

이 같은 삼일공고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제시는 특성화고노조 경기지부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특성화고노조 경기지부는 지난 17일 삼일공고 교장과 가진 공식 면담에서 이를 요구해 받아냈다.

특성화고노조 경기지부는 지난달 27일 오후 4시 여수 현장실습생 사망 사건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 8대 요구 서명과 최저임금 미달 현장실습처 제보를 받기 위해 삼일공고 앞에서 서명을 받았다.

그러자 삼일공고 교사들이 현장으로 와서 "학교의 허가 없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받는 것은 행패"라며 당장 철수하라고 요구하고, 심지어 하교 중인 학생들에게 "야, 유인물 받지마"라고 소리를 쳤다는 특성화고노조 경기지부의 주장이다.

또 일부 교사들은 삿대질을 하며 "학생들의 학적이 학교에 있으니 학생들에 대한 소유권을 우리가 갖고 있다. 허락 없이 서명받지 말라", "아직 한국 사회에는 나이를 위계질서로 하는 유교문화가 있다. 말대꾸하는 것 처음 들었다. 말대꾸하지 말라", "학생들은 아동이라고 볼 수 있다. 의사결정권한이 없다. 그러니 사전에 교사들에게 내용을 검토받은 후 허락받고 서명받아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성화고노조 경기지부는 "이는 지난달 12일 통과된 만 18세 이상 학생의 정당 가입을 허용하고 교내 집회 자유를 보장하며, 학교 안에서 구성원의 의견을 취합하기 위한 설문조사와 집회의 자유도 보장하도록 하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개정안'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노동인권교육이 의무화돼 있는 경기도 특성화고 교육 방침에도 어긋나는 행위일 뿐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가로막는 일"이라고 규탄했다.

이 문제는 국회에서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은 지난 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바람직한 흐름 중의 하나는 당사자인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들의 권리를 보호받기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인데, 지금 특성화고노조도 합법적으로 승인을 받아서 활동하고 있다"며 오히려 이를 방해한 삼일공고 등의 사건을 언급했다.

이 의원은 "(학교가) 굉장히 시대착오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라며 "교육부가 이런 법적인 지위나 합법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함부로 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는 지침을 내리든가 환기를 시켜주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이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확인하고 시·도교육청과 협의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특성화고노조 경기지부는 내달 1일 전체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노동인권교육을 직접 진행하기로 했으며, 내년부터는 학생들을 위한 노동인권교육도 함께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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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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