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지방선거 마두로의 집권 사회당 압승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사진=뉴시스/AP

편집자주: 3년 반만에 여야가 모두 참여한 베네수엘라 선거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사회당이 압승을 거뒀다. 지난 22일 치러진 베네수엘라의 2021년 지방선거 결과를 소개하는 트루스아웃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Socialists Secure Massive Victory in Venezuelan Elections

지난 21일 치러진 베네수엘라의 지방선거는 지난 4년간 민주주의 과정에 참여하기를 거부하고 미국의 지원 아래 사회 흔들기와 체제 전복을 꾀했던 우파 세력의 선거참여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결과는 니콜라스 마두로 집권여당의 압승이었다.

그간 보수 야당은 하나의 전략과 깃발 아래 결집하지 못하고 수년간 각종 폭력적인 수단을 활용했다. 야당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정치권의 초당적 지지에도 불구하고 마두로를 축출하지 못하고 이번 선거에서 완패했다. 여당 사회당이 23개 주 가운데 20곳에서 주지사를 당선시키면서 이번 선거를 사실상 싹쓸이해 여당의 지배적인 위치를 더 확고하게 굳혔다.

사회당 지지자들은 최종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거리에 쏟아져 나와 승리를 만끽했다. 조직 활동가로 ‘혁명을 위한 예술가 전선’ 회원인 아브릴 비스카야는 “23개 중 20개 주에서 승리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숫자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렇게 참여 민주주의의 길을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미국 정부의 일방적인 강압적 조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기뻐했다.

이번 선거는 23명의 주지사, 335명의 시장, 253명의 지방의원과 2,471명의 시의원을 포함한 3,082명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장이었다. 그만큼 국제적인 관심도 컸다. 베네수엘라의 선거관리위원회와 각 정당들이 참관차 300여 명의 외국인들을 초청했고, 유엔과 카터센터, 그리고 ‘라틴아메리카 선거전문가 위원회’에서도 대표단을 파견했다.

한 투표소 앞에서 줄 서 있는 베네수엘라의 유권자들.ⓒ사진=뉴시스/AP

이번 선거에 감시단으로 참여한 미시오네스의 지방의원인 마틴 세레노는 선거가 질서정연하고 평화롭게 이뤄졌으며 축제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고 했다. ‘라틴아메리카 선거전문가 위원회’의 니카노르 모스코소 대표단장도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선거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했다고 했다.

부정선거를 예방하기 위해 베네수엘라의 투표과정은 꽤 엄격하다. 유권자는 신분증을 제시하고 지문 확인을 거친 후 서명과 지문으로 문서에 기록을 남긴다. 또 베네수엘라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완전 자동 전자투표 시스템을 갖춘 나라다. 투표기계는 투표결과를 표시한 용지를 자동적으로 인쇄해 투표함에 넣는다. 게다가 모든 정당이 모든 투표소에 당원을 파견해 투표와 개표 과정을 감독할 수 있다.

선관위가 지정한 미란다 주 감독관이었던 사이벨 곤잘레즈는 자기가 있던 투표소에 4개 정당과 정치단체들의 대표들이 감독했으며, 투표가 순조롭게 이뤄졌다고 전했다. 수도 카라카스 외곽에 있는 로스 테케스에서 투표를 한 카를로스 루이즈 파티뇨도 팬데믹으로 인한 추가 조치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가 매우 잘 조직됐다고 했다. “투표하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루이즈는 말했다.

베네수엘라 정치에서 이제 폭력이 사라진 건가

베네수엘라에서는 그동안 선거과정을 방해하고 정치적 폭력 위협을 가하는 세력들이 선거 사보타지를 많이 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관계당국이 이를 방지하고 투표장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상당한 수준의 경찰을 투입했다. 그 결과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즈 국방부 장관에 따르면 이번 선거는 별다른 사건 없이 마무리됐다. 그는 “오늘의 주인공은 국민이다. 국민이 자기 몫을 다했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늘 시민으로서의 의무에 충실했다”고 했다.

최근 몇 년간 야권의 일부 세력은 ‘임시’ 대통령을 자임했던 후안 과이도와 그의 인민의지당의 선동에 맞춰 ‘구아림바’라 불리는 폭력적 거리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과이도의 쿠데타 시도가 실패한 후 야권의 대부분이 폭력 중단을 요구해 과이도마저 선거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파드리노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폭력에 ‘싫어요’라며 선거에 대거 참여했다. 베네수엘라 국민은 개입과 정치적 폭력에 ‘싫어요’, 민주주의와 화합, 공존에 ‘좋아요’라고 확실히 말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여주는 선거였다”고 평가했다.

지난 3번의 선거를 보이콧했던 일부 야권 세력 때문에 떨어졌던 투표율이 급등해, 과거의 지방선거에서는 보기 어려운 42%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날 이뤄진 칠레 대선의 투표율보다도 높았다.

유럽연합의 베네수엘라 2021년 지방선거 참관단을 이끈 이사벨 산토스 유럽연합 의원.ⓒ사진=뉴시스/AP

극단적 우파가 선거에 참여한 데에는 정부의 끈질긴 노력도 있었다. 유럽연합의 중개로 여당과 야권이 협상을 벌인 것이다. 유럽연합은 이번 선거에 2006년 이후 처음으로 참관단을 파견했다. 100명에 이르는 대규모 참관단이었다. 이에 미국의 제재와 함께 베네수엘라의 주 수입원이었던 석유의 수출을 막아온 유럽연합의 제재가 해제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를 앞두고 모두가 유럽연합의 대대적인 참관을 반긴 것은 아니었다. 마두로 대통령뿐만 아니라 야당인 민주주의연합을 포함한 온건 보수파도 베네수엘라의 선거가 독립 국가의 주권적 절차이며 그 정당성이 유럽연합이나 그 참관단으로부터 나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런 긴장감은 개표 이후 이사벨 산토스 유럽연합 대표단장이 투표가 침착하게 이뤄졌다고 평가하고 마두로가 유럽연합 참관단이 베네수엘라의 헌법을 준수했음을 인정하면서 크게 해소됐다. 유럽연합은 이번 선거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이번 주에 발표할 예정이다.

후안 과이도가 2020년 1월 7일(현지시간) 야당 의원들의 도움 속에 경찰 저지를 뚫고 국회에 들어가 국회의장 취임 선서를 하고 연설하고 있다. 이로써 베네수엘라 의회에는 2명의 국회의장이 공존하게 됐다. 과이도는 23일 스스로 임시 대통령임을 선언했다. 당시 과이도를 아는 베네수엘라 국민은 4%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과이도의 선언 직후에 그를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발표했다.ⓒ사진=뉴시스/AP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예상대로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과정에 참여할 국민의 권리를 또 한번 짓밟았다”며 이번 선거를 비난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고 있지 않다. 대신 베네수엘라 정부가 “선거과정을 심하게 왜곡했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블링컨은 미국 정부가 제재를 완화할 것이라는 어떤 단서도 주지 않았고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국가수반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국민이 자기 뜻을 분명히 했다.

베네수엘라 보수 야권의 미래가 밝지 않다. 안 그래도 분열과 내분이 심각한 야권이다. 그런데 야권이 선거에 참여했는데도 과이도가 아무런 실권도 없는 상태로 계속 대통령임을 주장하고 있고 미국마저 이를 지지한다고 하니 야권이 국민에게 계속 상반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반면 베네수엘라의 사회당은 이번 선거 압승으로 한층 강력해졌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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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연 기자 응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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