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세상 등진 직장인 18명, 절반이 공공기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14일 서울 중구 정동길에서 개정법의 의미와 한계 등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사용자의 친인척이 가해자인 경우, 사용자가 괴롭힘 신고를 받고도 조사하지 않는 경우 등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하고 있다. 2021.10.14ⓒ뉴스1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된 질책과 학대와 괴롭힘으로 저항할 의지조차 상실했습니다.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잡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 내가 죽으면 해결될까, 내가 죽으면 가해자가 죄책감을 느낄까 하는 생각을 계속합니다.”

회사 대표의 괴롭힘으로 고통받는 한 직장인의 절박한 호소다. 실제 올 한 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직장인은 신원이 확인된 수만 18명이다. 그중 절반이 공공기관에서 발생했다.

28일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지난 1월부터 이번 달 27일까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를 언론 보도와 국민신문고를 통해 집계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직장갑질119는 특히 공공기관에서 9명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망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부는 “대한민국의 직장 갑질은 세계적인 수치”라며 2018년 공공기관 직장 갑질 종합대책을 내놨지만, 여전히 괴롭힘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대전에서 새내기 9급 공무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사망했지만, 정작 대전시는 잘못된 진단을 내리는 일도 있었다. 사망 사건 이후 허태정 대전시장이 지난 18일 새내기 공무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것과 관련 대전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무원 구성 변화를 보면) 세대 간 문화 차이로 인한 갈등에 항상 노출됐다”며 직장 내 괴롭힘 문제의 원인을 세대 차이로 봤다.

이 사건 관련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공무원 직장 내 괴롭힘 문제와 관련해 공무원 행동강령과 공무원 재해보상법 등 구체적 규정과 업무상 재해 인정 부분에 있어 입법 미비가 있다”고 말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는 셈이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세상을 등진 직장인들.ⓒ직장갑질119

직장갑질119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직장 갑질을 당했을 경우 자유롭게 신고할 수 있느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신고자에 대한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내도록 한다.

그러나 직장갑질119는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 회사에 불만을 표했을 때 돌아올 따돌림, 보복이 두려운 직장인들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그 선택지 중 하나가 죽음”이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종합대책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다”며 “근로기준법에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규정이 ‘공무원’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같은 내용을 공무원 관련 법에도 명시해야 한다. 반복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거나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기관장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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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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